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2화 아름 콩이 엄마가 되다

  • 서아름은 수채화 속의 화목한 ‘삼인 가족’ 에 시선이 멈춘 콩이를 보았다.
  • “콩이야, 많이 외로워?”
  • 어린 꼬맹이는 포도처럼 동그랗고 큰 눈을 깜박이며 자신의 작을 얼굴을 받쳐 들고 열심히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 “네! 콩이는 친구도 없어요, 엄마는 화성에 있어서 콩이 보러도 안 와요! 홍이 엄마는 매일 홍이에게 머리도 예쁘게 땋아 주는데, 콩이도 엄마가 예쁘게 머리를 땋아 줬으면 좋겠어요.”
  • 서아름은 속상해하며 꼬맹이의 귀여운 바가지 머리를 만지면서 답했다.
  • “콩이는 머리가 짧아서 땋을 수 없어.”
  • 콩이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서럽게 말했다.
  • “아빠가 머리 땋을 줄 몰라서 콩이 머리를 짧게 자른 거예요.”
  • 서아름은 부태영이 그 큰 손으로 꼬맹이의 머리를 열심히 묶으려 해도 묶어지지 않는 상상을 하고는 피식 웃었다. 부태영이 백화점에서 얼마나 카리스마 있고 능력 있는지 사람들에게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사람도 못하는 일이 있을줄은 상상도 못 했다.
  • “그럼 콩이야, 이번에는 머리를 자르지 마. 선생님이 머리를 땋아 줄게.”
  • 꼬맹이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의심하듯 물었다.
  • “그럼, 홍이처럼 예쁜 머리를 땋아줄 수 있나요?”
  • “당연하지, 콩이는 귀엽게 생겨서 머리까지 예쁘게 땋으면 더 예뻐질 거야.”
  • 꼬맹이는 갑자기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녀를 잡으면서 말했다.
  • “아름 이모, 만약 엄마가 화성에서 못 돌아오면 제 엄마가 되어 주실 수 있나요?”
  • 서아름은 어리둥절 해서 되물었다.
  • “응?”
  • 꼬맹이는 한숨을 쉬면서 계단에 주저앉아 불쌍하게 말했다.
  • “만약 아름ㅍ이모가 제 엄마가 안 되면 분명 아빠가 다른 아줌마를 데려올 거예요. 그러면 그 아줌마들이 콩이를 괴롭히고 밥도 안 주고 때리기까지 할 거예요. 아름 이모, 만약 제가 아줌마들에게 맞아서 병원에 입원하면 저를 보러 와주 실거죠?”
  • 꼬맹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불쌍한 마음이 들어 마음 한구석이 아파졌다. 부태영이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이 꼬맹이를 학대하는 것인가? 당연히 부태영 앞에서는 그러지 못할 것이지만 부태영이 없을 때 꼬맹이에게 밥도 안 주고 괴롭히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는 것일까? 꼬맹이가 서아름의 모성애를 자극하자 그녀는 마음 아파하면서 물었다.
  • “아빠가 자주 아줌마를 데리고 집에 가?”
  • 콩이는 서아름을 자신의 엄마로 만들기 위해 아빠를 팔 수밖에 없어 바로 서아름의 팔을 당기면서 격분하여 말했다.
  • “흥! 아빠가 아줌마를 데리고 집에 올 때면 콩이는 신경도 안 써요! 콩이 보고 혼자 놀라고 해요!”
  • 서아름이 이마를 지푸렸다. 평소 부태영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콩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면서 키울 거라고 생각하였는데, 여자의 앞에서는 자신의 딸도 돌보지 않는다니 너무 화가 났다.
  • “진짜 선생님이 콩이 엄마가 됐으면 좋겠어?”
  • “네! 아름 이모는 콩이를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 그녀도 콩이를 보호해 주고 싶지만 이 일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이 일은 콩이 아빠가 동의해 줘야 해, 선생님이 함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혹시라도 콩이 엄마가 되지 못하더라도 아빠랑 잘 얘기해서 콩이를 잘 돌보라고 할게.”
  • 꼬맹이는 큰 눈을 꿈뻑거리면서 영특하게 말했다.
  • “아름 이모, 그럼 동의한 거로 할게요!”
  • 서아름은 꼬맹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꼬맹이의 작은 손을 잡고 말했다.
  • “강의 들으러 가자.”
  • 방과 후 반에 콩이만 남자 서아름은 그전과 같이 부태영에게 전화를 걸었고 연결음 소리가 한참 울린 뒤에야 부태영이 전화를 받았다.
  • “저 서아름인데요. 부 사장님, 오후 네시예요. 같은 반 아이들은 이미 다 집에 돌아갔고 콩이만 남았어요. 언제 콩이 데리러 오실 거예요?”
  • 그제서야 부태영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저음의 목소리로 조용하게 말했다.
  • “지금 미팅 중이야. 두 시간 후에 끝날 거 같아, 콩이 좀 맡아줘.”
  • 말이 끝나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 “…”
  • 서아름은 터무니가 없었으며 어떻게 이렇게 아빠 노릇을 할 수 있지? 콩이가 부태영의 친 자식이 아니라 주워 온 자식이 아닐까 의심했다. 부태영은 자신이 콩이를 납치할까 두렵지도 않은 건가? 서아름은 처진 눈으로 자신의 옆에서 책가방을 메고 똘망똘망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꼬맹이에게 몸을 낮추어 부드럽게 얘기했다.
  • “아빠가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어 다 해결하고 콩이 데리러 온다고 하니까 선생님이랑 주위에서 놀고 있을까?”
  • 꼬맹이는 자주 있는 일인 듯 전혀 속상해 하지 않고 작은 두 손으로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 “좋아요! 선생님 집에서 놀면 안 돼요?”
  • 서아름은 꼬맹이의 손을 잡고 유치원을 나오면서 꼬맹이의 말을 듣더니 되물었다.
  • “응? 우리 집에? 하지만 우리 집에는 놀 것이 없어.”
  • “저는 그냥 아름 이모 집을 가고 싶을 뿐이에요! 혹시 아줌마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아름 이모의 집으로 가면 되잖아요!”
  • 서아름은 입가에 미소를 띠더니 꼬맹이가 도망칠 줄도 알고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 “혹시라도 어떤 아줌마가 콩이를 괴롭히면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선생님에게 전화해, 혼자 돌아다니다가 잃어버리면 큰일 나, 알았지?”
  • “아름 이모, 저에게 아름 이모의 전화번호를 주실 수 있나요?”
  • 서아름은 생각도 안 하고 흔쾌히 승낙했다.
  • “그래.”
  • 꼬맹이는 자신의 팔목에 찬 스마트 워치를 서아름에게 보여주었다.
  • “아름 이모, 전화번호를 여기에 입력해 줘요, 그럼 제가 전화할 수 있어요!”
  • 서아름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해 넣었다.
  • “입력했어.”
  • 서아름은 꼬맹이의 손을 잡고 유치원을 나오면서 KFC가게를 지나 가던 중 꼬맹이가 가게 앞에 멈춰 배를 만지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하며 꼬맹이를 바라보았다.
  • “배고파? KFC 먹고 싶어?”
  • 꼬맹이는 머리를 끄덕였다.
  • “네. 아름 이모, 저 KFC 먹어도 돼요?”
  • “당연하지, 들어가자.”
  • KFC에 들어서자 서아름은 콩이에게 키즈 세트를 시켜주고는 자신이 먹을 콜라와 햄버거를 시키고 나서는 꼬맹이가 허겁지겁 치킨 너겟을 먹는 것을 보고 의문이 들어 물었다.
  • “아빠가 주말에 KFC 안 사주셔?”
  • 콩이는 머리를 저으면서 기름 가득 묻은 두 손으로 음료수를 마시더니 말했다.
  • “아빠가 KFC를 먹으면 건강에 안 좋대요, 아빠는 한 번도 콩이를 데리고 KFC를 먹어본 적 없어요.”
  • 아이들이 먹기 좋아하는 KFC는 튀김 음식으로서 비록 건강에는 안 좋지만 한 번씩 먹으면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하여 먹을만 한데 꼬맹이가 말하는 것을 보아 부태영은 콩이와 잘 놀아주지도 않는 듯 하다. 그러자 콩이가 감자 샐러드를 먹으며 서아름에게 부탁했다.
  • “아름 이모, 오늘 KFC먹은 일은 아빠에게 비밀로 해주세요. 아빠가 알면 콩이 혼날 거예요!”
  • “알았어, 우리 둘만의 비밀이니 아빠에겐 절대 얘기 안 할게.”
  • 그러더니 콩이는 갑자기 테이블 위로 아름에게로 기어가서 서아름의 볼에 뽀뽀를 하면서 감사의 표시를 하였다.
  • “고마워요, 아름 이모”
  • 서아름은 볼을 만지면서 기뻐했고 혹시 콩이의 새엄마가 되더라도 부태영과의 거래일 뿐인데 마치 콩이의 새엄마라도 된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