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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모님자리가 비었어

  • 마이바흐에 올라타고 떠난 부태영은 차가운 눈빛으로 백미러로 점점 멀어지는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 부태영의 곁에 앉아 있던 콩이는 장난스럽게 그의 허벅지 위로 기어 올라가 말랑말랑한 손으로 잡고 물었다.
  • “아빠, 왜 아름 이모를 집에 데려가서 같이 밥을 먹으면 안 돼요?”
  • 부태영은 큰 손으로 콩이의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
  • “콩이는 아름 이모를 그렇게 좋아해?”
  • “네!”
  • 콩이는 큰 눈을 깜박이며 부태영을 향해 머리를 끄덕였다.
  • “콩이에게 사탕을 줘서 좋아하는 거야?”
  • 전에 소개팅을 본 김 씨, 조 씨, 이 씨, 박씨 가문의 아가씨들도 콩이가 좋아하는 사탕과 간식들을 사줬지만, 콩이는 그들을 좋아하기는 커녕 울며불며 같이 있기 싫다고 했었는데 서아름이 도대체 콩이에게 무슨 수를 썼는지 궁금해했다.
  • 콩이는 고개를 저으며, 두 손으로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큰 눈에 올리더니, 부태영을 보고, 깔깔 웃었다.
  • “아름 이모의 눈은 콩이랑 비슷해서 좋아요!”
  • 부태영은 콩이 조차 두 사람이 엄청나게 닮은걸 알아차린걸 알고 멈칫하며 다리에 앉은 콩이를 안고 생각에 빠졌다.
  • 콩이가 온종일 소란을 피우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부태영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고 부태영은 목소리를 낮추며 운전하고 있던 서강에게 물었다.
  • “DNA 검사 결과 언제 나와?”
  • “제일 늦어도 모레 오후에 나올 수 있습니다. BOSS, 만약에라도 서아름 씨가 콩이의 생모라면…”
  • 부태영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말했다.
  • “대리 임신한 이유를 알아내.”
  • “네.”
  • 만약 서아름이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과 콩이에게 접근한 거라면, 그녀가 콩이의 생모일지라도, 부태영은 그 사실과 서아름의 신분을 영원한 비밀로 하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 서아름은 유치원에서 퇴근한 후 심연로에 들려 서씨 가문 별장으로 갔을 때 집 앞에 이사용인 큰 트럭 한 대가 서 있었다.
  • “이쪽으로! 조심해! 이 화분만 해도 2억이 넘어! 잘못 건드렸다가 네가 배상할 수 있겠어?”
  • 까칠하고 익숙한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서아름이 그쪽으로 바라보니, 신영은 얼굴을 찌푸리고 짜증 내며 이삿짐센터 직원들을 지적하고 있었다.
  • 뒤쪽으로 이삿짐센터 직원이 초상화를 들고나오자, 신영은 불쾌해하며 말했다.
  • “이 그림은 버려. 무겁고, 자리도 차지하고, 재수 없게!”
  • 이삿짐센터 직원이 버리려 했고 서아름은 그 그림이 아버지의 초상화인 걸 보았다.
  • “잠시만요!”
  • 신영은 소리를 따라가다가 오랜만에 본 서아름의 얼굴을 보니 눈빛이 심하게 떨렸다.
  • “서…아름? 너는 서울을 떠났잖아?”
  • 서아름은 냉정하며 조롱하듯 씩 웃었다.
  • “신 여사님, 오랜만이에요.”
  • “서울에 다시 와서 뭐해?”
  • 서아름은 이삿짐센터 직원의 손에서 초상화를 빼앗아 품에 꼭 안았다.
  • “여기는 우리 집인데 왜 돌아오면 안 돼요?”
  • “흥!”
  • 신영은 비웃으며 말했다.
  • “이 별장은 곧 철거될 텐데 넌 막을 수 없어! 게다가 너는 막을 권리도 없지! 어차피 이 별장은 내 명의로 되어 있어!”
  • 서아름은 초상화를 힘껏 꽉 쥐고, 결연한 눈빛을 하며 말했다.
  • “이 별장이 철거되는 것을 결코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예요!”
  • 신영은 팔짱을 끼며 까칠하게 말했다.
  • “이 별장을 철거하고 받을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알아? 80억이야! 서아름, 네가 이 별장을 갖고 싶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다만 너 자신을 팔아버린다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 서아름 마음속에 눌러두었던 화는 완전히 치솟아 올랐고, 3년 전 그들에게 뺏겼던 20억까지 떠올리며 주먹을 쥐고 손을 들어 신영의 뺨을 때리려 했다. 그러나 손바닥이 뺨에 닿으려고 할 때 손목이 허공에서 잡힌 채 한쪽으로 세게 내팽개쳤다.
  • “어머니, 괜찮으세요?”
  • 별장에서 서둘러 나온 진철은 "미래 장모님"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서아름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진철을 차갑게 쳐다보고는 초상화를 안고 성큼성큼 별장을 떠났다.
  • 서아름이 심연로에서 나오기도 전에 진철이 뒤쫓아가 서아름의 손목을 덥석 잡고 물었다.
  • “서울에 왜 돌아왔어?”
  • 서아름은 비웃으며 말했다.
  • “내가 왜 돌아오면 안 되는데! 진철! 역겨우니까 좀 꺼지지!”
  • 서아름은 손목을 힘껏 진철의 손에서 빼냈고, 빨개진 눈동자는 마치 성난 짐승처럼 노려보았다.
  • “내가 역겹다고? 서아름! 3년 전에 20억은 어디서 났어?”
  • “니가 무슨 자격으로 묻는 거야? 아… 그러니까 신영이랑 신연우가 20억을 삼킨 것도 알겠네, 아니면 너도 참여한 건가?”
  • 진철은 찔린 듯 2초간 말을 잇지 못하더니 바로 다시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 “1년도 안 된 사이에 20억이 어디서 났는데? 솔직히 말해 너 술집에서 창 x 하며 몸 팔았지?”
  • 서아름은 섬뜩하게 두 번 웃었다.
  • “그때 나는 눈이 멀어서 네 여자친구가 됐지! 너를 보면 너무 역겨워. 역겨워서 토할 것 같아!”
  • 서아름은 진철의 손을 뿌리치고 초상화를 안으며 뒤돌아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떠났다. 하지만 돌아선 순간, 두 눈이 시뻘게 지고 마음속의 그동안의 억울함과 원한이 마치 성난 파도처럼 솟구쳤다. 서아름은 반드시 복수하고 신영 모녀와 진철이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서아름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상류층 유명인사의 전화번호를 많이 아는 여율에게 전화를 걸었다.
  • “율아, 너 혹시 부태영 전화번호 있어?”
  • 부씨 가문 별장, 서재.
  • 부태영은 창가에 서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 “BOSS, 3년 전 서아름의 아버지 서광현이 파산해서 부채를 서아름이 대신 갚으려고 대리 임신을 선택했지만 20억이 계모랑 그 집 딸에게 뺏겨서 결국에 서광현은 부채 때문에 투신자살했고 그 후, 서씨 가문 별장마저 계모 명의로 변경되고, 3년 전 아이를 낳은 후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서아름은 아직 콩이 가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를 것입니다.”
  • 서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통화 중인 부태영의 휴대폰에 다른 전화가 들어왔다. 서강의 전화를 끊고 이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자 휴대전화에서 방금 울었던 듯 젊은 귀에 익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 “여보세요, 부사장님, 저는 서아름입니다. 내 몸에 관심이 있다던 말이 아직도 유효한가요? ”
  • 부태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교활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 “그냥 웃자고 한 소리인데, 너무 진지하시네. ”
  • 서아름은 침을 삼키며 어렵게 물었다.
  • “부사장님, 서씨 가문 별장만 살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 부태영의 오랜 침묵에 서아름은 마치 점점 차가운 바닷속으로 빠져들어 질식하여 익사할 것 같았다. 한참 지나서야 무심한 부태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정·부. 이런 거에 관심이 없어.”
  • 서아름은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눈을 감고, 천천히 입을 말했다.
  • “정부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부사장님이 아내가 필요한 거 알고 저는 강력한 백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