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2화 이십억을 날렸다

  • “서아름?! 네가 왜 여기에 있어?”
  •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 뒤돌아보니 그의 계모 신영이 집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고 위층에 있는 두 사람도 아래층으로 내려다보았다.
  • 진철은 당황한 듯 물었다.
  • “아름아, 너, 너 왜 돌아왔어? ”
  • 서아름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차갑게 웃으며 진철을 빤히 쳐다보고 말했다.
  • “내 집인데 내가 왜 돌아오면 안 되는데?”
  • 진철 품에 안겨있던 신연우는 그 말이 우스운 듯 비꼬며 말했다.
  • “네 집? 이 별장은 지금 서씨 가문 것이 아니야.”
  • 서아름은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
  •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야? ”
  • 짧은 치마에 힐을 신은 신연우는 천천히 계단에서 내려오며 대답했다.
  • “10개월 전 너의 아버지 서광현이 부채 때문에 투신자살했고 우리 엄마 아니었으면 이 별장까지 담보로 뺏길 뻔했으니까 이젠 이 집은 너희 서씨 가문 것이 아니라 우리 신 씨 거야!”
  • 투신…자살? 그럴 리가?
  • 서아름은 신연우의 멱살을 잡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격노하며 말했다.
  • “무슨 소리하는 거야? 우리 아버지는 자살할 리 없어. 똑바로 얘기 안 할래?”
  • “건들지 말고 말로 해! 서아름, 이 손 당장 안 놔!”
  • 펑!
  • 서아름은 진철에게 밀려 넘어졌고 온몸은 골절되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 빨개진 눈을 부릅뜨며 진철과 신연우를 노려보며 물었다.
  • “우리 아버지 돌려줘. 너희들이 작정하고 우리 아버지를 죽인 거지!”
  • “그만해. 넌 염치도 없니? 네 아버지가 돌아갔을 때 너는 어디에 있었어! 말도 없이 열 달이나 넘게 사라져놓고 이제야 네 아버지가 생각난 거야? 흥! 네 아버지는 빚쟁이에 쫓겨 이미 투신해 죽었어!”
  • “그럴 리가 없어. 난 분명히 아버지 계좌에 이십억을 송금했는데. 궁지에 빠져 자살할 일 없어.”
  • “이십억? 흥,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너 이십억 어디서 났어? ”
  • 매서운 신영의 눈을 바라보며 서아름의 머릿속에서 무서운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신영, 아버지의 두 번째 아내, 서아름의 계모, 그녀는 서아름이 존엄과 순결로 바꾼 이십억을 탈취했고 그 이십억은 아버지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 서아름은 화가 치밀어 올라 몸과 목소리까지 부들부들 떨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 “너희들이 이십억을 빼돌렸지? 너희들이 우리 아버지를 죽였지? 우리 아버지 돌려줘! 우리 아버지 돌려줘!”
  • 그녀는 일어서더니, 재빠르게 탁자 위의 칼을 들어 신영과 신연우를 향해 달려갔다.
  • “아— 쟤 미쳤어! 진철! 저 미친년을 빨리 막아!”
  • 진철은 단번에 서아름의 손목을 잡아 막더니 칼은 그녀의 팔뚝에 스치며 떨어졌고 발로 멀리 차버렸다.
  • 신영은 그녀를 경계한 눈으로 노려보며 호통쳤다.
  • “연우야, 가서 쟤 아버지의 유골함을 꺼내서 돌려줘.”
  • 서아름은 입을 살짝 벌린 채로 멍하니 그 유골함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유골함…저 안에 들어있는게 정말로 아버지인가…
  • 신영은 유골함을 빼앗아 서아름에게 던지며 말했다.
  • “지금 묘지도 비싸고 그렇다고 집에 놓아두면 재수 없으니까 돌려줄게! 앞으로 우리를 보면 아는 척 하지 마! ”
  • 서아름은 유골함을 꼭 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 “아버지… 왜 이런 선택을 하셨어요…아직 마지막 모습을 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가시면 어떡해요… 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잖아요…약속했잖아요…”
  • “네 아버지 유골함 들고 얼른 나가! 진철! 쟤를 얼른 쫓아내!”
  • 진철은 상처투성이인 서아름의 팔뚝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모질게 문밖으로 밀어내고 착한 척 현금 2만 원을 그녀에게 던졌다.
  • “아름아, 비가 세게 오는데 빨리 택시 타고 가! 다시는 오지 마!”
  • 서아름은 2만 원을 손에 꼭 쥐며 물었다.
  • “거지 인줄 알아?”
  • 그녀는 가녀린 손으로 2만 원을 갈기갈기 찢어 진철의 얼굴에 버렸다.
  • “진철, 너와 신영 모녀가 나한테 한 모든 일은 앞으로 내가 어떤 대가를 치르든지 백배 천배로 돌려주겠어!”
  • 진철은 짜증 난 듯 문을 힘껏 닫았다. 살을 에는 듯이 차가운 바람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때렸다.
  • 서아름은 폭우가 퍼붓는 길에 유골함을 꼭 안으며 피곤한 몸을 이끌었다. 어두운 밤, 달빛에 비친 그녀의 그림자는 외롭고 길게 늘어졌다.
  • “아버지. 아름이가 집에 데려다줄게요.”
  • 비 내리는 밤, 얼마나 걸었는지도 모른 채 결국 서아름은 차가운 비속에 푸드덕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어 유골함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가는 팔로 폭우를 막으며 핏기없는 얼굴을 떨구고 나지막이 말했다.
  • “아버지, 더는 걸을 힘이 없어요. 이제 우리는 집이 없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진짜 집으로 데려다줄게요.”
  • 비 내리는 밤, 눈 부신 빛이 반짝였고 검은색의 한정판 럭셔리 마이바흐가 급정거한 후, 안정하게 멈췄다.
  • 차 안의 기사는 앞에 쓰러진 가녀린 실루엣을 보더니, 긴장해하며 보고했다.
  • “부사장님, 큰일 났어요. 여자를 박았어요.”
  • 남자의 차가운 얼굴은 희미한 불빛에 가려져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담담히 말했다.
  • “사람을 차에 올리고 병원에 데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