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 밖에는 명품의 한정판 럭셔리 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연회장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귀한 신분인 부자 아니면 지위가 높은 사람, 회사의 사장님 또 아니면 상속녀였다. 물론 서울의 소문난 세력을 잃은 서씨 가문의 딸 서아름과 같은 예외도 있었다. 지나간 지 오래된 일이어도 사람들의 마음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여율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길쭉한 모습의 남자를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서아름에게 말했다.
“저 사람이 부태영이야. 지금 가서 얘기해 볼래? 그런데 아름아, 잘 생각해 보고 가는 게 좋을 거야.”
그 남자의 주변에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엘리트 여인들로 둘러싸여 화려하고 빛났다.
서아름은 심호흡한 번 하더니 입가엔 미소를 띤 채 샴페인을 들고 바로 걸어가려 했지만 여율에게 덥석 잡혔다.
“그냥 이렇게 가려고? 저 옆에 있는 가식적인 천박한 여자들을 봐, 다들 upup! 인 데 넌 바로 아웃이야. ”
여율은 가슴을 쑥 내밀고 서아름의 드레스 옷깃을 힘껏 잡아 아래로 당기더니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율은 부끄러워하며 귀가 빨개진 서아름에게 힘내라는 제스처를 하며 말했다.
“나만 믿어. 가슴골이 보이면 잘될 거야.”
서아름은 용기를 내어 긴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천천히 걸어갔다. 서아름이 부태영에게 걸어가는 것을 본 사람들은 의아해하고 경멸로 가득했다.
“이 여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나 기억났어. 나 쟤 본 적 있는데 3년전 부도난 서씨 가문의 딸이야! ”
“그래?… 쟤네 아버지가 투신자살해서 머리가 터지고 피가 철철 흘렀대… 서씨 가문이 엄청 비참했지… ”
“그리고 계모와 그 집 딸이 쟤를 집에서 쫓아내는 바람에 빈털터리로 나왔대.”
“오랫동안 사라졌다가 감히 또 이 바닥에 다시 나타나? 털 뽑힌 봉황은 닭만도 못하다는 얘기를 모르나?”
귓가의 그 요란한 의논 소리에 서아름은 등을 더욱더 곧게 폈다.
서아름은 비록 밑바닥까지 추락했지만 아무도 그녀가 부태영을 설득하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유리 등불 아래 샴페인을 들고 돌아선 남자의 차가운 눈빛은 그에게 다가오는 여자를 향했다.
“부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서아름입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서아름은 예의 바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요청했지만 남자는 그녀의 손바닥을 차갑게 쳐다보더니 샴페인을 마시며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서아름은 화나거나 난처해하는 모습 없이 계속해서 부드럽게 말했다.
“부사장님, 심연로의 땅을 매수하신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저의 아버지의 별장도 그 길에 있는데 한 번만 봐주시면…”
서아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태영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무덤덤하게 돌아서서 지나가려 했다. 그것을 본 서아름은 다급해하며 계속해서 말했다.
“부사장님, 바쁘신 거 알고 있지만 5분만 시간 주시면 안 될까요?”
남자의 옆모습은 유리 등불 아래에 비추어 더욱더 차갑고 무정해 보였다.
“내가 왜 너에게 5분을 줘야 하는데?”
사람들은 서아름이 망신당하는 모습을 보려 쳐다보고 있었다.
비록 서아름은 자신 없지만, 오히려 평온한 모습으로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은 미소를 머금으며 부태영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가늘고 하얀 팔은 대담하게 그의 목을 감쌌다. 그녀는 부태영의 귓가에 바람을 불며 적절하게 유혹하며 말했다.
“부사장님만 괜찮으시다면 우리는 밤새도록 의 시간이 있어요.”
평소에 서아름은 이런 꼼수를 제일 싫어했지만, 오늘 밤은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을 써야만 했던 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경멸했지만 큰마음을 먹고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부태영은 머리를 돌려 빨개진 그녀의 청초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서아름씨, 저랑은 초면이 아닌 거 같네요.”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3년 전, 이 여자는 일부러 자기 차에 치인 것 같았다.
서아름은 그 말을 이해 못 하여 미간을 약간 찌푸렸고 부태영의 목을 감싸던 손은 남자에게 떼여져 버렸다. 서아름은 포기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고, 일부러 발걸음을 멈춘 남자 때문에, 서아름은 그의 넓은 등에 코를 박았고 하이힐을 신은 두 발로 겨우 중심을 잡았다.
“부사장님, 그 별장은 저한테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제발…”
뒤돌아본 부태영은 서아름의 빨갛고 막막해하는 눈망울을 보고 인내하며 그녀 앞에 서더니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일부러 가슴골이 드러나게 내린 그녀의 드레스를 잡아 들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
“다 내려놓지 못할 거면 자중해야지.”
그 말투는 동정심이 담긴 말투가 아니라 단지 뼈저리게 차갑기만 했다. 불빛 아래 굳어버린 서아름은 떠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사람들의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당했다.
“내 말이, 부 사장님이 쟤를 마음에 들어 할 리 없잖아.”
“그러니까, 저번 달에 톱스타 연희도 거절했는데 밑바닥까지 추락한 서씨 가문의 딸을 상대할 리 없지.”
옆에서 음식 코너에 있던 여율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즉시 달려와 서아름을 껴안고 빠른 걸음으로 연회장을 나갔다.
여율이는 가슴을 치며 맹세했다.
“저런 사람들을 상대하지 마. 별장 때문에 부태영에게 접근한 거잖아? 걱정 말고 나한테 맡겨.”
“율아, 나는 괜찮아. 부태영에게 모욕을 당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일주일 안에 부식 그룹의 철거공사를 막지 못할까 봐 걱정이야.”
여율은 어깨로 서아름을 밀며 말했다.
“세상일은 모르는 거야. 부태영이 너희 집 별장만 철거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이 얘기는 그만하자. 참, 낮에 네가 나한테 기막힌 일을 소개해 준다고 했잖아. 그게 어느 회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