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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아이 엄마는 난산해 죽었어요

  • 기사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쓰러진 여인을 차에 태우고 나서야 품에 안은 유골함을 보았다.
  • 재수 없게…
  • 기사는 유골함을 힘껏 잡아당겼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아 흔들리는 눈빛으로 한편에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보고 머뭇거리며 말했다.
  • “부…부 사장님 이게…”
  • 남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여자가 안고 있는 유골함을 훑어보더니 차분하게 말했다.
  • “출발해.”
  • 기사는 재빨리 운전석에 앉아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 폭우는 점점 더 거세지고, 하늘도 점점 더 어두워지며 차 안의 불빛도 어두웠다. 부태영은 옆에 누워있는 여자를 보니 젖은 긴 검은색 머리는 손바닥만한 창백한 얼굴에 달라붙었고 하얀 팔뚝의 깊게 긁힌 자국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초라하고 가련해 보여 돈 받으려고 일부러 차에 박은 것 같지는 않았다.
  • 안개가 짙은 비 내리는 밤의 미끄러운 도로 때문에 기사는 급커브를 하더니 뒷좌석의 가볍고 부드러운 여인의 몸은 남자의 허벅지에 미끄러졌다. 부태영은 여자의 얼굴이 자신의 슈트 바지 중앙에 엎드려 있는 것을 보더니, 이마를 찌푸리며 얼굴은 더 차가워졌다.
  • “유기사, 운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거 아니야?”
  • 유기는 겁에 질려 백미러로 뒷좌석의 상황을 보고는 몹시 난감했다며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 “부 사장님, 너무 죄송합니다. 오늘은 비가 너무 세게 와서…”
  • 부태영은 이쁘고 가느다란 큰 손으로 차갑게 여자의 몸을 옆으로 옮겼다. 여자는 여전히 깨어날 기미가 없이 눈을 감고 있었고 부태영은 생각에 잠긴 듯 여자의 핏기 없는 부드러운 입술을 쳐다보았다.
  • 병원,
  • 깨어난 서아름은 눈을 살짝 뜨더니 실눈으로 희미하게 움직이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 “아름아, 정신 들었어? 진짜 깜짝 놀랐어!”
  • 여율은 서아름의 대학 동창이자 친한 친구였다.
  • 서아름은 갈라진 입술로 힘없이 오물거리며 말했다.
  • “율아, 너… 너왜 여기 있어?”
  • 서아름이 품에 안겨있던 아버지의 유골함이 보이지 않아 감정이 격해져 일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물었다.
  • “율아, 우리 아버지 유골함 못봤어!”
  • 여율은 서아름을 부추기며 타일렀다.
  • “여기 있어, 안 버렸어. 아직은 일어나지 마, 의사 선생님께서 넌 지금 몸이 엄청 허약하다고 했어.”
  • 여율이 유골함을 건네자 서아름은 커다란 보물을 안은 듯 온몸의 힘을 다해 힘껏 껴안았다. 여율은 서아름의 집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화가 나 신영 모녀를 한참 욕하고서는 그녀를 껴안으며 동정해 하며 말했다.
  • “나는 작은 외삼촌의 갓 태어난 아기를 보러 병원에 오지 않았더라면 너를 만나지 못했을 거야. 우리 외삼촌은 바로 옆방 VIP 유아실에 있어. 필요한 거 있으면 나를 불러. 내가 도울 수 없어도 우리 외삼촌은 도울 수 있을 거야. 너 먼저 푹 자고, 나는 조카를 보고 다시 올게.”
  • 여율은 서아름의 등을 토닥이고, 유골함을 안고 있는 그녀의 이불을 다시 덮어주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 “아름아, 푹 쉬고, 필요한 거 있으면 나를 불러!”
  • 서아름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고 눈을 감으면 아버지가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모습만 생각나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렀다.
  • 옆방 VIP 유아실
  • 여율이 문을 열고 살금살금 들어가자마자 공기에 맴도는 저기압이 느껴졌다.
  • 부정열은 지팡이를 짚고 복잡한 눈빛으로 인큐베이터에 있는 갓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이게 무슨 짓이야, 부태영! 네가 이렇게 어이없는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어!”
  • 부정열은 지팡이를 들어 부태영의 다리를 세게 때리고 화난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 “이 아이의 엄마는?”
  • 부태영은 준엄한 얼굴에 표정 변화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 “난산해서 죽었어요.”
  • “…”
  • 부정열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호통을 쳤다.
  • “나 죽이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니?”
  • 여율은 인큐베이터 앞에 엎드려 부정열의 팔을 잡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외할아버지, 우리 조카 얼마나 귀여운지 보세요. 계속 외삼촌한테 결혼하고 애 낳으라고 재촉하셨잖아요? 지금 이렇게 떡하니 조카가 생겼는데 왜 또 화를 내세요? 화 푸세요.”
  • “나는 결혼하고 애 낳으라 그랬지, 언제 결혼하기도 전에 느닷없이 아이를 데리고 오라고 그랬어? 인사도 없이 애까지 낳아? 나를 아버지라고 생각은 하는 거니?”
  • 이때 간호사가 문을 밀고 들어오며 예의 있게 말했다.
  • “부 회장님, 아이 자는데 깨울 수 있으니 가능한 한 작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 부정열은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를 보더니 어쩔 수 없는 듯 한숨을 내쉬며 지팡이를 쥐고 발길을 돌렸다.
  • 여율은 부태영에게 씰룩 웃으며 놀렸다.
  • “외삼촌, 진도 엄청 빠르네요. 여자친구도 없는데 딸까지 생기고. 축하드려요.”
  • “어른들의 일에 애들은 빠져.”
  • 부태영은 깊이 잠든 아기를 힐끗 보더니 여율에게 말했다.
  • “조카 좀 보고 있어. 난 밖에 좀 나갈게.”
  • 부태영은 거절할 수 없는 명령을 내리고 긴 다리를 내디디며 유아실을 나섰다.
  • 유기사는 병원 비용을 결제하고 돌아왔다.
  • “부 사장님, 그 여자의 병원비는 전부 결제했습니다.”
  • “여자는 어디 있어?”
  • “바로 옆 병실에 있습니다.”
  • 기사가 옆 병실로 가리키자 안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머리를 긁적이며 혼잣말을 했다.
  • “어디 갔지?”
  • 병실을 청소하러 들어가려는 간호사를 본 유태영은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
  • “이 병실에 입원해 있는 여자는?”
  • “아는 사이세요? 방금 퇴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