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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내가 있는 한 당신은 무사할거야

  • “내가 의사 선생님 데리고 들어간다.”
  • 3초 후 고형준이 말을 바꾸었다.
  • 그는 손을 놓고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 “안됩니다!”
  •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 양 중령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사령관님이 직접 들어가시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만약 부통령님께서 아신다면…”
  • “헛소리 집어치운다, 누가 들어가든 위험한 상황이다, 대기하고 명령 기다린다.”
  • 고형준은 단호하게 명령했다.
  • “하지만 사령관님…”
  • 양 중령은 뭐라고 더 말하려 했다.
  • 하지만 고형준의 차가운 눈빛을 받고 바로 입을 다물고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알겠습니다.”
  • 고형준은 백도희의 팔을 힘 있게 잡아당기고 그녀를 끌고 801호 문 앞에 다가갔다.
  • 백도희가 문을 두드렸고 고형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 마치 손등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찌릿한 느낌에 백도희는 깜짝 놀라 그의 손을 뿌리쳤다.
  • 그는 남자의 손이 익숙지 않았다.
  • 고형준은 더욱 차가워진 눈빛으로 그런 백도희를 내려다보았다.
  • 그는 휴대폰을 꺼내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 “들어가기 전에 유언이라도 남기십시오, 만약 당신이 죽으면 가족분들께 보내드리겠습니다.”
  • “제 남편한테 보내주세요.”
  • 백도희는 덤덤하게 말하고는 고형준 손의 휴대폰을 낚아챘다.
  • “소욱,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 제발 만나지 말자, 내 시체를 기부해도 좋고, 해부해서 이식해도 좋으니, 우리 제발, 다신 만나지 말자.”
  • 백도희는 똑 부러지게 말하고 휴대폰을 고형준에게 돌려주었다.
  • 고형준은 백도희를 빤히 바라보더니 의아한 듯 물었다.
  • “다른 유언은 없습니까?”
  • 백도희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 “저한테 남은 돈 모두 엄마에게 주고, 만약 가능하다면 돌봐주세요.”
  • “알겠습니다.”
  • 고형준의 약속에 백도희는 안심하고 문을 보며 말했다.
  • “들어가도 될 것 같아요.”
  • “안에 납치된 임산부는 어느 고위 간부의 여자친구입니다, 산모와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기 전까지 선생님은 안전할 거라고 보장해드리죠.”
  • 백도희는 흠칫 놀라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의 우주처럼 드넓은 눈 밑을 쳐다보았다.
  • 한없이 넓고 드넓어 보였다.
  • 멋진 남자가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누구라도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 특히 지금 백도희의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상황에서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다.
  • “두렵지 않아요. 그래도 고마워요.”
  • 백도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 “아닙니다.”
  • 고형준이 말했다.
  • 고형준은 백도희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기고 문을 두드렸다.
  • 문은 한 뼘 정도 열렸다.
  • “저 여자 혼자 들여보내.”
  • 안에 있는 사람은 사납게 말했다.
  • “수술하려면 어시스턴트가 필요하다, 그래서 둘이 왔다.”
  • 고형준은 담판을 시작했다.
  • “안돼,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
  • “그 안에 있는 임산부가 죽으면, 너희도 더 이상 인질이 없을텐데?”
  • 고형준은 차갑게 말했다.
  • 독보적인 위엄과 강경한 태도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였다.
  • 상대방은 3초 동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 “너희들! 들어와!”
  • 고형준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총 하나가 고형준의 머리를 겨냥했고 백도희는 걱정스러운 듯 그를 바라보았다.
  • 그는 여전히 흔들림 없는 모습이었다.
  • 상고머리는 고형준의 몸을 수색했지만 아무런 무기도 발견하지 못했다.
  • “허튼수작 부리지 마.”
  • 그리고 그는 총을 거두었다.
  • “아파, 살려, 살려주세요!”
  • 룸에서 임산부의 구조 요청 소리가 들려왔다.
  • 백도희는 바로 안방으로 달려갔다.
  • 방 안은 커튼이 쳐져 있었고 불도 켜지지 않은 상태라 아주 어두웠다.
  • 두 남자가 손에 총을 들고 그녀를 겨냥하고 있었다.
  • 백도희는 임산부에게 걸어갔다.
  • 임산부는 창백한 얼굴로 배를 움켜쥐고 침대는 이미 흥건히 젖은 상태였다.
  • “살려주세요, 제발, 저 죽으면 안 돼요.”
  • “최근 초음파 사진 보여주세요.”
  • 백도희가 급하게 말했다.
  • “서… 서랍에.”
  • 임산부는 통증에 온몸이 땀투성이었다.
  • 백도희는 서랍을 열었다.
  • 초음파 사진 위에는 액자가 하나 있었다.
  • 액자 속에 임산부와 소욱의 다정한 모습이 보였다.
  • 백도희는 깜짝 놀라버렸다.
  • 그 고위 간부가 소욱이었다니. 게다가 그 임산부는 소욱의 또 다른 외도녀였다.
  • “선생님, 살려주세요, 너무 아파요.”
  • 임산부는 백도희의 손을 잡으며 애원했다.
  • 백도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초음파 사진을 꺼내 보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 “태아 위치가 안 좋아요, 탯줄을 목에 감고 있어서 순산은 절대 안 되고 꼭 수술해야 해요. 그리고 상황이 급한지라 전신마취를 해야 돼요.”
  • 백도희는 다급하게 말하며 구급상자를 열었다.
  • 괴한은 구급상자를 빼앗아 무기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돌려주었다.
  • 임산부는 고개를 저으며 빨개진 눈으로 애원했다.
  • “수술 안 하면 안 돼요? 그이는 몸에 흉터가 없는 여자를 좋아해요.”
  • ‘몸에 흉터가 없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역시 소욱이야!’
  • “그럼 아이는 질식할 거예요.”
  • 백도희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 임산부의 눈에서 독한 기운이 언뜻 스치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 “그럼 질식하라고 하죠.”
  • 백도희의 눈동자가 오므라들며 반감이 스쳤다.
  • “9개월이나 품은 아이에요, 작은 생명이라고요.”
  • “그의 사랑이 없는데, 이 아이가 무슨 소용이에요. 저한테 짐만 될 거예요, 흉터 남기면 안 돼요.”
  • 임산부는 확고하게 소리쳤다.
  • 흥분으로 그녀의 배는 더욱 아파졌다.
  • 백도희는 이를 악물고 구급상자에서 마취약을 꺼내 침관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 “미안하지만 의사로서 그렇게 할 수 없네요. 저한테 이 아이는 귀한 생명이에요.”
  • 백도희는 차갑게 말했다. 그녀는 침관 속의 공기를 비우고 주입하려 했다.
  • 고형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깊은 눈에는 걱정이 스쳤다.
  • 그는 당사자의 바람을 만족시켜야 하는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 그녀는 고집으로 평생 소송에 휘말릴 것이다.
  • “당사자 말대로 하십시오.”
  • 고형준이 말했다.
  • 백도희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다.
  • 화가 난 백도희는 그의 눈 밑을 바라보며 경건하게 말했다.
  • “전 산부인과 의사예요, 아이를 받는 건 제 책임이라고요.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책임지죠, 전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이에요. 책임지는 게 그렇게 두려우세요?”
  • 고형준은 잠시 어리둥절해났다.
  • 그는 책임지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다만 순간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 그는 손을 놓고 차갑게 말했다.
  • “수술하십시오, 제가 명령했다고 하시고, 병원 원장님께는 제가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 백도희는 몸을 구부리고 장갑을 끼고 엄숙하게 괴한에게 말했다.
  • “모두 나가주세요, 수술해야 돼요.”
  • “안돼, 인질은 반드시 우리 손에 있어야 돼, 우리가 보는 앞에서 수술하라고!”
  • “이런 몸으로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백도희는 임산부의 몸이 그들에게 보일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 괴한은 총을 백도희에게 겨누며 말했다.
  • “한 마디만 더하면 죽어.”
  • 고형준은 백도희의 앞에 막아서고 말했다.
  • “이 사람 죽으면 너희도 살아서 못 나간다.”
  • 괴한은 망설이고 있었다.
  • “선생님, 안 되겠어요, 애가 나오려나 봐요, 아…”
  • 임산부는 비명을 질렀다.
  • 고형준의 눈에는 한 줄기 빛이 스쳤다.
  • 이렇게 대치해도 아무 소용 없었다.
  • 그는 궤짝에서 푸른색의 침대 시트를 꺼냈다.
  • 그리고 백도희와 임산부를 시트 뒤로 보호했다.
  • “가려줄 테니까, 수술하십시오.”
  • 고형준은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