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으로 번쩍이는 넓은 홀 안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웨이터들이 트레이를 들고 손님들에게 술과 디저트를 제공했다.
강우영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주건후와 주정호 등 주씨 가문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층에서도 인기척이 들리자 그들이 2층에서 더 중요한 손님들을 맞이할 거라 예상하고 서두르지 않고 샴페인 한 잔을 들었다.
바로 그의 뒤에 서있던 박훈 일행은 계속 강우영을 주시하고 있었다.
갑자기 박훈 옆에 있던 일행 한 명이 놀라며 말했다.
“와, 저 사람 도미소 아냐?”
박훈 일행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꽤나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여자 연예인 도미소였다.
박훈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예뻐! 실물이 화면보다 더 예쁘네. 저 롱다리 좀 봐, 완전 미쳤어!”
옆에 있던 일행이 말했다.
“박훈 형도 외모가 뛰어나니 한 번 도전해 볼래요? 어쩌면 미인이 형한테 반해서 바로 수십년을 편히 살 수도 있잖아요!”
박훈은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자신의 정도를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재벌가 출신 연예인인데 우리 같은 일반인을 거들떠 보기나 하겠어.”
말을 하던 그때 도미소가 빠른 걸음으로 그를 향해 걸어왔다.
일행이 흥분하며 말했다.
“미친, 박훈 형. 도 탑스타가 형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기회가 왔어요!”
박훈은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는 속으로 여신이 말을 걸면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궁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미소는 강우영 옆에 걸음을 멈추더니 곧장 손을 내밀고 강우영의 팔짱을 꼈다.
“미친!”
박훈의 일행 모두 더할 나위 없이 놀랐다.
박훈은 벌레 씹은 기분이었다.
제기랄, 여신이 어떻게…
다 망해빠진 무용지물인 그가 대체 뭐라고!
하지만 강우영은 이내 귀찮은 듯 도미소를 밀쳐냈다.
박훈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뭐 하는 거예요? 왜 내가 무서운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래요!”
도미소는 화가 난 듯 강우영을 노려보며 다시 강우영의 팔짱을 꼈다.
“주기영 그 자식이 나를 쫓아오고 있으니까 날 도와 상대해 줘요. 그가 들러붙으면 귀찮아 죽을 것 같거든요. 날 밀쳐내지 마요, 아니면 화 낼 거예요.”
“미안하지만 저는 당신을 모릅니다.”
강우영은 차가운 태도로 다시 도미소를 뿌리쳤다.
“당신!”
도미소는 화가 났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가? 재벌가 큰 아가씨에 또 한창 잘 나가는 연예인인데! 강우영에게서 패기와 위엄이 느껴지고 남자다운 카리스마가 넘치는 것을 보고 강우영을 방패로 선택했던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강우영을 선택했으니 강우영은 응당 영광으로 느끼며 그녀를 잘 보필해도 부족할 판에 감히 그녀를 내치다니!
“어디서 잘난 척 하는 거야! 내가 당신을 선택해 줬으니 뻔뻔하게 굴지 마! 3초 줄 테니 당장 내 팔짱 껴, 아니면 후회하게 만들 거니까! 3! 2! 1!”
카운트가 끝나도 강우영이 움직이지 않자 도미소는 이를 악물고 강우영의 뺨을 때리려 손을 휘둘렀다.
“퍽!”
공중에서 그녀의 손목이 동진에게 잡혔다.
“당신, 당신 뭐 하는 거야? 이거 놔! 아프잖아!”
도미소는 놀라기도 하고 무서워서 동진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인기척 소리는 이내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끓었고 인물이 훤한 남자 한 명이 달려왔다.
“미소야, 무슨 일이야? 당신, 빨리 손 놔요!”
도미소가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이 자식이랑 얘기하는데 감히 나를 무시하고 사람을 시켜 때리잖아. 빨리 사람 불러서 복수해 줘!”
남자는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이 어두워지며 강우영을 가리켰다.
“제기랄, 대체 무슨 덕을 쌓았길래 미소가 먼저 당신에게 말을 거는 거야! 미소가 당신에게 먼저 말을 한 건 당신이 전생에 쌓은 복이고 조상이 쌓은 덕이야. 그런데 주제도 모르고 덤벼! 빨리 당신의 사람에게 더러운 손 놓으라 하고 미소에게 머리 박고 사과하라고 해! 미소가 만족할 때까지 머리 박으라고! 아니면 살아서 나가기 힘들 줄 알아!”
강우영은 시덥지 않은 듯 웃었다.
“네가 주기영이야? 주건후 남동생?”
주기영이 오만방자하게 말했다.
“그래! 내가 바로 주기영이야!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손 놓고 머리 박고 사과해!”
그 모습을 본 박훈은 몰래 냉소를 지었다.
‘망할 것, 잘난 척 하더니 제대로 걸렸지? 어떻게 죽어서 나가는지 두고 볼 거야!’
홀의 다른 쪽, 막 2층에서 내려온 송지유와 송지석 두 사람도 인기척에 눈길을 돌렸다.
“누나, 저 인간 역시나 누가 말처럼 주씨 가문에 복수하러 왔네, 하하. 오늘 밤 무조건 볼품없이 죽을 거야! 오늘은 누나에게 큰 경사가 있는 날인데 저 인간이 또 죽으러 직접 제 발로 찾아왔으니 겹경사겠어!”
송지석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송지유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웃기만 할 뿐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강우영이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보고 싶었다.
강우영이 동진에게 손을 까닥했다.
“놔 줘.”
주기영이 냉소를 지었다.
“그래야지. 그래도 눈치는 있네, 아니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우영이 동진에게 말했다.
“저 사람 무릎 꿇리고 머리 박게 해.”
주기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그만 멍해졌다.
“당신, 뭐라는 거야?”
동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두 손을 주기영 어깨에 올리고 힘껏 눌렀다. 주기영은 커다란 산이 머리 위에서 누르는 느낌에 다리가 풀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동진은 그의 머리를 잡고 바닥에 쾅쾅 내리 찧었다.
“쿵! 쿵! 쿵!”
바닥은 이내 선혈이 낭자했다. 동진은 1%도 안 되는 힘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아니면 주기영의 머리는 진작에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방금까지도 떠들썩하던 홀은 삽시에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주기영이 마늘 찧듯 머리를 박는 소리만이 망치소리처럼 한 번 또 한 번 사람들의 가슴을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