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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가 화났다

  • “…음”
  • 송민아는 미처 반응을 하지 못 한 채 멍해졌고 남자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동작이 아주 우아했고 기다란 손가락의 뼈마디가 아주 예쁘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도 몰래 송민아는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그가 잡아 주었던 것이 생각났고 바로 이 손이 자신의 허리를 감쌌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조금 비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네, 결혼한 지 2년이 되었어요.”
  • 자신의 결혼을 생각한 송민아는 마음이 또 차가워졌으며 남자는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차갑게 변한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말을 이어갔다.
  • “송민아씨는 명문 집의 따님이시니 남편 되시는 분도 송민아씨에게 어울릴 만한 분이겠죠? 송민아씨의 남편은 송민아씨를 아주 아낄 것 같아요.”
  • 송민아는 고현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아픈 곳을 건드린 것은 분명했다. 그녀는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고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대답했다.
  • “고 대표님, 제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고 대표님과 비치의 프로젝트에 관해 의논을 하고 싶어서예요.”
  • 고현은 또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려다 그녀의 말을 듣고 멈칫하더니 라이터를 켜고 끄고 하면서 반복하고 있었다. 순간 룸 안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졌다.
  • “설마 송민아씨는 제가 송민아씨의 개인 사정을 알고 싶어 이런다고 생각하세요?”
  • 고현은 담담히 입을 다시더니 잘 생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그 시각 기분이 나쁘다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 “송민아씨가 이렇게 다급히 의논을 하고 싶어 하니 비치라는 이 프로젝트에 대하여 송민아씨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얘기해봐요.”
  • 라이터가 상위에 던져지며 탁 하는 소리가 났고 송민아는 아주 어색해졌다. 방금 그녀가 한 말이 눈앞의 이 남자의 미움을 산 게 분명했다. 그가 방금 그런 얘기를 했던 것은 그저 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그녀는 마른 기침을 하고 나서 말했다.
  • “고 대표님, 이번 비치 프로젝트 디자인 원고에 저의 개인적인 취향을 많이 넣었어요. 예를 들면…”
  • 화제가 너무 급하게 본론으로 들어갔지만 고현이 꼬투리를 잡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그는 왼손의 식지와 중지로 상을 두드리고 있었으며 이런 박력에 송민아는 조금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 “송민아씨가 디테일한 부분에서 아주 잘 처리하긴 했어요.”
  • 마지막에 고현은 긍정적인 대답을 했고 얼굴에는 여전히 표정이 없었으며 목소리마저 차갑게 들려왔다.
  • “이번 비치 프로젝트는 고씨에서 회사 세 개 정도를 골라서 선정할 예정이에요. 송민아씨는 최씨를 위하여 그 자격을 따낸 거고요.”
  • 그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뛰어난 몸매를 하고 있는 그가 일어나자 송민아는 고개를 들고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다가 기뻐하며 다급히 일어섰다.
  • “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저는…”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앞의 남자는 차가운 얼굴로 옆에 있는 양복 외투를 손에 들고 몸을 돌려 룸에서 나갔다.
  • 송민아의 얼굴이 조금 달아올랐고 비록 자신의 행동이 그를 조금 화나게 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다행히 그가 속 좁은 사람이 아니고 공과 사가 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제서야 그녀는 밥상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녀가 오기 전에 이미 한 상 가득 음식이 차려져 있었지만 그들은 한입도 먹어보지 못했다.
  • 자신의 핸드백을 들고 그녀는 호운을 나섰으며 차에 오를 때 호운 로비의 관상용 식물 옆에 기다란 몸매를 하고 있는 그림자가 손에 담배를 든 채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 지 못했다.
  • 유 차장은 한편에서 바라보며 무슨 말로 자신의 감정을 형용해야 할지 몰랐다. 진 비서가 그에게 비치 프로젝트건으로 송민아씨와 약속을 잡으라고 말한 뒤로부터 고 대표님이 송민아씨에 대한 태도까지… 머릿속엔 오로지 한 마디만 남았다. 그것은 앞으로 송민아씨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 “유 차장.”
  • 담담한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고 유 차장은 몸을 곧게 폈다.
  • “고 대표님?”
  • “잘 봤어?”
  • 그 목소리는 아무런 기복이 없이 아주 잔잔했음에도 불구하고 유 차장의 이마에는 순간 식은땀이 맺혔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그쪽에 대고 말을 했다.
  • “그래, 진아, 날 찾았었어? 여기에 신호가 잘 안 터져. 잠시만 기다려…”
  • 그는 말을 하면서 자리를 떴고 고현은 그 하얀색 BMW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손에 든 담배꽁초를 비벼 끄고 눈빛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