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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아빠, 아름 이모를 집에 데려가고 싶어요!

  • 서아름은 한숨 내쉬며 콩이 옆에 앉아 콩이를 흘겨보았다.
  • “너의 이름이 콩이 맞지?”
  • 콩이는 이마를 찌푸리며 서아름을 째려보며 물었다.
  • “원장님이 알려주신 거에요?”
  • “이렇게 귀엽고 이름도 예쁜데 왜 다른 친구들이랑 싸웠어?”
  • 콩이는 팔짱 끼며 투덜거렸다.
  • “쳇, 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데 자꾸 제가 거짓말을 했대요! 쟤네들이 먼저 나랑 안 노는데, 나도 안 놀 거에요.”
  • 콩이의 하얗고 부드러운 작은 얼굴을 옆으로 내젓는 저 츤데레한 모습에, 서아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대답했다.
  • “나도 콩이 네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믿어. 하지만 사람을 때리는 것도 나쁜 것이야. ”
  • 콩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아름은 조곤조곤 타일렀다.
  • “콩이 너 혼자서는 많은 친구를 때려 이길 수 없잖아. 다음엔 친구들이 또 네가 거짓말한다고 말하면 나한테 알려줘. 내가 대신해 설명해 줄게.”
  • 콩이는 작은 얼굴을 돌려 촉촉하고 새까만 큰 눈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보았다.
  • “누구신데 저를 도와주시는 거예요?”
  • “나는 서아름이야. 음… 나중에는 서 선생님으로 불러야 될 수도 있어. 그럼 이제는 친구들이 네가 뭐를 거짓말했다고 하는지 알려줄 수 있어?”
  • 이 얘기를 다시 꺼내더니, 콩이는 한숨을 내쉬더니 씁쓸해했다.
  • “홍이와 친구들이 다 제가 엄마·아빠가 없다고 했어요. 그냥 친구들이 본적 없을 뿐 저는 엄마·아빠가 있어요.”
  • “그랬구나., 그럼 콩이가 등하교할 때 누가 데리러 와?”
  • “할아버지요.”
  • 서아름은 콩이를 보며 뜬금없이 3년 전 대리 임신하여 낳은 아이를 떠올렸다. 만약 그 아이가 건강히 잘 자랐다면 지금쯤 콩이와 비슷하게 컸을 거였다.
  • “그럼 콩이의 엄마·아빠는?”
  • “아빠는 돈 벌어서 콩이랑 동물원에 가서 사자랑 호랑이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 콩이의 아빠는 바빠서 함께 있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고 또 물었다.
  • “그럼 콩이의 엄마는?”
  • 엄마 얘기를 꺼내자, 촉촉한 두 눈에 금방 눈물이 글썽이며 대답했다.
  • “엄마가 화성에 있는데 화성은 너무 뜨겁고 어려서 엄마한테 보러 갈 수 없다고 아빠가 말했어요.”
  • 서아름은 콩이의 부모님이 아이를 낳자마자 이혼하여 따로 살아 아빠는 일하느라 바빠서 같이 있지 못했다고 짐작해 불쌍히 여겼다.
  • 서아름은 가방에서 과일 캔디를 꺼내어 콩이에게 주며 말했다.
  • “엄마 보고 싶을 때면 사탕을 먹어, 그럼 덜 할 거야.”
  • 콩이는 과일 캔디를 보며 망설였다.
  • “아빠는 모르는 사람이 준 물건은 먹으면 안 된다 그랬어요. 특히 모르는 이모가 준 거요.”
  • 서아름은 콩이의 경계심이 꽤 높다고 생각하며 과일 캔디를 하나 더 꺼내어 입에 넣었다.
  • “콩이와 같이 먹어줄게.”
  • 콩이는 입술을 핥으며 과일 캔디를 보기만 했다. 서아름은 살짝 웃으면서 껍질을 벗기더니 콩이의 입안에 넣었다.
  • “먹어, 독 안 탔어.”
  • 새콤달콤한 과일 캔디의 맛이 콩이의 입에 들어가니 콩이는 좋아서 눈이 동그래졌다. 서아름은 콩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 “맛있어?”
  • “네. 맛있어요.”
  • 콩이도 어느새 웃으며 머리를 들어 서아름에게 물었다.
  • “앞으로 아름 이모라고 불러도 돼요?”
  • “그럼, 그렇지만 콩이도 나한테 친구들이랑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해.”
  • “네!”
  • 콩이는 대답을 하며 정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 원장님은 웃으면서 걸어왔다.
  • “서 선생님이 잘 설득 시킨 것 같네요.”
  • “그럼 면접은 통과됐나요?”
  • “네. 오늘 오후부터 시간이 된다면 아이들에게 좋은 미술 수업을 하시면 됩니다.”
  • 서아름은 어린이들과 잘 지낸 것 같았다. 아마도 3년 전 아이를 낳은 이유로 어린이들한테 인내심과 우애가 장착되어있었다. 오후 수업 끝나도 다른 친구들은 이미 다 나가고 콩이만 남겨져 커다란 뽀로로가 있는 분홍색 가방을 메고 앉아있었다.
  • “콩이, 할아버지 아직 안 왔어?”
  • 콩이는 큰 눈을 떨구며 고개를 저었다.
  • “오늘 데리러 오기로 약속했어요!”
  • “그럼 콩이는 아빠의 번호를 알아? 전화해볼래?”
  • 술술이 번호를 외우는 콩이를 본 서아름은 3살짜리 아이가 이렇게 유창하게 외울 수 있다는 거에 놀라 했다.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가 한참 울리고서야 연결되었다.
  • “여보세요, 혹시 콩이 아버님 맞으신가요?”
  • “네.”
  •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남자 목소리에 서아름은 어디서 들었던 목소리인 듯 어리둥절했다.
  • “유치원인데요, 콩이는 집에 가는 걸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쯤 오실 수 있나요?”
  • 콩이는 옆에서 흥분해 하며 소리 질렀다.
  • “아빠! 빨리 데리러 와줘! 친구들이 다 갔어요!”
  • 서아름은 콩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남자와의 말을 이어갔다.
  • “콩이가 조금 급해 하는데 조금만 빨리 와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 약 20분 후,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유치원 앞으로 도착했다. 서아름은 콩이를 데리고 유치원에서 나오자, 문 앞에 있는 차를 발견하고 책가방을 메고 짧은 두 다리로 달려갔다.
  • “아빠!”
  • 럭셔리한 한정판 마이바흐의 문이 열리며 차에서 내린 남자는 콩이를 번쩍 들어 품속으로 안겼다. 서아름이 눈을 들어 보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오전에 만난 부태영이였다. 외부에서 부태영이 결혼해서 딸이 있다는 일을 폭로한 적이 없다는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부태영의 차가운 눈빛은 그녀의 얼굴에 향했다.
  • “너랑은 정말 여기저기서 우연히 만나게 되네.”
  • 분명히 웃으며 한 말이지만, 몹시 차가웠다. 콩이는 부태영의 목을 껴안고 큰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 “아빠, 아름 이모는 나한테 사탕도 주고 엄청나게 잘해줬어요. 아름 이모를 집에 데려가 같이 밥 먹고 싶어요.”
  • 부태영은 이 말에 대답 없이 말했다.
  • “콩이 먼저 차에 들어가 있어. 아빠가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할게.”
  • 콩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럼 아빠는 아름 이모를 괴롭히면 안 돼요!”
  • 콩이가 차 안으로 들어가자 부태영은 차 문을 닫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런 눈빛에 서아름은 온몸이 오싹해지고 불편해 해명하려 했다.
  • “부사장님이 믿든 말든 바로 전에 까지만 해도 콩이가 부사장님 딸인 거 몰랐어요. 심지어 저는 딸이 있는지도 몰랐…”
  •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태영은 긴 다리로 한 걸음 다가서며, 실눈을 뜨며 휘협적인 말투로 말을 가로챘다.
  • “경고하는데 콩이로부터 손을 대려는 여자가 너뿐만은 아니니까, 쓸데없는 잔머리 쓰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