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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부 회장님, 5분만 주세요

  • 저녁 8시, 여율은 서아름을 데리고 화려하게 차려입고 저녁 연회에 참석했다.
  • 연회장 밖에는 명품의 한정판 럭셔리 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연회장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귀한 신분인 부자 아니면 지위가 높은 사람, 회사의 사장님 또 아니면 상속녀였다. 물론 서울의 소문난 세력을 잃은 서씨 가문의 딸 서아름과 같은 예외도 있었다. 지나간 지 오래된 일이어도 사람들의 마음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 여율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길쭉한 모습의 남자를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서아름에게 말했다.
  • “저 사람이 부태영이야. 지금 가서 얘기해 볼래? 그런데 아름아, 잘 생각해 보고 가는 게 좋을 거야.”
  • 그 남자의 주변에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엘리트 여인들로 둘러싸여 화려하고 빛났다.
  • 서아름은 심호흡한 번 하더니 입가엔 미소를 띤 채 샴페인을 들고 바로 걸어가려 했지만 여율에게 덥석 잡혔다.
  • “그냥 이렇게 가려고? 저 옆에 있는 가식적인 천박한 여자들을 봐, 다들 upup! 인 데 넌 바로 아웃이야. ”
  • 여율은 가슴을 쑥 내밀고 서아름의 드레스 옷깃을 힘껏 잡아 아래로 당기더니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여율은 부끄러워하며 귀가 빨개진 서아름에게 힘내라는 제스처를 하며 말했다.
  • “나만 믿어. 가슴골이 보이면 잘될 거야.”
  • 서아름은 용기를 내어 긴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천천히 걸어갔다. 서아름이 부태영에게 걸어가는 것을 본 사람들은 의아해하고 경멸로 가득했다.
  • “이 여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나 기억났어. 나 쟤 본 적 있는데 3년전 부도난 서씨 가문의 딸이야! ”
  • “그래?… 쟤네 아버지가 투신자살해서 머리가 터지고 피가 철철 흘렀대… 서씨 가문이 엄청 비참했지… ”
  • “그리고 계모와 그 집 딸이 쟤를 집에서 쫓아내는 바람에 빈털터리로 나왔대.”
  • “오랫동안 사라졌다가 감히 또 이 바닥에 다시 나타나? 털 뽑힌 봉황은 닭만도 못하다는 얘기를 모르나?”
  • 귓가의 그 요란한 의논 소리에 서아름은 등을 더욱더 곧게 폈다.
  • 서아름은 비록 밑바닥까지 추락했지만 아무도 그녀가 부태영을 설득하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유리 등불 아래 샴페인을 들고 돌아선 남자의 차가운 눈빛은 그에게 다가오는 여자를 향했다.
  • “부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서아름입니다.”
  •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서아름은 예의 바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요청했지만 남자는 그녀의 손바닥을 차갑게 쳐다보더니 샴페인을 마시며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 서아름은 화나거나 난처해하는 모습 없이 계속해서 부드럽게 말했다.
  • “부사장님, 심연로의 땅을 매수하신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저의 아버지의 별장도 그 길에 있는데 한 번만 봐주시면…”
  • 서아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태영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무덤덤하게 돌아서서 지나가려 했다. 그것을 본 서아름은 다급해하며 계속해서 말했다.
  • “부사장님, 바쁘신 거 알고 있지만 5분만 시간 주시면 안 될까요?”
  • 남자의 옆모습은 유리 등불 아래에 비추어 더욱더 차갑고 무정해 보였다.
  • “내가 왜 너에게 5분을 줘야 하는데?”
  • 사람들은 서아름이 망신당하는 모습을 보려 쳐다보고 있었다.
  • 비록 서아름은 자신 없지만, 오히려 평온한 모습으로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은 미소를 머금으며 부태영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가늘고 하얀 팔은 대담하게 그의 목을 감쌌다. 그녀는 부태영의 귓가에 바람을 불며 적절하게 유혹하며 말했다.
  • “부사장님만 괜찮으시다면 우리는 밤새도록 의 시간이 있어요.”
  • 평소에 서아름은 이런 꼼수를 제일 싫어했지만, 오늘 밤은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을 써야만 했던 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경멸했지만 큰마음을 먹고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 부태영은 머리를 돌려 빨개진 그녀의 청초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말했다.
  • “서아름씨, 저랑은 초면이 아닌 거 같네요.”
  •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3년 전, 이 여자는 일부러 자기 차에 치인 것 같았다.
  • 서아름은 그 말을 이해 못 하여 미간을 약간 찌푸렸고 부태영의 목을 감싸던 손은 남자에게 떼여져 버렸다. 서아름은 포기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고, 일부러 발걸음을 멈춘 남자 때문에, 서아름은 그의 넓은 등에 코를 박았고 하이힐을 신은 두 발로 겨우 중심을 잡았다.
  • “부사장님, 그 별장은 저한테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제발…”
  • 뒤돌아본 부태영은 서아름의 빨갛고 막막해하는 눈망울을 보고 인내하며 그녀 앞에 서더니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일부러 가슴골이 드러나게 내린 그녀의 드레스를 잡아 들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
  • “다 내려놓지 못할 거면 자중해야지.”
  • 그 말투는 동정심이 담긴 말투가 아니라 단지 뼈저리게 차갑기만 했다. 불빛 아래 굳어버린 서아름은 떠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사람들의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당했다.
  • “내 말이, 부 사장님이 쟤를 마음에 들어 할 리 없잖아.”
  • “그러니까, 저번 달에 톱스타 연희도 거절했는데 밑바닥까지 추락한 서씨 가문의 딸을 상대할 리 없지.”
  • 옆에서 음식 코너에 있던 여율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즉시 달려와 서아름을 껴안고 빠른 걸음으로 연회장을 나갔다.
  • 여율이는 가슴을 치며 맹세했다.
  • “저런 사람들을 상대하지 마. 별장 때문에 부태영에게 접근한 거잖아? 걱정 말고 나한테 맡겨.”
  • “율아, 나는 괜찮아. 부태영에게 모욕을 당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일주일 안에 부식 그룹의 철거공사를 막지 못할까 봐 걱정이야.”
  • 여율은 어깨로 서아름을 밀며 말했다.
  • “세상일은 모르는 거야. 부태영이 너희 집 별장만 철거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 “이 얘기는 그만하자. 참, 낮에 네가 나한테 기막힌 일을 소개해 준다고 했잖아. 그게 어느 회사인데?”
  • 여율은 새침하게 윙크를 하며 대답했다.
  • “부식 그룹 제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