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강우영은 일처리를 할 때 항상 정정당당하고 절대 권력을 믿고 사람을 괴롭히지 않아. 주건후,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왜 너를 찾아왔는지 얘기해.”
강우영은 말을 하며 주건후의 목을 잡고 있는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주건후는 그의 손이 목을 점점 조여오는 것 같았다. 이내 강한 질식감을 느낀 그가 다급하게 말했다.
“내가 얘기할게! 얘기할게! 내가, 내가 잘못했어. 내가 당신의 부모님과 여동생을 다치게 했어. 내가 잘못했으니 사과할게. 나를 놓아줘, 제발 놓아줘.”
“그들을 어떻게 다치게 했는데? 왜 그들을 다치게 했는지 곧이곧대로 전부 다 얘기해.”
“나… 나…”
주건후는 더듬거리기만 할 뿐 말을 하지 못했다. 주건후 자신조차 그가 한 짓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귀공자 같은 이미지였던 그가 손님들 앞에서 사실을 얘기한다면 자신의 이미지가 망가질 뿐만 아니라 집안 명성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당연히 그걸 알고 있는 주정호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강씨 라고 했죠? 강 사장님, 우리 아들하고 어떤 원한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내 생일이에요. 지금 사람을 풀어주면 뭐든 상의할 수 있어요. 내가 약속할게요. 만약 우리 아들이 정말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내가 꼭 당신을 위해 정의를 되찾아 줄게요!”
사람들은 둘째 아들은 저 지경이 되고 큰 아들은 목이 잡혀있는데도 저런 말을 하는 주정호의 넓은 아량에 탄복하며 의논이 분분했다.
“주 부총장님은 정말 아량이 넓으시다니까. 나였으면 진작 사람을 불러서 저 놈을 죽여버렸을 거야!”
“한 도시의 부총장 자리까지 올라가신 분은 역시 대단해! 이토록 공평하고 공정한 장관님이 계시니 우리가 살기 더 좋아지지 않겠어요?”
심지어 강우영을 향해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이봐, 주 부총장님께서 이렇게까지 얘기하시는데 주제를 알고 얼른 사람을 풀어줘!”
그들이 어찌 주정호는 단지 이 곳에서 소란이 크게 일면 주씨 가문의 명성과 그의 앞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걱정한다는 걸 알 수 있을까.
비록 오늘 손님들은 대부분 전체적인 실력이 주씨 가문보다 훨씬 못한 사람들이었지만 주씨 가문과 대등한 실력의 강대한 가문도 있었다. 그리고 표운형처럼 주씨 가문마저도 아부하면서 빌붙으려는 큰 인물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는 일단 상황을 진정시키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선비처럼 넓은 아량을 보여줘야 했다. 나중에 사적으로 다시 방법을 강구하여 강우영을 죽이거나 병신으로 만들어서 다시는 부활조차 하지 못하도록 지옥에 처넣을 것이다.
하지만 강우영은 그에게 넘어가지 않고 차갑게 웃었다.
“주정호 씨, 주씨 가문에서 온갖 나쁜 짓을 다 했으면서 내가 먼저 도발하려 찾아온 것처럼 말하네요. 허!”
한 손으로 주건후의 목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주건후의 귀를 잡은 그는 마치 솜사탕을 찢듯이 찢었다.
순간 피가 뚝뚝 흐르고 주건후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말해!”
강우영이 고함을 질렀다.
“그래! 내가 말할게! 말하면 되잖아!”
이런 극심한 고통을 도무지 참을 수 없었던 주건후는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내가 사람을 보내 당신 부모와 여동생을 잡아놓고 그들을 쇠사슬로 묶은 채 집에 감금시켜놨어. 그리고 그들더러 자신의 분뇨 속에서 생활하게 하면서 물과 밥도 먹이지 않고 매일 찾아가서 괴롭혔어. 내가 이렇게 한 건 당신의 아내, 아니, 전처 송지유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전에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마음이 움직인 내가…”
주건후는 어떻게 송지유를 유혹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송지유, 고우빈과 담합해서 강우영을 모함했는지, 또 왜 강우영 가족들을 괴롭혔는지에 대한 이유를 곧이곧대로 얘기했다.
송지유 오누이와 송씨 가문 사람들, 주씨 가문 사람들 모두 안색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 손님들의 눈빛이 이제는 혐오, 분노, 공포로 완전히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참지 못하고 강우영을 매섭게 노려보는 그들 눈에는 끝없는 원망이 가득했다. 만약 눈빛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강우영은 이미 수천 수백번을 죽었을 것이다.
강우영은 그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계속 주건후를 몰아세웠다.
“그리고? 네 부하한테 어떻게 하라고 시켰어? 내 여동생이 왜 입원했어?”
“왜냐하면, 왜냐하면 내가 그들에게 당신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당신 여동생의 살을 도려내라고 했기에 수모를 견디지 못한 당신 여동생이 혀를 깨물고 결국…”
그 말에 주위가 떠들썩해졌다.
앞서 주건후가 말한 일들만 해도 이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충분히 놀라게 만들었는데 사람을 시켜 부모님 앞에서 여동생을 잔혹하게 고문하다니…
어린 여자아이를 그렇게 학대하다니. 짐승들도 이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순간 사람들은 주정호가 왜 관대한 척 그런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진상을 알게 될까 숨기려는 가식적인 행동에 불과했다.
동시에 강우영이 왜 이렇게 하늘을 찌르는 분노를 띈 채 직접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지 알게 되었다.
이런 일은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면 정의감이 흐르는 그 누구라도 절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강우영에 대한 반감이 사라지고 되려 그에게 공감하거나 심지어 존경심이 생겼다.
바꿔놓고 생각해서 만약 자신의 가족들이 주씨 가문의 괴롭힘을 당했다면 그들은 자신이 아무리 화가 났다 해도 직접 찾아와서 복수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건 엄청난 용기와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했다.
반대로 주건후, 심지어 주씨 가문 사람들에 대한 호감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만약 주씨 가문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건드리지 못하는 것만 아니면 그들을 강우영에게 도움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도 갖고 있었다.
강우영이 주정호를 쳐다보았다.
“나에게 정의를 되찾아 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오늘 찾아온 목적이 바로 정의를 되찾기 위한 거예요. 사람들도 보고 있는데 어떻게 할 거예요?”
주정호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큰 소리로 말했다.
“허튼 소리!”
그는 사람들을 향해 마주섰다.
“여러분들에게 장담하건대 저의 아들은 절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방금 그 말은 아들이 강씨 이 자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꾸며낸 것입니다. 전부 다 거짓이에요!”
사람들은 그의 말을 시큰둥하게 여기며 믿는 사람이 몇 명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주정호의 얼굴은 분노로 인해 잔뜩 일그러졌다. 그는 주씨 가문의 명성이 끝장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강우영을 노려보며 엄숙하게 질문했다.
“너 대체 누구야? 왜 수단을 가리지 않고 우리 주씨 가문을 모함하려 하는 거야? 누가 너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어?!”
강우영은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만약 주정호가 정말 그가 말했던 것처럼 공평하고 공정하고 최대한의 성의를 표시해서 그의 정의를 찾아주려 했다면 강우영은 주건후에게만 복수하고 다른 사람들은 끌어들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정호는 지금 사건의 연유를 알고서도 일말의 죄책감 따위는 없이 되려 비난을 퍼부으면서 그를 궁지로 몰아넣으려 했다. 역시 주씨 가문 인간들은 전부 한통속이었다. 그렇다면 더 얘기할 것도 없었다.
“당신이 나의 정의를 되찾아줄 수 없다면 내가 직접 찾을게요! 나는 평생 피는 피로 갚는다는 말을 굳게 믿어왔어요!”
그가 말을 마치자 무서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넓은 별장 홀 안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것 같았다.
주정호는 부들부들 떨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너 뭐 하려는 거야?”
강우영이 사악하게 웃었다.
“오늘은 당신의 생일이자 당신 아들과 나의 전처가 약혼하는 좋은 날이라는데 당연히 제일 좋은 선물을 해야죠. 세가지 경사를 만들어 줄게요.”
말을 하며 손에 힘을 주자 주건후는 순간 숨이 막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랐고 혀도 길게 내밀었다.
강우영이 그의 혀를 움켜쥐었다.
“내 여동생이 혀를 깨물고 자결하다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어요. 그러니 감사의 뜻으로 당신 아들의 혀를 선물할게요.”
그리고 송씨 가문 사람들을 바라봤다.
“주정호 씨의 아들, 송지유의 예비신랑, 당신들의 금두꺼비 사위.”
그 말을 들은 송씨 가문 사람들과 주씨 가문 사람들 모두 소름이 끼쳤다.
주정호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너… 안 돼!”
주정호의 큰 형 주정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감히?!”
강우영은 차갑게 답했다.
“내가 왜 감히 못하겠어요?!”
주정재가 외쳤다.
“전부 다 들어와!”
“촤르륵!”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한 무리의 검은 옷 차림의 체형이 건장한 경호원들이 물 밀 듯 밀려들어왔다.
1층에 도착해서 심상치 않다는 걸 발견한 주정재는 바로 연락해서 사람들 불렀다. 비록 시간이 급박하긴 했지만 주씨 가문은 힘이 강대했기에 잠깐 사이에 수백 명이 모였다.
수백 명 전부 실력이 특전사에 뒤지지 않는 고수들이었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포위망을 형성하여 강우영 일행 세 명을 겹겹이 포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