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꼬맹이는 포도처럼 동그랗고 큰 눈을 깜박이며 자신의 작을 얼굴을 받쳐 들고 열심히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네! 콩이는 친구도 없어요, 엄마는 화성에 있어서 콩이 보러도 안 와요! 홍이 엄마는 매일 홍이에게 머리도 예쁘게 땋아 주는데, 콩이도 엄마가 예쁘게 머리를 땋아 줬으면 좋겠어요.”
서아름은 속상해하며 꼬맹이의 귀여운 바가지 머리를 만지면서 답했다.
“콩이는 머리가 짧아서 땋을 수 없어.”
콩이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서럽게 말했다.
“아빠가 머리 땋을 줄 몰라서 콩이 머리를 짧게 자른 거예요.”
서아름은 부태영이 그 큰 손으로 꼬맹이의 머리를 열심히 묶으려 해도 묶어지지 않는 상상을 하고는 피식 웃었다. 부태영이 백화점에서 얼마나 카리스마 있고 능력 있는지 사람들에게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사람도 못하는 일이 있을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럼 콩이야, 이번에는 머리를 자르지 마. 선생님이 머리를 땋아 줄게.”
꼬맹이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의심하듯 물었다.
“그럼, 홍이처럼 예쁜 머리를 땋아줄 수 있나요?”
“당연하지, 콩이는 귀엽게 생겨서 머리까지 예쁘게 땋으면 더 예뻐질 거야.”
꼬맹이는 갑자기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녀를 잡으면서 말했다.
“아름 이모, 만약 엄마가 화성에서 못 돌아오면 제 엄마가 되어 주실 수 있나요?”
서아름은 어리둥절 해서 되물었다.
“응?”
꼬맹이는 한숨을 쉬면서 계단에 주저앉아 불쌍하게 말했다.
“만약 아름ㅍ이모가 제 엄마가 안 되면 분명 아빠가 다른 아줌마를 데려올 거예요. 그러면 그 아줌마들이 콩이를 괴롭히고 밥도 안 주고 때리기까지 할 거예요. 아름 이모, 만약 제가 아줌마들에게 맞아서 병원에 입원하면 저를 보러 와주 실거죠?”
꼬맹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불쌍한 마음이 들어 마음 한구석이 아파졌다. 부태영이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이 꼬맹이를 학대하는 것인가? 당연히 부태영 앞에서는 그러지 못할 것이지만 부태영이 없을 때 꼬맹이에게 밥도 안 주고 괴롭히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는 것일까? 꼬맹이가 서아름의 모성애를 자극하자 그녀는 마음 아파하면서 물었다.
“아빠가 자주 아줌마를 데리고 집에 가?”
콩이는 서아름을 자신의 엄마로 만들기 위해 아빠를 팔 수밖에 없어 바로 서아름의 팔을 당기면서 격분하여 말했다.
“흥! 아빠가 아줌마를 데리고 집에 올 때면 콩이는 신경도 안 써요! 콩이 보고 혼자 놀라고 해요!”
서아름이 이마를 지푸렸다. 평소 부태영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콩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면서 키울 거라고 생각하였는데, 여자의 앞에서는 자신의 딸도 돌보지 않는다니 너무 화가 났다.
“진짜 선생님이 콩이 엄마가 됐으면 좋겠어?”
“네! 아름 이모는 콩이를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그녀도 콩이를 보호해 주고 싶지만 이 일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 일은 콩이 아빠가 동의해 줘야 해, 선생님이 함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혹시라도 콩이 엄마가 되지 못하더라도 아빠랑 잘 얘기해서 콩이를 잘 돌보라고 할게.”
꼬맹이는 큰 눈을 꿈뻑거리면서 영특하게 말했다.
“아름 이모, 그럼 동의한 거로 할게요!”
서아름은 꼬맹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꼬맹이의 작은 손을 잡고 말했다.
“강의 들으러 가자.”
…
방과 후 반에 콩이만 남자 서아름은 그전과 같이 부태영에게 전화를 걸었고 연결음 소리가 한참 울린 뒤에야 부태영이 전화를 받았다.
“저 서아름인데요. 부 사장님, 오후 네시예요. 같은 반 아이들은 이미 다 집에 돌아갔고 콩이만 남았어요. 언제 콩이 데리러 오실 거예요?”
그제서야 부태영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저음의 목소리로 조용하게 말했다.
“지금 미팅 중이야. 두 시간 후에 끝날 거 같아, 콩이 좀 맡아줘.”
말이 끝나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
서아름은 터무니가 없었으며 어떻게 이렇게 아빠 노릇을 할 수 있지? 콩이가 부태영의 친 자식이 아니라 주워 온 자식이 아닐까 의심했다. 부태영은 자신이 콩이를 납치할까 두렵지도 않은 건가? 서아름은 처진 눈으로 자신의 옆에서 책가방을 메고 똘망똘망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꼬맹이에게 몸을 낮추어 부드럽게 얘기했다.
“아빠가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어 다 해결하고 콩이 데리러 온다고 하니까 선생님이랑 주위에서 놀고 있을까?”
꼬맹이는 자주 있는 일인 듯 전혀 속상해 하지 않고 작은 두 손으로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좋아요! 선생님 집에서 놀면 안 돼요?”
서아름은 꼬맹이의 손을 잡고 유치원을 나오면서 꼬맹이의 말을 듣더니 되물었다.
“응? 우리 집에? 하지만 우리 집에는 놀 것이 없어.”
“저는 그냥 아름 이모 집을 가고 싶을 뿐이에요! 혹시 아줌마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아름 이모의 집으로 가면 되잖아요!”
서아름은 입가에 미소를 띠더니 꼬맹이가 도망칠 줄도 알고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어떤 아줌마가 콩이를 괴롭히면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선생님에게 전화해, 혼자 돌아다니다가 잃어버리면 큰일 나, 알았지?”
“아름 이모, 저에게 아름 이모의 전화번호를 주실 수 있나요?”
서아름은 생각도 안 하고 흔쾌히 승낙했다.
“그래.”
꼬맹이는 자신의 팔목에 찬 스마트 워치를 서아름에게 보여주었다.
“아름 이모, 전화번호를 여기에 입력해 줘요, 그럼 제가 전화할 수 있어요!”
서아름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해 넣었다.
“입력했어.”
서아름은 꼬맹이의 손을 잡고 유치원을 나오면서 KFC가게를 지나 가던 중 꼬맹이가 가게 앞에 멈춰 배를 만지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하며 꼬맹이를 바라보았다.
“배고파? KFC 먹고 싶어?”
꼬맹이는 머리를 끄덕였다.
“네. 아름 이모, 저 KFC 먹어도 돼요?”
“당연하지, 들어가자.”
KFC에 들어서자 서아름은 콩이에게 키즈 세트를 시켜주고는 자신이 먹을 콜라와 햄버거를 시키고 나서는 꼬맹이가 허겁지겁 치킨 너겟을 먹는 것을 보고 의문이 들어 물었다.
“아빠가 주말에 KFC 안 사주셔?”
콩이는 머리를 저으면서 기름 가득 묻은 두 손으로 음료수를 마시더니 말했다.
“아빠가 KFC를 먹으면 건강에 안 좋대요, 아빠는 한 번도 콩이를 데리고 KFC를 먹어본 적 없어요.”
아이들이 먹기 좋아하는 KFC는 튀김 음식으로서 비록 건강에는 안 좋지만 한 번씩 먹으면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하여 먹을만 한데 꼬맹이가 말하는 것을 보아 부태영은 콩이와 잘 놀아주지도 않는 듯 하다. 그러자 콩이가 감자 샐러드를 먹으며 서아름에게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