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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녀를 해칠 생각이 없었어요!

  • 송민아의 몸이 굳어졌고 얼굴에 비참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서 아주머니가 푸른 장미의 존재를 알려줬을 때 마음속으로 기대를 했었다. 분명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 그녀는 왜 매번 창피한 일을 찾아서 하는 걸까?
  • “그럼 나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 그녀는 목이 조금 타는 것 같았다.
  • “나는 당신이 조금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 하나가 이번 일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해.”
  • 최수호는 책상 앞에 다가가 서랍을 열고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그의 옆모습은 아주 깔끔했고 전신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은 무표정한 채 예전처럼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서재에는 푸른 장미 한 다발이 조용히 놓여 있었고 아무런 소리도 없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었다. 송민아의 강한 척하던 마음도 더 이상의 아픔을 견뎌내기 힘들었다.
  • “내가 아니에요.”
  • 그녀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고 최수호는 서랍에서 빨간 벨벳으로 된 박스를 꺼냈다. 그는 이미 갖춰 입었고 몸을 곧게 편 채 고개를 숙이고 손목에 찬 시계를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들고 귀찮은 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 “송민아, 서민들이 쓰는 더러운 수법을 내 여자한테 쓰지 마. 당신이 원하는 혼인을 내가 줬잖아. 더 이상 뭐가 필요한 거야?”
  • “나라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라면 미안한데 나는 당신에게 안돼. 만약 당신이 원하는 것이 나의 마음이라면——”
  • “제가 얘기했잖아요, 하나가 물에 빠진 게 내가 민 것이 아니라고요!”
  • 남자가 듣기 싫은 말을 더 하기 전에 송민아는 눈을 감고 이를 악문 채 그의 말을 끊어 버렸다. 그녀의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으며 온몸을 떨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으며 최수호의 표정은 아주 어둡게 변했다.
  •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 최수호는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렸고 눈빛에는 혐오로 가득 차 있었다.
  • “당신은 모르지? 그녀는 수영할 줄 몰라. 내가 조금만 더 늦게 구했더라면 아마 인명사고라도 났을 거야? 그럼 당신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여기에 서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 “수호씨, 당신의 마음속에서 나는 그렇게 볼품없는 사람인 거예요?”
  • 지난날들의 억울함과 고통에 그녀는 결국 폭발해 버렸고 송민아는 쓰디쓴 마음을 가라앉히며 최수호를 바라보았다.
  • “저는 하나를 민 적 없어요. 그녀가 스스로 물에 빠진 거라고요. 그녀는 저한테 와서 저를 비웃고 당신 옆을 떠나라고 했어요. 나는 단 한 번도 그녀를 해칠 생각이 없었다고요!”
  • 그녀의 얼굴은 수척했고 그 덕에 눈이 더 커 보였으며 지금은 그 커다란 두 눈에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 최수호의 촉촉한 두 눈에는 어둠이 깔렸으며 한참 멍하니 있다가 한순간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눈앞의 여자가 고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하나가 그의 품에서 바들바들 떨면서 송민아를 탓하지 말라고 하던 모습이 생각나 그는 갑자기 귀찮아졌고 아무 생각 없이 눈앞의 여자를 밀치면서 말했다.
  • “당신처럼 독한 여자는 본 적이 없어!”
  • “턱——”
  • 이 소리와 함께 송민아는 뒤로 몇 걸음 휘청거렸고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으며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최수호는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보더니 책상 위에 놓인 장미를 손에 들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송민아는 어디에서 온 용기인지 팔목으로 느껴지는 아픔도 무시한 채 달려가서 최수호의 앞을 막아 나섰다.
  • “이렇게 늦었는데 당신 어디 가는 거예요?”
  • 최수호의 눈빛은 너무 차가워 얼음이 낄 정도였다.
  • “비켜!”
  • 송민아의 두 눈에 안개가 끼었고 그녀는 자신이 잡고 있는 남자 손을 따라 자신의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보았다. 평범한 은으로 된 반지였는데 자그마한 가게에서 산 것이었다. 아주 오래전 그들의 사이가 이렇게 어색하지 않을 때 그가 아무렇지 않게 사서 그녀에게 선물했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애지중지 아끼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할 때 즈음 그는 그녀에게 싫증이 났고 결혼반지조차 해주지 않았으며 그녀는 묵묵히 그 반지를 꺼냈었다.
  • “최수호, 당신은 이미 결혼했어요,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 송민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를 향해 소리쳤다. 지난 2년 동안 그녀는 단 하루도 기분 좋은 날이 없었고 매일 눈을 떠보면 그가 다른 여자와의 스캔들 사진이 떠돌고 있었다. 팔이 또 한 번 뿌리쳐졌으며 최수호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 “당신이 시집오는 그날부터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해야 하는지 알았어야 했어.”
  • 송민아는 몸서리를 치고 그대로 멍하니 서있었다. 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서 아주머니가 불쌍한 눈빛으로 서재에 들어와서 한숨을 내쉬었다.
  • “작은 사모님, 괜찮으세요?”
  • 송민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얼굴을 만졌다. 얼굴이 푸석푸석했고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젓더니 서재를 나와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