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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반드시 부태영을 설득해야해!

  • 3년 후, 서울 공항. 공항 로비의 라디오에서 하나의 속보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서울 최신 경제 뉴스 속보에 의하면 부식 그룹은 심연로 일대의 모든 땅을 매수해 심연로에 대형 유흥업소를 짓는다고 전해 들었는데요 심연로 일대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주거 지역으로, 고급 아파트 단지와 별장이 많아 철거가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알려졌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저희는 부식 그룹 CEO 부태영을 이렇게 만났는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 서아름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 로비의 거대한 스크린에 시선이 끌렸다. 스크린 속 남자는 회색 수트와 흰색 셔츠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하얀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로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를 풍겨 한번 보고도 절 때 잊을 수 없을 만큼 놀랍게 아름다웠다.
  • 남자는 손가락을 겹쳐 다리를 꼰 자세로 앉아 있었고 카메라 앞에서도 여유 가득한 모습으로 옅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 “돈을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심연로 같은 부자 동네에 사는 사람도 똑같죠.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돈이 부족해서죠.”
  • 이 말을 들은 아나운서는 놀라서 감탄하는 눈빛이 스쳐 지나가며, 예의 바르게 웃으며 물었다.
  • “외람되지만 부사장님께 이 어려운 철거를 언제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지 묻고 싶습니다.”
  • 남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대답했다.
  • “일주일 안으로 부식 그룹에서 모든 주민의 문제를 해결해 이사를 완료할 수 있습니다.”
  • 스크린 화면은 남자의 얼굴에서 심연로로 바뀌며 주민들이 이사하면서 이미 많은 건물이 포클레인에 의해 뜯겨 나가 폐허가 된 모습이었다. 선글라스 뒤의 서아름의 눈이 흔들렸다. 지금 스크린에 나와 있는 심연로에 위치한 서씨 가문 별장도 철거될 예정이었다.
  • 흔들리는 화면에서 기자는 멋있게 차려입은 중년 '귀부인'에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 “신 여사님, 이 별장의 주인이신데 이미 부식 그룹과 가격 그리고 조건을 다 얘기 끝난 상태라고 전해 들었는데 맞으신가요? ”
  • 인터뷰를 받는 귀부인은 바로 서아름의 계모 신영이었다!
  • 신영은 카메라를 응시하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부식 그룹에서 준 보상은 아주 후했고 우리 집에서 부식 그룹과 적대할 리도 없어요. 우리는 오늘 바로 짐을 정리해서 이사 준비를 시작 할 거예요.”
  • 서아름은 검은 스카프에 묶인 유골함을 품에 안고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는 눈빛이 차가워지며 3년 전에는 그 집에 돌아가지 못했지만 3년 후인 지금, 별장으로 돌아가려는 그녀를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결심했다. 그 별장은 단순한 부자 동네의 별장이 아니라 아버지 마지막의 안식처였다. 서아름은 주먹을 꽉 쥐더니 트렁크를 끌며 빠르게 공항을 나왔다. 6월 서울의 하늘은 그녀가 이 도시를 떠났던 그 추운 밤과는 딴판으로 끝없이 맑고 푸르렀다. 그녀는 머리를 들어 뜨거운 태양을 보며 손을 뻗어 유골함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 ‘아버지, 3년이나 지났지만, 꼭 집에 모셔다드릴게요.’
  • 갑자기 자동차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하얀 polo 차의 주인은 머리를 내고 그녀를 향해 흥분한 듯 손을 흔들었다.
  • “아름아, 여기!”
  • 서아름은 씩 웃더니 트렁크를 끌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차에 올라탔다. 여율은
  • 서아름이 차에 타자마자 선글라스를 벗으며 원망했다.
  • “너는 의리도 없니! 우리 좋은 친구 맞아? 3년 전 말도 없이 파리에 가서 너 때문에 몇 년 동안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데!”
  • 3년 전의 그 일이 생각나, 그녀의 눈빛에 쓸쓸함이 스쳐 지나가더니 곧바로 웃으면서 대답했다.
  • “지금 내가 돌아왔잖아? 그때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어.”
  • 여율은 서아름을 안쓰러워하며 바라보았다.
  • “3년 동안 많이 힘들었지? 서씨 가문의 애지중지 하는 딸 이였는데 계모와 동생에게 이 지경까지 몰리다니, 너 너무 많이 말랐어. ”
  • 서아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아냐. 나도 나중에야 발견했지만, 그때 아버지는 무슨 일 있을까 봐 내 계좌에 미리 이억 원을 남겨 두신 것 같아.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파리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데는 충분했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일부 회사에 원고를 보내서 원고료도 많이 받아서 생활이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었어.”
  • 여율은 운전하면서 말했다.
  • “맞다, 아직 집 못 구했지. 어차피 집에 방이 두 개 있는데 나 혼자 사니까 네가 오면 월세도 같이 부담할 수 있고.”
  • 만약 월세를 안 받으면 서아름이 같이 살기 난처해하는 것을 아는 여율은 자신을 거절하지 못할 이유를 생각했다.
  • “그래. 근데 여 씨 집안 따님이 언제 월셋집 필요했다고! 솔직히 얘기해 가족이랑 싸웠어?”
  • 여율은 차로 꽉 막힌 길을 보고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 “말도 마, 우리 엄마가 하도 선보라고 졸라서 정말 견딜 수 없어서 집에서 나왔어. 그런데 더 한 건 엄마가 내 생활비를 다 끊었어. 말이 돼? 맞다, 아직 취업 못 했지?”
  • “응.”
  • 서아름은 이마를 찌푸리며 계속해서 말했다.
  • “국내의 미술 업계에 적응 못할지도 몰라.”
  • 여율은 득의양양한 듯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 “아가, 진짜 기막힌 일을 소개해줄까?”
  • “내 전공에 맞으면 당연히 좋지.”
  • “당연하지! 근데 오늘은 나랑 저녁 연회에 참가해야 돼.”
  • 여율이 건네준 초대장을 훑어보더니 게스트 이름 란에 부태영의 이름을 보았다. 심연로 땅를 매수한 부식 그룹의 사장님도 오늘 밤의 연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 서아름은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
  • “율아, 부태영이라는 사람 혹시 알아? ”
  • 여율은 멈칫하더니 서아름을 신기해하며 쳐다봤다.
  • “아름아, 너까지 부태영을 좋아하는 거야? 10m 밖에 있어도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에 얼려 죽을 수 있다는 소문이 장난 아니게 많아. 부태영을 좋아하는 대부분 서울 여자들은 거의 다 얼어 죽었어. 만약에 남자친구 만나고 싶으면 우리 오빠 소개해줄게! 우리오빠는 완전 훈남이야.”
  • 여율은 천 년 동안 얼린 얼음처럼 차가운 작은 삼촌을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 했다. 하지만…혹시라도 두 사람이 정말로 눈이 맞아 연애한다면 작은 삼촌이 연애하는 모습이 어떤지는 매우 궁금했다. 서아름은 그 남자를 방금 방송에서 아주 잠깐 봤지만, 절대로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첫인상을 받았는데 역시나. 하지만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고 서씨 가문 별장을 지키기 위해 무슨 대가를 치르던 부태영을 설득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