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냉정해진 그는 집안 상황을 돌이켜보았다. 부모님과 여동생은 며칠째 주건후의 괴롭힘을 당했는데 아내인 송지유는?
왜 계속 나타나지 않는 걸까?
아무리 마음이 변했다 해도 부모님이 전에 그녀를 그렇게 예뻐했는데 정 따위 전혀 없는 걸까?
생각에 잠겨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영 씨, 정말 돌아왔네?”
강우영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송지유였다!
그녀 옆에는 부잣집 도련님 같은 차림의 오만한 청년이 서있었다.
바로 송지유의 남동생 송지석이었다.
두 사람 뒤에는 4명의 엘리트 경호원들이 꼿꼿하게 서있었다.
5년 만에 보는 송지유는 더 어려 보이고 예뻐진 것 같았다. 얼굴이 화사하고 옷 차림새가 귀티나는 걸 보니 5년 동안 생활이 아주 윤택했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
그녀의 기고만장한 태도와 기세를 본 강우영은 그녀가 무얼 하려는지 어렴풋이 알아채고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
“내가 돌아온 건 어떻게 알았어?”
강우영이 물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요. 우리 누나는 이번에 당신과 이혼하러 온 거예요! 얼른 기어와서 이혼 협의서에 사인이나 해요!”
송지석은 강아지 부르듯 짜증을 내며 그에게 손을 까닥거렸다.
강우영의 눈에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5년 전만 해도 송지석은 그를 우상으로 여겼다. 매일 그의 곁에 붙어 동정을 구걸하는 개처럼 꼬리를 살랑이며 그를 형부라 부르며 따라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개가 주인을 물려고 하다니.
강우영은 급히 화를 내지 않고 송지유를 바라보았다.
“그런 거야?”
하지만 송지유의 냉담한 표정은 이미 송지석의 말을 묵인하는 것과 같았다. 강우영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가족들이 수모를 겪을 때 송지유가 종적을 감췄다는 것만으로 이미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송지유가 그토록 매정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송지유는 그의 앞에서 한없이 순진하고 착하고 귀여운 여자였다.
5년 전 강우영은 영남 제일 신랑감이었고 그때의 송지유 또한 가장 아름다운 나이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그날, 송지유는 강우영에게 첫눈에 반해서 맹렬하게 구애를 했다.
사귀게 된 이후에는 더더욱 혼신의 힘을 다해 결혼을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강우영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결혼에 동의했다. 비록 서두른 감이 있는 결혼이었지만 결혼 뒤 송지유는 줄곧 현모양처다운 모습이었기에 강우영도 점점 그녀를 인정했다.
그의 도움을 받아 송씨 가문은 별 볼일 없는 자그마한 집안에서 영남의 신흥 강대 세력 가문으로 발전했고 일등공신인 송지유는 미래가 더욱 밝아졌다.
심지어 해외에 있을 때 강우영은 직접 돈을 주면 사람들이 의심하고 과거 원수들의 주의를 끌게 될까 봐 몰래 송씨 가문에 경제적으로 지원했다. 송지유가 잘 될 수록 부모님과 여동생을 더 잘 챙길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보니 정말 눈이 삔 모양이다. 인간성은 너무 복잡한 것이었기에 영원히 표면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었다.
송지유는 이혼 합의서 한 부를 꺼내어 강우영에게 건네며 차갑게 말했다.
“5년 동안 어디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미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을 거야. 이 합의서에 사인을 하면 내가 2억 줄게.”
강우영이 차갑게 웃었다.
“2억? 정말 통이 크네. 겨우 2억으로 내가 너에게 준 모든 것을 퉁치겠다고? 잊지 마, 너희 송씨 가문은 내가 일으켜 세운 거야! 내가 없었으면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송지석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씨발, 말 가려서 해요! 우리 송씨 가문이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다 우리 누나의 대단한 능력 덕분이에요. 정말 당신 덕을 봤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덕을 봤다 해도 그건 과거 얘기예요! 지금 당신 꼬락서니를 좀 봐요, 거지같은 꼴을 해가지고 어디 조건을 운운할 자격이나 있어요? 2억을 주면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요! 고마운 줄 알아야지, 제기랄! 내가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강우영은 송지유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우리 가족들이 수모를 당하는 거 알고 있었어?”
송지유는 차갑게 답했다.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때? 이미 당신에게 진작 감정이 없는데 당신 가족들이 어떤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
강우영은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었다.
“너라는 여자가 이렇게 무정할 줄을 정말 몰랐어. 네가 나와 함께 있었던 게 순전히 이익만을 위했다고 쳐,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너를 친딸처럼 대했잖아! 원하는 건 다 주고 무슨 일이든 네가 원하는 대로 했어. 내 여동생은 더더욱 너를 믿고 너를 진정 가족으로 생각했어. 네 심장은 돌덩이로 만들어졌어? 세상에 이토록 무정하고 의리없는 사람이 있다니!”
여전히 냉담한 모습으로 꼼짝 않는 송지유를 본 강우영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다.
“설마… 그때 고우빈과 함께 나를 모함한 사람 중에 주건후를 제외하고 너도 있었어?! 너는 진작 나를 배신했던 거야, 맞아?”
그 말을 들은 송지유는 그제야 숨기지 못하고 당황하며 말했다.
“우영 씨,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만 내려 놔. 당신 가족들이 과거 일을 내려놓지 못하고 기어이 캐내려다 결국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당신도 봤잖아.”
강우영이 노발대발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 거야?!”
그때 고우빈에게 모함을 당했을 때 강우영은 주건후가 분명 함께 했을 거라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송지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송지유의 말은 묵인과 같았다. 그런데 일말의 죄책감 따위는 없고 협박까지 하는 그녀를 본 강우영은 더이상 살의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살기가 맹렬하게 분출되었다.
깜짝 놀란 송지유는 겁에 질린 얼굴로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 하는 거야?”
송지석이 달려와 소리를 질렀다.
“씨발, 그만해! 지금 당신 신분 똑똑히 알고 덤벼, 함부로 덤비면 내가 당신 죽여버릴 거야!”
강우영은 그를 무시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몰아세웠다.
송지석이 크게 화를 내며 강우영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이런 씨발, 죽으려고 진짜!”
강우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잔뜩 성난 눈으로 노려보았다. 눈동자에 비친 분노는 마치 활활 타오르는 지옥불 같았는데 그 모습에 송지석은 혼이 나간 것처럼 놀라고 말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네 명의 경호원이 굳은 표정으로 일제히 앞으로 다가갔다.
강우영이 엄숙하게 소리를 질렀다.
“어디 감히!”
용이 울고 호랑이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에 네 명의 엘리트 경호원들은 눈 앞이 노래지며 그대로 무릎을 털썩 꿇고 강우영 앞에 꿇어앉았다.
자신이 거금을 들여 청한 경호원들이 강우영 앞에서 꼼짝하지 못하는 것을 본 송지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잔뜩 겁에 질린 채 손을 들어올렸다.
“우영 씨, 함부로 하지 마! 지금 아무것도 없는 당신이 나를 건드렸다가 결과를 감당할 수 없을 거야!”
송지석이 말을 보탰다.
“강우영, 우리 누나는 곧 건후 형부와 약혼을 앞두고 있어. 감히 우리 누나를 건드리면 아주 비참한 말로를 맞이할 거야!”
강우영은 송지석의 입을 걷어차서 그가 입을 다물게 했다. 그리고 송지유를 빤히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모퉁이로 몰아세웠다.
벌벌 떨고 있는 송지유를 보는 강우영의 눈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
“걱정마, 너는 때리지 않을 거야. 너처럼 뼛속까지 더러운 천한 인간을 때리면 내 손만 지저분해 지잖아! 게다가 너를 그냥 이렇게 죽이면 너한테 너무 이득이잖아?”
그는 말을 하며 송지유가 들고 있던 이혼 합의서를 빼앗아갔다.
“이혼을 원한다고? 좋아!”
강우영은 거침없이 사인을 하고 송지유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오늘, 내가 너를 버린 거야!”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힘이 넘쳤다.
송지유는 갑자기 고개를 들고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 뭐라고 했어?”
강우영이 분노해서 말했다.
“네가 들은 게 맞아, 내가 이혼을 제기했고 내가 너를 버린 거야! 너처럼 무정한 여자는 나의 아내가 될 자격이 없고 우리 강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자격이 없어! 주건후와 결혼하겠다고? 결혼해. 내가 너희 부부의 무덤을 준비할 테니까!”
강우영이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켰다.
“지금 당장 꺼져!”
송지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 뭔데 나를 버려?! 강우영, 당신이 뭐라도 되는 것 같아? 당신이 5년 전에는 정말 괜찮았다는 거 나도 인정해, 하지만 그러면 뭐? 결국은 패배했잖아?! 지금은 그저 아무 쓸모도 없는 무용지물에 쓰레기일 뿐이잖아! 당신과 난 마치 거지와 왕후 같은 존재야! 나를 만날 수 있는 것도 당신에게는 행운이라고. 그런데 감히 나를 버려!?”
강우영은 냉소를 지었다.
“너는 네가 어떤 존재와 얘기하고 있는지 전혀 몰라. 송지유, 너는 시야가 너무 좁고 속도 너무 좁아. 너의 모든 것은 나에게 먼지 한 톨 같은 수준이야! 5년 전의 원한은 이내 마무리가 될 거고 너에게 준 모든 것도 하나하나 되찾을 거야. 그러니 서둘러 너의 남은 마지막 인생을 즐겨. 많이 얘기해 봐야 도움될 것도 없으니 꺼져!”
송지유는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을 덜덜 떨었다. 그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당신! 당신!”
강우영은 다시 입구를 가리켰다.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
송지유가 발을 쾅 굴렀다.
“좋아! 강우영, 어디 한 번 두고 봐! 내가 언젠가 당신과 끝장을 볼 거야!”
말을 마친 그녀는 남동생을 부축하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차로 돌아와서 강우영 앞에서 했던 자신의 행동을 떠올린 송지석은 두렵기도 하고 화도 났다.
그는 강우영이 몇 년 동안 대체 뭘 하고 살았기에 이토록 공포스러워졌는지 몰랐다. 단지 너무 바보 같았던 자신의 행동에 화가 났다.
“누나, 우리 그냥 이렇게 가는 거야? 강우영 죽일 놈이 우리에게 모욕감을 줬잖아, 나는 참을 수 없어!”
송지유는 실눈을 뜨며 차갑게 말했다.
“이 일은 건후 씨가 우리 대신 화풀이를 할 거야!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걸 보니 강우영은 틀림없이 건후 씨를 찾아 복수하려 할 거야. 밖에서 몇 년을 굴러먹었다고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감히 주씨 가문과 싸우려 하네. 그가 어떻게 죽어가는지 두고 볼 거야!”
병원 안, 송지유와 송지석이 떠나자마자 청하가 바로 돌아왔다.
“분부대로 경력이 오래 되고 평판이 좋은 간병인 세 명을 찾았으니 금방 도착할 겁니다. 만약 그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제가 다시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강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송씨 가문에 대한 모든 암묵적인 지원을 중단해. 그리고 내가 전에 투자한 모든 자금을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전부 회수해! 7일 내에 송씨 가문이 파산하는 걸 봐야겠어!”
청하는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국제적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다크 나이트 조직의 강대한 군사능력을 지탱하는 건 더할 나위 없이 풍부한 자금이었다.
송씨 그룹은 말할 것도 없었고 아무리 대단한 회사라 해도 그가 무너뜨리려 마음먹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청하는 강우영의 분부를 전달한 뒤 계속 보고했다.
“조사하라고 하셨던 주씨 가문에 관한 자료는 이미 조사를 다 마쳤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그녀는 서류 한 뭉터기를 강우영에게 건넸다.
“오늘 밤, 주건후 씨의 아버지인 주정호 씨가 주건후 씨 큰 아버지 별장에서 60세 생일 연회를 연다고 합니다. 보스의 와이… 아니, 전처 분이 오늘 밤 주건후 씨와 약혼을 할 거고요. 그리고 저희의 1차 인원은 오늘 밤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