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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10년은 너무 길고 분초를 다툴 뿐이다

  • 그 광경을 본 박훈은 고소하다는 듯 웃었다.
  • “이제는 네 놈이 어떻게 마무리할지 두고 보자, 헤헤!”
  • 하도원은 예쁘장한 미간을 찌푸리며 역겹다는 듯 말했다.
  • “사람이 대체 왜 그래? 강우영과 그의 가족들이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못 들었어? 그런데도 웃음이 나와!”
  • 걱정 가득한 얼굴로 강우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하도원은 강우영을 걱정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도원을 쳐다보던 박훈은 매우 불쾌해졌다.
  • 언짢은 마음에 비꼬려는데 계속 그에게 잘 보이려 아부하던 두 남자 일행마저 그가 너무 했다고 핀잔을 주었기에 입을 닫아걸 수 밖에 없었다.
  • 대부분 사람들 모두 강우영을 걱정했다.
  • 주씨 가문은 사람이 이렇게 많고 하나같이 고수인데 강우영은 겨우 세 명 밖에 없으니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 해도 평범한 사람인 그들이 어찌 열 배가 넘는 적을 상대할 수 있을까?
  • 강우영이 분노에 눈이 먼 나머지 바보 같은 일만 하지 않기를 바라 뿐이었다. 사내가 원수를 갚으려면 10년도 늦지 않지만 한 순간의 충동으로 목숨을 잃는다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었다.
  • 하지만 송씨 가문 사람들을 그들의 기대와 정반대였다.
  • 그들은 박훈처럼 강우영이 당장 죽어버리기를 원했고 더없이 비참하게 죽기를 바랬다. 그들은 속으로 ‘싸워라! 미친듯이 싸워라’하고 외치고 있었다.
  • 심지어 송지유와 송지석마저 똑같은 생각이었다. 송지유는 강우영이든 주건후든 함께하는 이유가 감정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권력을 이용하여 신분상승을 하려는 것 뿐이었다.
  • 그런데 지금 주건후가 모든 것을 실토했으니 송씨 가문과 주씨 가문의 혼인은 틀림없이 글렀다. 게다가 송씨 가문의 명성도 따라서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그저 강우영이 죽기만을 바랐다.
  • 이어 강우영이 뱉은 말은 송씨 오누이를 기쁘게 만들었다.
  • 그는 주정재를 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 “나는 이 세상에 와서 살아 돌아갈 생각이 없었어요!”
  • 그 말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의 결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 주정재는 실눈을 뜨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얘기했다.
  • “번거로우시겠지만 다치지 않도록 모두 정원으로 걸음을 옮기셔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 사람들 모두 일촉즉발인 싸움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경호원들이 어느새 사람들을 쫓아내고 있었다. 게다가 정말 다칠까 걱정되었기에 모두 그의 말대로 야외 정원으로 물러났다.
  • 강우영 곁을 지나가던 하도원이 참지 못하고 나지막하게 귀띔했다.
  • “강 사장님, 사내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세요?”
  • 강우영은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 “10년은 너무 길어요, 나는 분초만 다툴 뿐이에요.”
  • 하도원은 안타까운 듯 가볍게 탄식하고 고개를 저으며 떠났다.
  • 사람들이 모두 물러나자 주정재는 사람을 시켜 대문을 닫으라 하고 강우영에게 소리를 질렀다.
  • “다시 한 번 선택할 기회를 준다! 너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 해도 너희 부모님과 여동생을 생각해. 오늘 네가 건후의 털끝 하나 건드리면 너희들 가족 모두 죽어도 묻힐 곳 없게 만들 거야!”
  • 많은 손님들 앞에서는 차마 할 수 없었던 말이었지만 지금은 주씨 가문 사람과 강우영 밖에 없었으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
  • 강우영이 싸늘하게 말했다.
  • “나를 협박하는 거예요?”
  • “협박이 아니라 결과를 얘기하는 거야! 나이도 꽤 먹은 사람이 아직도 이 세상을 똑바로 볼 줄 모르니 오늘 내가 제대로 교육해 줄게! 너와 너의 가족 같은 사람들은 이 사회의 가장 최하층에 있는 천민들이야! 태어날 때부터 남의 노예가 되고 괴롭힘을 받기 위해 태어난 거라고! 그리고 우리 주씨 가문은 너희 같은 천민들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야. 우리가 아무리 괴롭혀도 너희들은 그저 꾹 참아야만 하는 거라고! 더이상 참을 수 없어도 계속 참아야만 해! 너희들처럼 미천한 천민은 보복할 자격조차 없는 거야! 이게 바로 약육강식 세계의 진리야! 그게 달갑지 않다면 다음 생에 좋은 부모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나 해! 지금 당장 사람을 풀어! 아니면 난 반드시 너를 생포해서 네 앞에서 너희 가족들을 죽도록 괴롭힐 거야!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게 뭔지 제대로 느끼게 할 거야!”
  • 강우영은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웃었다.
  • “하하하하! 좋아! 아주 대단한 세계의 진리에 아주 고귀한 주씨 가문이네! 그러면 오늘 나도 당신한테 다른 세상의 진리를 알려주지! 우리 같은 하찮은 사람들도 정말 화가 나면 맹렬한 기세로 하늘땅을 뒤집어 엎을 수도 있어! 제 아무리 고귀한 존재인 주씨 가문이라도 감당할 수 없을 거야!”
  • 강우영은 말을 하며 손가락으로 주건후의 혀를 꽉 움켜쥐고 확 잡아당겼다.
  • “투둑!”하는 소리와 함께 주건후의 혀가 뿌리째 뽑혀나왔다.
  • “악!”
  • 주건후의 처절한 외침소리는 마치 지옥에서 온 악귀의 포효소리 같았다.
  • 빨간 피가 주건후의 입에서 분수처럼 터져나왔다. 주변에 있던 수십명의 고수들은 참혹한 광경에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진 채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 강우영이 주정호를 향해 씩 웃었다. 그 미소는 마치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처럼 공포스러웠다.
  • “주 부총장님, 생일 선물이 마음에 드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