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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오늘 밤은, 너

  • “어제 선생님의 공으로 봤을 때 마땅한 일입니다.”
  • 양 중령은 맞장구를 쳤다.
  • “그리고, 올해 특전사 특채로 의사 두 명을 뽑는다. 앞으로 다시는 일반인 의사를 현장에 투입하지 않는다. 괴한과의 싸움은 우리 군인의 직책이다.”
  • “네, 알겠습니다.”
  • 양 중령은 공손히 명령만 따랐다.
  • “오늘 일정은 어떤가?”
  • 고형준은 군복을 차려입었다.
  • 군복은 그의 몸에서 더욱 빛이 나고 멋있어 보였다.
  • 양 중령은 올려다보며 보고했다.
  • “사령관 님, 오늘 9시 군사 지역 쪽에 회의가 있고, 오후에는 내부 열병식 참관, 저녁에는 공군부 소 사령관님이 장군령 클럽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여자친구를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 “젠장.”
  • 고형준은 차갑게 말했다.
  • 양 중령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럴만한 담이 없었지만, 사령관 님은 여자친구가 없으니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 백도희는 마지막 수술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사무실 문을 열었다.
  • 친한 친구 유진이 다리를 꼬고 그의 의자에 앉아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 “내가 오늘 무슨 소식을 갖고 왔게?”
  • “좋은 소식? 아니면 나쁜 소식?”
  • 백도희는 손을 씻고 유진을 향해 걸어갔다.
  • 유진은 일어나 백도희에게 자리를 내주고 자신은 책상에 앉아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좋은 소식 하나, 나쁜 소식 하나, 뭐부터 듣고 싶어?”
  • 백도희는 환자 차트를 꺼내보며 피식 웃었다.
  • “난 좋은 소식만 들을 거야, 나쁜 소식은 그냥 네 뱃속으로 삼켜.”
  • 유민은 입을 삐쭉거렸다.
  • “못 말려, 진짜. 너 어제 진짜 군인을 도와서 임산부 출산 시킨 거야?”
  • “응, 마침 사무실에 있어서.”
  • 백도희는 한마디 설명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 “그 산모가 음도 수술했다고 너 고소한대. 어느 고위직 애인이라던데, 그런 여자는 왜 구해줬어?”
  • 유진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 백도희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로 담담하게 말했다.
  • “내 눈엔 그저 아이 낳으려는 산모였어. 아이는 괜찮아?”
  • “산모와 아이 모두 무사해. 그런데, 좋은 소식도 있어, 네가 이번에 군에 공을 세워서 윗쪽에서 너를 부과장으로 승진시키라는 명령이 떨어졌어, 어이, 한턱내지?”
  • 유진은 백도희 손에 있는 펜을 빼앗고 웃으며 말했다.
  • 백도희는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 “당연하지, 이 보고서만 작성하고, 기다려.”
  • 유진은 펜을 백도희에게 던져주었다.
  • “그래, 얼른 끝내.”
  • 퇴근 후.
  • 그녀들은 사무실에서 나왔고 소욱은 장미꽃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 유진은 백도희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 “오늘 밤은 안 될 것 같은데? 오늘은 내가 양보할 테니까, 다음에 밥 사.”
  • 백도희는 소욱을 바라보았다.
  • 그도 백도희를 바라보더니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고 눈에서는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백도희가 보는 앞에서 1308호 VIP 병실로 들어갔다.
  • 유진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소욱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의아하게 물었다.
  • “왜 저 여자 병실로 들어가, 설마 그 고위직 간부가 소욱이었어?”
  • 백도희의 길고 긴 속눈썹이 눈을 뒤덮었다.
  • “우리 가자.”
  • “왜 가?”
  • 화가 난 유진은 백도희의 팔을 잡아당겼다.
  • “너 꼬실 땐 사무실이 매일 꽃바다였는데, 손에 들어오니까 휴지통에 남은 꽃 취급이잖아! 감히 밖에서 사생아까지 낳아, 백도희, 너 이렇게 하다가는 그 자리 못 지켜!”
  • 유진은 불평 부리듯 말했다.
  • 백도희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다소 쓸쓸한 듯 눈을 떨구고 유진을 쳐다보았다.
  • “내가 아직도 저 사람 사모님 자리에 미련 있는 것 같아?”
  • “그게 아니라, 왜 네 남편 신분으로 밖에서 저짓꺼리를 하고 다니냐고, 아이까지 낳았잖아!!!”
  • 유진은 점점 이성을 잃었다.
  • 백도희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에서는 안개가 차올랐지만 꾸역꾸역 참았다.
  • “내가 화내면 신경 쓴다는 거잖아, 그래서 화 안 낼래.”
  • 백도희는 차갑게 말했다.
  • “하지만 너 신경 쓰이잖아, 마음 아프잖아, 말 안 한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잖아.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가자, 오늘 우리도 똑같이 갚아주자고, 저 자식 미쳐버리게.”
  • 유진은 백도희를 끌고갔다.
  • “유진아, 이러지 마, 내가 저 사람이랑 똑같게 행동하면 오히려 나만 손해야.”
  • 백도희는 원하지 않았다.
  • 유진의 눈에서는 교활한 빛이 스쳤다.
  • “그래, 밥 먹으러 가자.”
  • 문을 나서고 유진은 전화를 걸었다.
  • “어이, 장군령 VIP 카드 있어? 이 누나 좀 빌려주면 안 돼? 나중에 밥 사줄게.”
  • 백도희는 유진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 “내가 사는 거 아니야?”
  • “네가 사는 거 맞아, 그런데 계산은 내 친구가 할 거야. 그 자식 카드 우리가 안 쓰면 다른 여자한테 쓸 거야. 다른 여자 피해 주지 말고, 우리가 다 써버리자고.”
  • 유진은 히죽히죽 웃으며 백도희을 팔을 끌어당겼다.
  • “그건 좀, 돈은 내가 낼게.”
  • “내 카드로 결제할 테니까, 돈은 나한테 주면 돼. 일단 우리 집 가서 너 화장 좀 하자, 이런 꾀죄죄한 얼굴로 입장도 못할 거야.”
  • 장군령 클럽 안.
  • 백도희는 의자에 앉아 움푹 파인 옷깃을 당기고 짧은 하의를 당겼다.
  • 유진의 흥분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뭔가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
  • 유진은 그녀에게 브이넥의 끈 민소매 치마를 입히고 그녀의 엄마도 못 알아볼 짙은 화장을 해주었다.
  • “우리 언제 돌아가?”
  • 술을 많이 마셔 머리가 어지러워진 백도희가 재촉했다.
  • “뭐가 그리 급해, 여기 VIP 어떤 사람들이 오는 줄 알아?”
  • 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 “외계인? 네가 ET에 대해 연구했다고 할 건 아니지?”
  • 백도희는 흥을 돋구었다.
  • “생각하는거 하고는 참. 여기 오는 사람들은 모두 위관급 이상 군관들이야, 몸매, 출신, 집안, 비주얼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고. 만약 네가 한 사람이라도 꼬시면 오늘 밤은 분명 즐길 수 있을 거야.”
  • 유진은 그제야 자신의 목적을 말했다.
  • 백도희는 자신의 이마를 누르고 눈을 감더니 중얼거렸다.
  • “너 미쳤어, 나 이런 거 싫어.”
  • 유진은 문밖에서 분위기가 남다른 남자가 들어오는 걸 확인했다.
  • 홀 매니저도 가서 그를 맞이했다.
  • 그는 홀에 들어서지 않고 매니저의 친절한 안내로 소비가 어마어마한 다이아몬드 방으로 향했다.
  • 문제는, 그 남자는 너무 잘생겼다는 것이다. 조각해낸 듯한 또렷한 이목구비, 마치 하느님이 만드신 예술품처럼 완벽했다.
  • “그래, 바로 너야.”
  • 유진은 직원에게 손가락을 까닥이더니 익살스럽게 말했다.
  • “뜨거운 물 한잔 주세요.”
  • 직원은 물을 유진에게 건넸다.
  • 그는 분홍색 알약을 넣고 백도희에게 내밀며 말했다.
  • “도희야, 일어나, 이 뜨거운 물만 마시고 집에 돌아가자.”
  • 백도희는 실눈을 뜨고 유진을 바라보며 별생각 없이 유진이 건넨 술잔을 받고 한 모금 마셨다. 입안에 머금고, 천천히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