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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부사장님 취향이 이런 스타일이였어?

  • 이튿날 아침 10시, 부식 그룹에 들어서자마자 1층 로비에 지원서를 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더욱 이상한 일은 거의 99%가 젊고 예쁜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 서아름은 이마를 찌푸리며 오늘이 무슨 날이길래 면접 보러 온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궁금했다.
  • “실례지만, 다 면접 보러 온 거세요?”
  • 분홍색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서아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대답했다.
  • “그쪽도 면접 보러 온 거예요? 무슨 비구니 무당 같은 옷을 입으면 부태영이 좋아할 것 같아요?”
  • “…”
  • 서아름은 무의식적으로 자기의 옷차림을 보았다. 면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션으로 화이트 셔츠에 랩스커트, 심플한 3cm 구두를 신어 세련되면서도 똑똑해 보이기만 하지 전혀 비구니 무당 같지 않았다.
  • 저쪽에서 영사가 걸어와 와서 안내를 하는데,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뒤의 두 눈이 경멸의 뜻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 “부사장님은 시끄러운 여자를 제일 싫어하니 조용히 하세요, 줄을 나뉘어 서서 차례대로 저랑 엘리베이터를 타고 606층에 가서 면접을 보면 됩니다.”
  • 서아름은 상황을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는데, 뒤에 서 있던 여자는 급하게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밀었다.
  • “저기요, 안 가세요? 안 가시면 좀 비키죠?”
  • 영사는 이마를 찌푸리고 서아름과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
  • “밀긴 왜 밀어요? 66층에 올라간다고 해서 면접에 성공할 줄 알아요?”
  • 가는 내내 분위기가 기괴했고 서아름은 꽃단장한 여자들 사이에 서서 아트 디자인 팀 면접을 보는데 소개팅하는 것처럼 치장해야 하나라고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엘리베이터에서 각기 다른 메이크업을 한 여러 스타일의 미녀들은 지워지지도 않은 메이크업을 계속 덧칠했다. 엘리베이터가 66층에 도착했을 때, 드디어 문이 열리고 서아름은 또 밀려나 사람들을 따라 면접실로 갔다. 작은 투명 유리창을 통해 창 안을 확인해 보니 세 명의 심사위원, 그리고 두 명의 비서가 그들 곁에 있는데, 이 라인업으로만 해도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서아름은 부식 그룹이 예술 디자인 팀의 작은 디자이너를 뽑는 것도 이렇게 엄격한데 부장이나 본 부장을 뽑을 때는 얼마나 더 어려운 심사를 거칠지를 생각했다.
  • 서아름 뒤에 앉아있는 몇몇 여자들은 긴장해 손에 땀을 흘리며 수군거렸다.
  • “부사장님이 상경대학교에서 졸업했다고 들었는데 나는 일반 대학 졸업해서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으면 어떡하지?”
  • “학력이 뭐가 중요해, 남자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여자의 얼굴과 몸매, 그리고… 잠자리 스킬이지…”
  • 마지막 단어를 아주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으나 서아름은 똑똑히 들려 작게 웃으며 아마도 저 두 사람은 디자이너 면접을 지원한 게 아니라 여자친구를 지원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사무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그 안에서 지방시 검정 치마를 입은 여자가 걸어 나왔는데, 면접을 잘 봤는지 예쁜 얼굴에 득의양양해 하며, 팔짱을 끼고 면접을 기다리는 여자들에게 오만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 “설마 이쁘고 몸매만 좋으면 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부사장님은 보아왔던 여자가 많아 너희 같은 여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아. 부사장님은 나처럼 가문 좋고 학력 높고 머리까지 좋은 여자를 좋아하니까 미리 말해주자면 주제 파악을 잘 해둬!”
  •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여비서가 사무실에서 나오며 딱딱하고 공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 “다음 분.”
  • 서아름은 자신의 차례가 되어 흠칫하더니 크게 숨 한번 쉬고 이력서를 들고 여유롭게 사무실에 들어섰다.
  • 세 명의 심사위원 중 중앙에 앉은 금테 안경을 쓴 점잖고 예쁘게 생긴 남자가 서아름의 이력서를 힐끗 보더니 먼저 물었다.
  • “서아름? 신체 사이즈, 몸무게, 키, 신체 상태 및 가족 상태가 어떻게 되는지 자기소개하세요.”
  • 이 말을 들은 서아름은 이마를 찌푸리더니 청아하고 수려한 얼굴에 잠깐 불만이 스쳤다.
  • “부식 그룹에서는 앞에서는 여직원의 면접을 보고 뒤에서는 이런 비열한 짓을 하는 거예요? 저는 부사장님이 정직한 상인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냥 다 쇼네요. 죄송하지만, 저는 면접을 보지 않겠습니다. ”
  • 세 명의 심사위원은 서로 쳐다보면서 화가 잔뜩 난 서아름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겼다.
  • “서아름씨는 미래 부사장님 아내의 면접을 지원했는데 당연히 우리 부사장님이 서아름씨의 기본 조건을 확실히 알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 안 그러면 우리 부 사장님은 아무나하고 결혼 할 수 있겠네요.”
  • “미래 사모님?”
  • “아무래도 제가 잘못 찾은 것…”
  • 서아름의 해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면접시험이 중단되었다. 들어온 사람은 부태영의 비서 서강이었다. 서강은 중간에 앉은 심사위원 쪽으로 걸어가 둘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유 사장님, 부 사장님이 서아름 씨를 직접 면접 보시겠답니다.”
  • 유석은 금테 안경을 올리며 재밌는 듯 씩 웃었다.
  • “나는 부태영이 여자를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취향이었어?”
  • 유석은 이쪽에 서 있는 서아름을 훑어보더니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다. 서강은 서아름에게 걸어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
  • “서아름씨,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 검은색 중역 의자에 앉아 있는 부태영은 차가운 표정으로 노트북 모니터에 일시 정지된 화면을 응시했고 그 영상은 방금 서아름이 옆방에서 면접을 보던 CCTV였다. 부태영은 이른 아침에 보내온 자료와 사진을 쥐고 한 여자가 분만대에서 출산하는 흐릿한 사진 위에 날카롭게 시선을 꽂았다. 만약, 3년 전에 대리 임신한 여자가 정말로
  • 서아름 이라면…
  •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서강이 서아름을 데리고 들어왔다.
  • “BOSS, 서아름씨 오셨습니다.”
  • “먼저 나가 있어.”
  • “네.”
  • 서아름은 얼떨결에 이곳으로 끌려와 서강이 나가자,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 “부 사장님,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를 면접 지원하러 왔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요.”
  • 부태영은 손을 들어 노트북을 덮고, 시큰둥한 표정으로 조롱하듯 서아름을 보며 말했다.
  • “방금 옆방에서 나를 정직하지 않고 쇼를 한다고 했는데, 그럼 어제 연회장에서 사람들 다 보는 앞에 꼬시는 건 뭐지? 쇼를 하는 건 내가 아닌 것 같은데.”
  • 서아름의 난처한 얼굴이 빨개져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 “저는 그저 부사장님이 심연로의 철거계획을 취소하도록 부탁드리려 했는데 만약 부사장님을 오해 삼게 했다면 저의 실례인 것 같습니다.”
  • 부태영은 일어서며 긴 다리로 사무실 안의 거대한 어항 쪽으로 걸어가, 느릿느릿 하게 어항 속에 먹이를 던지며 말했다.
  • “철거계획을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서씨 가문 별장은 아예 의논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
  • 서아름은 기뻐하며 급히 되물었다.
  • “서씨 가문 별장을 보존해 준다는 말씀이신가요?”
  • 부태영은 손에 쥐고 있던 먹이를 놓더니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맑고 좋은 남자의 숨결이 가까이 다가오자 서아름은 한 발짝 물러섰지만, 한순간 잘록한 허리가 큰 손에 꽉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