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아의 몸이 굳어졌고 얼굴에 비참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서 아주머니가 푸른 장미의 존재를 알려줬을 때 마음속으로 기대를 했었다. 분명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 그녀는 왜 매번 창피한 일을 찾아서 하는 걸까?
“그럼 나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그녀는 목이 조금 타는 것 같았다.
“나는 당신이 조금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 하나가 이번 일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해.”
최수호는 책상 앞에 다가가 서랍을 열고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그의 옆모습은 아주 깔끔했고 전신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은 무표정한 채 예전처럼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서재에는 푸른 장미 한 다발이 조용히 놓여 있었고 아무런 소리도 없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었다. 송민아의 강한 척하던 마음도 더 이상의 아픔을 견뎌내기 힘들었다.
“내가 아니에요.”
그녀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고 최수호는 서랍에서 빨간 벨벳으로 된 박스를 꺼냈다. 그는 이미 갖춰 입었고 몸을 곧게 편 채 고개를 숙이고 손목에 찬 시계를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들고 귀찮은 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송민아, 서민들이 쓰는 더러운 수법을 내 여자한테 쓰지 마. 당신이 원하는 혼인을 내가 줬잖아. 더 이상 뭐가 필요한 거야?”
“나라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라면 미안한데 나는 당신에게 안돼. 만약 당신이 원하는 것이 나의 마음이라면——”
“제가 얘기했잖아요, 하나가 물에 빠진 게 내가 민 것이 아니라고요!”
남자가 듣기 싫은 말을 더 하기 전에 송민아는 눈을 감고 이를 악문 채 그의 말을 끊어 버렸다. 그녀의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으며 온몸을 떨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으며 최수호의 표정은 아주 어둡게 변했다.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최수호는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렸고 눈빛에는 혐오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신은 모르지? 그녀는 수영할 줄 몰라. 내가 조금만 더 늦게 구했더라면 아마 인명사고라도 났을 거야? 그럼 당신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여기에 서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수호씨, 당신의 마음속에서 나는 그렇게 볼품없는 사람인 거예요?”
지난날들의 억울함과 고통에 그녀는 결국 폭발해 버렸고 송민아는 쓰디쓴 마음을 가라앉히며 최수호를 바라보았다.
“저는 하나를 민 적 없어요. 그녀가 스스로 물에 빠진 거라고요. 그녀는 저한테 와서 저를 비웃고 당신 옆을 떠나라고 했어요. 나는 단 한 번도 그녀를 해칠 생각이 없었다고요!”
그녀의 얼굴은 수척했고 그 덕에 눈이 더 커 보였으며 지금은 그 커다란 두 눈에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최수호의 촉촉한 두 눈에는 어둠이 깔렸으며 한참 멍하니 있다가 한순간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눈앞의 여자가 고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하나가 그의 품에서 바들바들 떨면서 송민아를 탓하지 말라고 하던 모습이 생각나 그는 갑자기 귀찮아졌고 아무 생각 없이 눈앞의 여자를 밀치면서 말했다.
“당신처럼 독한 여자는 본 적이 없어!”
“턱——”
이 소리와 함께 송민아는 뒤로 몇 걸음 휘청거렸고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으며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최수호는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보더니 책상 위에 놓인 장미를 손에 들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송민아는 어디에서 온 용기인지 팔목으로 느껴지는 아픔도 무시한 채 달려가서 최수호의 앞을 막아 나섰다.
“이렇게 늦었는데 당신 어디 가는 거예요?”
최수호의 눈빛은 너무 차가워 얼음이 낄 정도였다.
“비켜!”
송민아의 두 눈에 안개가 끼었고 그녀는 자신이 잡고 있는 남자 손을 따라 자신의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보았다. 평범한 은으로 된 반지였는데 자그마한 가게에서 산 것이었다. 아주 오래전 그들의 사이가 이렇게 어색하지 않을 때 그가 아무렇지 않게 사서 그녀에게 선물했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애지중지 아끼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할 때 즈음 그는 그녀에게 싫증이 났고 결혼반지조차 해주지 않았으며 그녀는 묵묵히 그 반지를 꺼냈었다.
“최수호, 당신은 이미 결혼했어요,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송민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를 향해 소리쳤다. 지난 2년 동안 그녀는 단 하루도 기분 좋은 날이 없었고 매일 눈을 떠보면 그가 다른 여자와의 스캔들 사진이 떠돌고 있었다. 팔이 또 한 번 뿌리쳐졌으며 최수호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시집오는 그날부터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해야 하는지 알았어야 했어.”
송민아는 몸서리를 치고 그대로 멍하니 서있었다. 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서 아주머니가 불쌍한 눈빛으로 서재에 들어와서 한숨을 내쉬었다.
“작은 사모님, 괜찮으세요?”
송민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얼굴을 만졌다. 얼굴이 푸석푸석했고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젓더니 서재를 나와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