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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멋대로 해

  • 백도희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의료용 가위로 임산부의 바지를 베어냈다.
  • 아이의 발은 이미 나왔는지라 배를 갈라도 이미 늦어버린 상태였다.
  • 조금만 지체해도 아이는 질식할 것이다.
  • “조금만 참으세요.”
  • 백도희는 그녀에게 마취제를 투여하고 그 부위에 칼을 댔다.
  • 마취가 아직 온몸이 퍼지지 않아 임산부는 고통을 느끼고 소리를 질렀다.
  • “야 너 돌팔이 아니야, 너 고소할 거야, 다시는 의사 못할 줄 알아.”
  • “아이 무사히 태어나면 그때 고소하세요, 기다릴게요.”
  • 백도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 마침내 아이를 무사히 낳았고, 깔끔하게 탯줄을 잘랐다.
  • “응애… 응애!”
  •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 백도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임산부를 바라보았다.
  • 임산부는 이미 의식이 혼미한 상태였다.
  • 깜짝 놀란 백도희는 아이를 내려놓고 임산부의 상태를 살폈다.
  • “사령관 님!”
  • 그녀는 걱정스럽게 외쳤다.
  • 고형준이 백도희를 바라보니 그녀의 이마와 꼬끝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 “무슨 일입니까?”
  • 고형준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환자 혈압이 너무 떨어져서 당장 링거를 맞고 입원해서 관찰해야 돼요.”
  • 고형준은 괴한들을 보며 서슴없이 말했다.
  • “이 사람들 내보내, 내가 당신들 인질 할 테니까.”
  • 그 세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았고, 상고머리는 시간을 보더니 말했다.
  • “비행기가 오려면 아직도 40분이 남았는데, 여자들 보내고 널 남기는 건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잖아?”
  • “제가 남죠!”
  • 백도희가 말했다.
  • 고형준은 그런 백도희를 바라보았고 깊은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 백도희는 입꼬리를 올리고 한층 부드러워진 말투로 고형준을 보며 말했다.
  • “빨리 병원으로 데려다주세요, 아니면 산모와 아이 둘 다 죽을 거예요.”
  • “너희 한 놈도 나갈 생각하지 마.”
  • 상고머리가 소리쳤다.
  • 백도희는 상고머리를 보며 말했다.
  • “의식 잃은 산모랑, 젖먹이를 기다리는 갓난아기, 그리고 능력 있는 특전사는 당신들에게도 부담 아닌가요?”
  • “내보내.”
  • 나이가 조금 있는 키다리가 말했다.
  • 상고머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쪽에 물러섰다.
  • 고형준은 백도희를 한번 흘겨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는 몸을 구부려 산모를 업고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는 빨리 밖으로 나갔고 바깥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 모두들 산모와 아기가 무사히 나온 것을 확인하자 한숨을 돌렸다.
  • “병원으로 데려갑니다.”
  • 고형준은 산모와 아이를 병사에게 넘겨주고는 매서운 눈초리로 801호 실을 바라보며 명령했다.
  • “양 중령, 지금 바로 저격수 준비시킨다.”
  • “사령관 님, 인질도 구출했으니 저희 임무는 끝났습니다, 이쪽은 보통 수사대에 맡기고 먼저 좀 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 양 중령은 공손히 말했다.
  • “인질이 아직도 안에 있는데 어떻게 휴식을 한단 말인가?”
  • 고형준은 차갑게 양 중령을 노려보았다.
  • 그는 사령관이 왜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임무에 사령관이 직접 나선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 “그럼 바로 저격수 준비시키겠습니다.”
  • “만약 인질의 안전과 목표물 사이에서 결정해야 한다면, 목표물을 놓아주면 된다.”
  • 고형준은 한 마디 덧붙였다.
  • 이에 양 중령은 더욱 의아해했다.
  • 사령관 님은 줄곧 칼 같은 사람이었고 목표를 위해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는 사람이었다.
  • 그런데, 이번엔, 너무 이상했다.
  • 시간은 1분 1초 흘러갔고 고형준은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며 수심이 가득했다.
  • 3년 전, 그는 특수 임무를 집행하러 갔다가 약간의 이변이 생겼다.
  • 그는 황량한 교외에 버려지고, 약성이 아주아주 강한 약물을 투여당했다.
  • 이성을 잃고 피를 토하며 죽어가고 있을 때 그녀가 나타났다.
  •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안고 말았다.
  • 그가 깨어났을 때 이미 군 병원이었고 그는 모든 인맥을 이용해 이틀 만에 그녀를 찾아냈다.
  • 그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천사처럼 순결한 모습으로 성당의 높은 탑 위에 올라서 있었다. 소욱과 결혼반지를 교환하고 그의 신부가 되었다.
  • 고형준은 방안에 납치된 임산부가 그녀인 줄 알고 왔던 것이다.
  • 하지만 생각 밖에도 임산부는 남편이 밖에서 만나고 있던 첩이었다.
  • 그녀는… 자신의 목숨으로 남편의 사생아와 애인의 안전을 보호하고 있다.
  • 그녀가 도대체 왜 이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갑자기 801호실에서 펑 소리가 들려왔다.
  • 고형준은 화들짝 놀랐고 몸을 돌려 양 중령에게 매섭게 물었다.
  • “801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 “아직 알 수 없습니다.”
  • 양 중령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 고형준은 802호의 주방을 보았다, 801호의 주방과 마주하고 있었고 사이로 2M 정도 거리가 있었다.
  • 그는 주방으로 향하며 무거운 표정으로 물었다.
  • “헬기의 상황은 어떤가? 아직 얼마나 남았나?”
  • 양 중령은 고형준의 뒤를 따라가며 보고했다.
  • “반 시간 후에 도착합니다.”
  • 고형준은 다시 말을 하지 않았고 사다리를 두 주방 중간에 놓고 바로 뛰여올랐다.
  • “사령관 님, 혼자 들어가시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 양 중령은 걱정스레 말했다.
  • 고형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흘겨보며 말했다.
  • “말이 많다.”
  • 양 중령은 감히 말을 잇지 못하고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 “008, 101, 바로 따라간다, 사령관 님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
  • “네, 알겠습니다.”
  • 병사는 명령을 받고 사다리에 올랐다.
  • 양 중령의 걱정스러운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 사령관 님은 앞길이 창창해서 앞으로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
  •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부통이 그의 목을 비틀어버릴지도 모른다.
  • 고형준은 빠른 속도로 사다리에서 뛰어내렸고 눈 깜짝할 사이에 벽에 기대었다.
  •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거실을 스캔했다.
  • 상고머리가 거실에 있었고, 다른 두 명은 아직도 침실에 있었다.
  • 그는 쪼그려 앉아 가벼운 걸음으로 상고머리를 노려보며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돌진했다.
  • 고형준을 본 상고머리는 미처 소리도 내지 못하고 땅바닥에 드러누워버렸다.
  • 008과 101은 바로 따라나서서 현장을 수습했다.
  • 고형준은 008과 101에게 특정 수화를 구사했다.
  • 008과 101은 고개를 끄덕이고 커튼을 소리 없이 치웠다.
  • 거실 안의 시선이 확 트였다.
  • 저격수는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 고형준은 허리를 구부리고 벽에 바짝 붙어서 침실 밖으로 다가가 안의 상황을 살폈다.
  • 백도희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 담담하고, 조용한 그림자가 드리웠지만 알 수 없는 슬픔이 가득 서려있었다.
  •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이런 슬픔은 누가 봐도 딱해 보였다.
  • “보스, 밖에 왜 아직도 소식이 없죠?”
  • 노란 머리의 괴한은 담배를 몇 모금 빨더니 욱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 나이 든 괴한은 백도희의 빼어난 외모를 음흉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 그의 시선이 백도희의 가슴에 멈추자 더욱 음흉해졌다.
  • “도착하려면 아직도 30분 남았는데, 어떻게, 즐기고 싶지 않아?”
  • 노란 머리는 깨달은 듯 백도희를 보며 옹졸하게 말했다.
  • “이 여자 얼굴이랑 몸매 다 자연산 같은데, 죽기 전에 제대로 즐겨볼까요?”
  • 그는 담배꽁초를 버리고 백도희를 향해 덮쳤다.
  • 고형준의 눈은 한껏 움츠려들면서 안으로 쳐들어가려 했다.
  • 이때 백도희는 담담하게 주삿바늘을 자신의 목에 대고 차갑게 말했다.
  • “더 다가오면 인질을 잃을지도 몰라.”
  • “그래, 어디 한번 해봐.”
  • 노란 머리는 고집스레 말했다.
  • 백도희는 힘껏 주삿바늘을 피부에 찔렀다.
  • 고형준은 가슴이 마치 뭔가에 찔린 것 같았고, 눈에는 한 줄기 예리한 빛이 스쳤다.
  • 살기등등하고 일촉즉발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