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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고 대표님은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

  • 송민아는 손에 든 펜을 멈추더니 머리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 “나랑 같이 돌아갈 필요 없어요. 집에 가서 제가 어머님한테 해명할게요.”
  • “뭘 해명하는데?”
  • 최수호의 표정이 굳어졌고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 “송민아, 당신 지금 화를 내는 게 아니지? 나는 당신이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 억지? 송민아는 눈을 감았다. 어떻게 해야 억지를 부리지 않는 것이 되는 거지?
  • “나의 남편이 먼저 그의 애인에게 옷을 사주고 나서 돌아와서 나랑 함께 집에 간다는데, 최수호, 당신은 자신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 자신이 더 이상 원고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송민아는 아예 펜을 내던지고 눈을 치켜뜨고 눈앞에 있는 흠잡을 데 없이 잘 생긴 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주 잘 생겼다. 오뚝한 코에 얇은 입술, 그리고 두 눈은 부드러울 때면 세상을 녹일 것 같았다. 이런 남자에게 어떤 여자가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 “다른 일이 없으면 최 대표님, 그만 돌아가시죠, 저는 일이 있어서 배웅하지 않을 게요.”
  • 송민아는 담담하게 그에게 나가라고 했고 최수호의 얼굴은 이그러질 대로 이그러졌으며 차가운 시선으로 송민아를 훑어보더니 코웃음을 치고 자리를 떴다.
  • “마음대로 해!”
  • 송민아는 최수호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이나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려왔고 그녀는 화면을 힐끗 보고 나서 얼굴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책상에 던지고 난 송민아는 눈앞의 디자인 원고를 바라보며 눈빛이 점점 허무하게 변해갔다.
  • 퇴근을 한 뒤 방설은 꽃단장을 하고 먼저 나갔고 송민아는 그녀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녀는 계속 회사에 남아 디자인 원고를 수정했다.
  • 그녀는 고현의 개인 자료를 본 적이 있었다. 그가 예전에 부동산 프로젝트를 맡았던 일도 포함되었었는데 그녀는 거기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려 했다. 예를 들면 어떤 스타일의 건축을 좋아하는지 알아내서 이런 정보들을 자신의 창작에 결합시키려 했던 것이다.
  • 우연히 동영상 하나를 발견했고 그 동영상은 오늘 아침에 촬영한 것이었다. 그는 검은색 양복을 입고 허리를 곧게 폈으며 멋진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고 기다란 두 다리는 겹쳐 앉았으며 자세가 자연스러웠다.
  • 동영상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우라는 아주 남달랐다. 앞부분은 사업 발전에 대한 질문들로 구성됐고 뒷부분에서는 사회자가 얼굴에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고 물었다.
  • “마지막으로 드릴 질문은 고 대표님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입니다. 물론 저 혼자만 궁금한 게 아니라 아마 화면 앞에 있는 모든 미혼 여성들이 궁금해하실 거라 믿습니다. 그것은 바로—— 고 대표님은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으며 아마 사회자가 이런 물음을 물을 지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고현이 이런 무료한 문제에 답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지금이 아니에요.”
  • 이 한 마디는 밑도 끝도 없었지만 사회자는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고 흥분하며 물었다.
  • “고 대표님이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말씀이죠? 그럼 지금 함께 하고 있나요? 제가 알기로는 고 대표님이 아직 솔로인데 그렇다면 고 대표님은 아직도 짝사랑 중이신가요?”
  • 고현은 눈을 찌푸리고 이 문제에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답안을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 사회자는 무엇인가 더 물으려 했지만 이때 광고 한 단락이 나왔고 광고 뒤에는 인터뷰가 끝났다는 인사말이 이어졌다. 송민아는 동영상을 끄고 고현 같은 남자도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는 것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이런 남자에게 어떤 여자가 어울릴지 궁금하기는 했다.
  • 이 일은 곧 잊혔고 송민아는 계속 디자인 원고를 수정하고 있었다. 핸드폰 벨 소리가 또다시 울렸고 송민아는 발신번호를 확인하고 조금 짜증이 났으며 그 번호를 아예 지워버렸다. 한참이 지나니 핸드폰이 다시 울렸고 이번에는 한숨을 내쉬고 전화를 받았다.
  • “민아야!”
  • 전화기 너머로 연우의 흥분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