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 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데 자꾸 제가 거짓말을 했대요! 쟤네들이 먼저 나랑 안 노는데, 나도 안 놀 거에요.”
콩이의 하얗고 부드러운 작은 얼굴을 옆으로 내젓는 저 츤데레한 모습에, 서아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대답했다.
“나도 콩이 네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믿어. 하지만 사람을 때리는 것도 나쁜 것이야. ”
콩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아름은 조곤조곤 타일렀다.
“콩이 너 혼자서는 많은 친구를 때려 이길 수 없잖아. 다음엔 친구들이 또 네가 거짓말한다고 말하면 나한테 알려줘. 내가 대신해 설명해 줄게.”
콩이는 작은 얼굴을 돌려 촉촉하고 새까만 큰 눈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보았다.
“누구신데 저를 도와주시는 거예요?”
“나는 서아름이야. 음… 나중에는 서 선생님으로 불러야 될 수도 있어. 그럼 이제는 친구들이 네가 뭐를 거짓말했다고 하는지 알려줄 수 있어?”
이 얘기를 다시 꺼내더니, 콩이는 한숨을 내쉬더니 씁쓸해했다.
“홍이와 친구들이 다 제가 엄마·아빠가 없다고 했어요. 그냥 친구들이 본적 없을 뿐 저는 엄마·아빠가 있어요.”
“그랬구나., 그럼 콩이가 등하교할 때 누가 데리러 와?”
“할아버지요.”
서아름은 콩이를 보며 뜬금없이 3년 전 대리 임신하여 낳은 아이를 떠올렸다. 만약 그 아이가 건강히 잘 자랐다면 지금쯤 콩이와 비슷하게 컸을 거였다.
“그럼 콩이의 엄마·아빠는?”
“아빠는 돈 벌어서 콩이랑 동물원에 가서 사자랑 호랑이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콩이의 아빠는 바빠서 함께 있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고 또 물었다.
“그럼 콩이의 엄마는?”
엄마 얘기를 꺼내자, 촉촉한 두 눈에 금방 눈물이 글썽이며 대답했다.
“엄마가 화성에 있는데 화성은 너무 뜨겁고 어려서 엄마한테 보러 갈 수 없다고 아빠가 말했어요.”
서아름은 콩이의 부모님이 아이를 낳자마자 이혼하여 따로 살아 아빠는 일하느라 바빠서 같이 있지 못했다고 짐작해 불쌍히 여겼다.
서아름은 가방에서 과일 캔디를 꺼내어 콩이에게 주며 말했다.
“엄마 보고 싶을 때면 사탕을 먹어, 그럼 덜 할 거야.”
콩이는 과일 캔디를 보며 망설였다.
“아빠는 모르는 사람이 준 물건은 먹으면 안 된다 그랬어요. 특히 모르는 이모가 준 거요.”
서아름은 콩이의 경계심이 꽤 높다고 생각하며 과일 캔디를 하나 더 꺼내어 입에 넣었다.
“콩이와 같이 먹어줄게.”
콩이는 입술을 핥으며 과일 캔디를 보기만 했다. 서아름은 살짝 웃으면서 껍질을 벗기더니 콩이의 입안에 넣었다.
“먹어, 독 안 탔어.”
새콤달콤한 과일 캔디의 맛이 콩이의 입에 들어가니 콩이는 좋아서 눈이 동그래졌다. 서아름은 콩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맛있어?”
“네. 맛있어요.”
콩이도 어느새 웃으며 머리를 들어 서아름에게 물었다.
“앞으로 아름 이모라고 불러도 돼요?”
“그럼, 그렇지만 콩이도 나한테 친구들이랑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해.”
“네!”
콩이는 대답을 하며 정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장님은 웃으면서 걸어왔다.
“서 선생님이 잘 설득 시킨 것 같네요.”
“그럼 면접은 통과됐나요?”
“네. 오늘 오후부터 시간이 된다면 아이들에게 좋은 미술 수업을 하시면 됩니다.”
서아름은 어린이들과 잘 지낸 것 같았다. 아마도 3년 전 아이를 낳은 이유로 어린이들한테 인내심과 우애가 장착되어있었다. 오후 수업 끝나도 다른 친구들은 이미 다 나가고 콩이만 남겨져 커다란 뽀로로가 있는 분홍색 가방을 메고 앉아있었다.
“콩이, 할아버지 아직 안 왔어?”
콩이는 큰 눈을 떨구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 데리러 오기로 약속했어요!”
“그럼 콩이는 아빠의 번호를 알아? 전화해볼래?”
술술이 번호를 외우는 콩이를 본 서아름은 3살짜리 아이가 이렇게 유창하게 외울 수 있다는 거에 놀라 했다.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가 한참 울리고서야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혹시 콩이 아버님 맞으신가요?”
“네.”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남자 목소리에 서아름은 어디서 들었던 목소리인 듯 어리둥절했다.
“유치원인데요, 콩이는 집에 가는 걸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쯤 오실 수 있나요?”
콩이는 옆에서 흥분해 하며 소리 질렀다.
“아빠! 빨리 데리러 와줘! 친구들이 다 갔어요!”
서아름은 콩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남자와의 말을 이어갔다.
“콩이가 조금 급해 하는데 조금만 빨리 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
약 20분 후,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유치원 앞으로 도착했다. 서아름은 콩이를 데리고 유치원에서 나오자, 문 앞에 있는 차를 발견하고 책가방을 메고 짧은 두 다리로 달려갔다.
“아빠!”
럭셔리한 한정판 마이바흐의 문이 열리며 차에서 내린 남자는 콩이를 번쩍 들어 품속으로 안겼다. 서아름이 눈을 들어 보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오전에 만난 부태영이였다. 외부에서 부태영이 결혼해서 딸이 있다는 일을 폭로한 적이 없다는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부태영의 차가운 눈빛은 그녀의 얼굴에 향했다.
“너랑은 정말 여기저기서 우연히 만나게 되네.”
분명히 웃으며 한 말이지만, 몹시 차가웠다. 콩이는 부태영의 목을 껴안고 큰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아빠, 아름 이모는 나한테 사탕도 주고 엄청나게 잘해줬어요. 아름 이모를 집에 데려가 같이 밥 먹고 싶어요.”
부태영은 이 말에 대답 없이 말했다.
“콩이 먼저 차에 들어가 있어. 아빠가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할게.”
콩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아빠는 아름 이모를 괴롭히면 안 돼요!”
콩이가 차 안으로 들어가자 부태영은 차 문을 닫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런 눈빛에 서아름은 온몸이 오싹해지고 불편해 해명하려 했다.
“부사장님이 믿든 말든 바로 전에 까지만 해도 콩이가 부사장님 딸인 거 몰랐어요. 심지어 저는 딸이 있는지도 몰랐…”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태영은 긴 다리로 한 걸음 다가서며, 실눈을 뜨며 휘협적인 말투로 말을 가로챘다.
“경고하는데 콩이로부터 손을 대려는 여자가 너뿐만은 아니니까, 쓸데없는 잔머리 쓰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