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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아빠, 엄마 데리러 화성에 가면 안돼요?

  • 검은색의 마이바흐가 두 줄의 높고 큰 오동나무 아래의 그늘을 지나가며 부씨 가문 본가로 들어갔다. 어두운 밤으로 뒤덮인 부씨 가문 별장은 더욱 장엄해 보였다.
  • 부태영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부정열을 보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 “아버지.”
  • 부정열은 주름진 손으로 지팡이를 잡고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정말 아버지라 생각하면 빨리 결혼해서 콩이한테 새엄마나 만들어줘! 나 죽을 때까지 장가도 못가지 말고.”
  • 3년간 부정열이 부태영에게 제일 불만인 건 여자친구를 좀처럼 찾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는 것이었고 요즘 들어 더 많이 재촉했다.
  • 그 말을 들은 부태영은 차분하게 대처했다.
  • “누구랑 결혼하던지 제겐 똑같아요. 소개해준 김 씨, 조 씨, 이 씨, 박씨 집안의 딸한테 저는 의견 없어요. 그런데 아시겠지만, 콩이는 그 이모들을 하나도 좋아하지 않아요. ”
  • 부정열은 화가 나서 지팡이를 잡고 마루를 힘껏 두드리며 호통쳤다.
  • “콩이를 두고 핑계 삼는 거를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 부태영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더니 침착하고 쌀쌀하게 말했다.
  • “아버지, 다른 일 없으면 콩이 보러 먼저 올라갈게요.”
  • “거기서!”
  • 부정열은 일어나서 지팡이를 잡고 무거운 걸음으로 부태영에게 다가갔다.
  • “콩이가 다른 이모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니 그럼 콩이 친엄마를 다시 찾아와! 네가 정말 나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해? 미혼에 세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게 말이 돼? 콩이도 점점 커가는데 언젠간 외부에서 콩이의 존재를 알 것이고, 나 부정열의 손녀, 부태영의 딸이 어미 없는 자식으로 알려지면 안 돼!”
  • 부태영은 발밑의 계단을 뚫어지라 보며 눈동자가 깊어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이번 달 내로, 마음에 들만한 며느리를 찾아올게요.”
  • 부정열은 지팡이를 세게 잡고 차갑게 말했다.
  • “나를 실망하게 하지 마.”
  • 부태영은 위층으로 올라가 자신의 침실에서 가장 가까운 아이 방에 들어갔다. 따스한 오렌지색의 불빛 아래, 하얗고 인형처럼 이쁜 아이가 침대 위에 앉아 작은 손에 그림책 한 권을 들고 보고 있었다. 차갑기만 하던 부태영의 눈빛은 순식간에 따뜻하고 부드러워졌다.
  • “콩이, 아직 안 잤어?”
  •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콩이는 그림책을 집어 던져 스누피 모양의 노란 이불을 젖히고, 맨발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부태영은 콩이가 넘어질까 봐 두려워 성큼성큼 다가와 품속으로 뛰어든 아이를 안고 팔에 앉혔다.
  • 콩이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큰 눈은 반달 모양으로 보일 만큼 헤벌쭉 웃으며 물었다.
  •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5일 동안 못 만났는데 아빠도 콩이가 보고 싶었어요?”
  • 부태영은 딸의 하얀 볼에 뽀뽀하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 “당연히 보고 싶었지. 하지만 아빠는 돈을 벌어야 콩이한테 간식이랑 우유를 사주지, 안그래?”
  • 콩이는 입을 삐쭉 내밀고, 작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 “콩이는 밥 안 먹고 간식 안 먹고 우유도 마시지 않아도 돼요. 아빠가 콩이 곁에 오래 있어 주면 안돼요? 유치원의 친구들은 아빠와 엄마가 유치원에 데려다주는데, 콩이만 할아버지가 데려다줘서 기분이 안 좋아요.”
  • 부태영은 딸을 안고 침대 옆에 앉아 콩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콩이가 밥 안 먹고 우유 마시지 않으면 어떻게 키커? 착하지, 아빠랑 주말에 동물원에 갈까?”
  • 콩이의 까맣고 큰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도록 웃으며 부태영의 목을 껴안았다.
  • “아빠, 약속!”
  • 콩이의 작은 발이 부태영의 허벅지를 밟고, 깡충깡충 뛰면서, 작은 손을 내밀어 약속을 요구했다.
  • 부태영은 웃으며 손을 내밀어 콩이의 통통한 새끼손가락에 걸었다.
  • 콩이의 잠옷이 팔 위로 감겨, 작은 팔뚝에 있는 붉은 멍 자국을 본 부태영은 이마를 찌푸리며 콩이의 작은 손을 잡고 물었다.
  • “누가 너를 괴롭혔어?”
  • 이 얘기를 꺼내자 콩이의 얼굴에 넘쳤던 웃음이 가라앉으며 작은 입을 내밀어 부태영의 품에 안겨 시무룩해졌다.
  • “매일 할아버지가 유치원에 데려주니까 유치원의 친구들은 콩이의 엄마 아빠를 본적이 없어서 홍이는 콩이가 거짓말한다며 엄마아빠가 없다고 했어요.”
  • 부태영은 찌푸린 이마를 풀며 물었다.
  • “그래서, 홍이랑 싸웠어?”
  • 콩이는 부태영의 품에서 비비며 답답한 듯 물었다.
  • “아빠, 엄마 진짜로 화성에 있어요? 언제쯤 엄마를 찾으러 화성에 갈 수 있어요? ”
  • 부태영은 화성이 너무 뜨거워 나중에 크면 엄마를 찾으러 갈 수 있다고 콩이에게 얘기해서 콩이는 얼마나 커야 갈 수 있는지 궁금했다.
  • 부태영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콩이에게 물었다.
  • “콩이는 정말 엄마를 갖고 싶어?”
  • 콩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조곤조곤하게 대답했다.
  • “오늘 유치원에서 엄마 아빠 그리고 자신을 그리라고 해서 저는 아빠와 콩이를 그렸는데 선생님께 혼났어요. 아빠, 화성에 가서 엄마를 데려와 주면 안 돼요?”
  • 부태영은 콩이의 촉촉해진 눈을 한참 바라보더니 난데없이 서아름의 눈이 생각났다. 그제야 부태영은 오늘 자신한테 작업 걸 던 여자의 눈이 콩이와 조금 닮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 부태영이 대답을 안 하자 콩이는 목을 껴안고 힘껏 흔들었다.
  • “엄마를 데려오면 안 돼요?”
  • 더없이 딸을 예뻐하는 부태영은 시계를 보더니, 콩이를 침대에 눕혀 이불을 덮어주고 부드럽게 말했다.
  • “늦었어. 얼른 자고 내일 아침 아빠가 유치원에 데려다줄게.”
  • 콩이는 부드러운 작은 손으로 부태영의 큰 손을 잡으며 말했다.
  • “아빠, 그럼 엄마를 데려오겠다고 약속한 거에요!”
  • 부태영은 허리를 굽혀 콩이의 이마에 뽀뽀했다.
  • “콩이. 잘자”
  • 콩이도 부태영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 “아빠도 잘 자요~”
  • 부태영은 아이 방에서 나오더니 비서 서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 “3년전 대리 임신한 여자가 누군지 조사해봐.”
  • 전화를 받은 서강은 어리둥절해 했다. 분명히 3년 전에는 의도치 않은 귀찮은 일이 일어날까 봐 비밀 유지를 엄청나게 잘 했는데 이제 와서 BOSS는 왜 그 여자를 찾으려 했는지 궁금했다.
  • “네, BOSS, 바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