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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 두 아가씨가… 무슨 연유지?

  •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약간 흔들렸고 송민아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몸을 휘청거리더니 갑자기 안에 있는 남자를 향해 넘어졌다. 그녀는 놀라서 엘리베이터의 손잡이를 잡을 새도 없었으며 남자의 넓은 셔츠 옷깃에 이마를 스쳤고 너무 가까이에 있는 바람에 송민아는 남자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며 그 냄새는 싱그러우면서도 담담한 담배 향이 섞여 있었다.
  • “민아 언니!”
  • 진소미는 균형을 잡고 나서 송민아의 처지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다급히 그녀를 일으켰다. 방금 넘어질 때 송민아는 손 하나가 마침 그녀의 허리를 잡는 것을 느꼈으며 그것은 뼈마디가 분명하고 손목에 힘이 있었다.
  • “민아 언니, 괜찮아요?”
  • 진소미가 관심 어린 어투로 물었다. 다행히 앞에 있는 남자가 제때에 그녀를 잡아줬기에 넘어지지는 않았다. 송민아는 최수호라 불리는 남자를 제외하고 그 어떤 남자와도 이렇게 친밀한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균형을 잡은 뒤 진소미를 향해 고개를 젓고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지만 고현의 얼굴에 별다른 표정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그의 손바닥으로부터 전해오는 뜨거운 촉감은 송민의 몸이 경직되게 하였다.
  • “고 대표님…”
  • 송민아는 조금 어색해졌다. 이렇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부딛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그녀는 너무 호들갑을 떨진 않았지만 그 손은…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남자가 고개를 돌리더니 그제서야 자신의 손을 발견한 듯 송민아의 얼굴을 훑어보고는 자연스럽게 손을 거두었고 얼굴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고 송민아도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나선 진소미는 미련이 남은 듯 닫히고 있는 엘리베이터 문을 힐끗 보고는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 “과연 남신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으면 되는 거였어요. 이렇게 매일 가까운 거리에 붙어 있으면 하루에 몇 번을 죽어야 할 거예요.”
  • 송민아는 머릿속에 방금 전 그 남자가 바라보던 장면이 떠올랐고 눈빛의 안정함에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진소미를 이끌고 고씨의 프로젝트 부서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는 계속 위로 올라갔으며 그 사람들은 자신의 층에 도착한 뒤 다급히 걸어나갔다.
  • 진우는 위에 있는 층을 눌렀으며 몸을 돌리고 가볍게 소리를 냈다. 고현이 그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려 보니 자신의 앞에 있는 하얀 셔츠의 가슴 부분에 옅은 립스틱 자국이 나 있어 마치 한 줄기의 장미꽃 같았다.
  • “고 대표님…”
  • 진우는 조금 불안했다. 고 대표님은 결벽증이 조금 있어 평소에 여자들이 1미터 범위 안에 접근할 수도 없는데 방금 전 그 여자가 그에게 넘어지는 일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고현은 담담히 그를 흘겨보고 말했다.
  • “방금 전 그 두 사람이 왜 고씨에 왔는지 알아봐.”
  • “그럼 옷은…”
  • 고현은 흰색 와이셔츠에 묻은 입술자국을 쓰다듬으며 후회를 하는 기색을 드러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 “…”
  • 진우는 그의 손에 미련이 남은 듯한 동작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엘리베이터를 잡으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는 갑자기 자신이 무슨 일인가 알아냈다고 생각했다. 방금 전의 두 아가씨가… 어떤 연유일까?
  • 이것은 처음으로 원고를 고씨에 가져가는 것이기에 송민아는 한번에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고 고씨의 프로젝트 부서의 유 차장과 인사를 건넨 후 진소미를 이끌고 최씨로 돌아갔다.
  • 하지만 차가 시동을 걸고 주차장에 들어서자 눈에 익은 검은색 람보르기니가 옆을 스쳐 지나가는 걸 보았다. 아주 가까이에 다가왔을 때 송민아는 조수석에 앉아 있던 섹시하고 요염한 여자가 몸을 일으켜 운전을 하고 있는 남자의 얼굴에 키스를 하는 걸 보았다.
  • 차 안의 여자는 하나가 아닌 방설로 바뀌었고 두 사람은 모두 그의 선택이 되었을지 모르며 그는 그저 아내인 자신만 만지지 않는 것 같았다. 격렬한 브레이크 소리가 들려왔고 옆에 있던 진소민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 “민아 언니, 괜찮아요?”
  • 송민아는 그 시각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얼굴색이 무서울 정도로 하얗게 변했다. 사실 그녀는 이 혼인을 끝낼까 생각도 해봤지만 몇 년간을 노력하고 대시해서 얻은 남자라 한 남자만 사랑하는 데 습관이 되어 그 생각을 버렸고 손을 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양정아는 늘 그녀에게 수호가 언젠가는 그녀를 알아봐 줄 것이라고 그녀가 자신에게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그녀는 마치 바다에 빠진 사람 같았고 물에 떠 있는 나무토막 하나를 잡고 있는 느낌이었다…
  • “괜찮아, 올라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