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미안해
- 백도희는 뒤척거리다 진짜 잠이 들었다. 고형준은 그녀가 이렇게 자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자기의 다리에 기대게 했다. 혹시 그녀가 떨어질까 가는 길 내내 그녀를 꼭 안았다. 진지훈은 사령관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는 사령관이 누군가를, 더군다나 여자를 저렇게 부드럽게 대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 고형준은 애틋한 눈빛으로 도희를 바라보았다. 요 며칠 그들을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의견을 내고, 고민하고, 위협을 무릅썼지만 한 마디의 불평조차 하지 않았고, 오히려 누구보다 분발하며 그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했다. 그는 자기의 성질을 잘 조절해야 한다. 짜증을 내는 것은 날카로운 검과 같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그의 병사는 그의 분노를 감당해야 하겠지만 그녀는 그럴 필요가 없다.
- 차가 멈추고 도희가 눈을 떴고 고형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앉아 창밖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