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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 금빛으로 번쩍이는 넓은 홀 안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웨이터들이 트레이를 들고 손님들에게 술과 디저트를 제공했다.
  • 강우영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주건후와 주정호 등 주씨 가문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층에서도 인기척이 들리자 그들이 2층에서 더 중요한 손님들을 맞이할 거라 예상하고 서두르지 않고 샴페인 한 잔을 들었다.
  • 바로 그의 뒤에 서있던 박훈 일행은 계속 강우영을 주시하고 있었다.
  • 갑자기 박훈 옆에 있던 일행 한 명이 놀라며 말했다.
  • “와, 저 사람 도미소 아냐?”
  • 박훈 일행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꽤나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여자 연예인 도미소였다.
  • 박훈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정말 예뻐! 실물이 화면보다 더 예쁘네. 저 롱다리 좀 봐, 완전 미쳤어!”
  • 옆에 있던 일행이 말했다.
  • “박훈 형도 외모가 뛰어나니 한 번 도전해 볼래요? 어쩌면 미인이 형한테 반해서 바로 수십년을 편히 살 수도 있잖아요!”
  • 박훈은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자신의 정도를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 “그녀는 재벌가 출신 연예인인데 우리 같은 일반인을 거들떠 보기나 하겠어.”
  • 말을 하던 그때 도미소가 빠른 걸음으로 그를 향해 걸어왔다.
  • 일행이 흥분하며 말했다.
  • “미친, 박훈 형. 도 탑스타가 형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기회가 왔어요!”
  • 박훈은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는 속으로 여신이 말을 걸면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궁리하고 있었다.
  • 그런데 도미소는 강우영 옆에 걸음을 멈추더니 곧장 손을 내밀고 강우영의 팔짱을 꼈다.
  • “미친!”
  • 박훈의 일행 모두 더할 나위 없이 놀랐다.
  • 박훈은 벌레 씹은 기분이었다.
  • 제기랄, 여신이 어떻게…
  • 다 망해빠진 무용지물인 그가 대체 뭐라고!
  • 하지만 강우영은 이내 귀찮은 듯 도미소를 밀쳐냈다.
  • 박훈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 “뭐 하는 거예요? 왜 내가 무서운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래요!”
  • 도미소는 화가 난 듯 강우영을 노려보며 다시 강우영의 팔짱을 꼈다.
  • “주기영 그 자식이 나를 쫓아오고 있으니까 날 도와 상대해 줘요. 그가 들러붙으면 귀찮아 죽을 것 같거든요. 날 밀쳐내지 마요, 아니면 화 낼 거예요.”
  • “미안하지만 저는 당신을 모릅니다.”
  • 강우영은 차가운 태도로 다시 도미소를 뿌리쳤다.
  • “당신!”
  • 도미소는 화가 났다.
  • 그녀가 어떤 사람인가? 재벌가 큰 아가씨에 또 한창 잘 나가는 연예인인데! 강우영에게서 패기와 위엄이 느껴지고 남자다운 카리스마가 넘치는 것을 보고 강우영을 방패로 선택했던 것이다.
  •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강우영을 선택했으니 강우영은 응당 영광으로 느끼며 그녀를 잘 보필해도 부족할 판에 감히 그녀를 내치다니!
  • “어디서 잘난 척 하는 거야! 내가 당신을 선택해 줬으니 뻔뻔하게 굴지 마! 3초 줄 테니 당장 내 팔짱 껴, 아니면 후회하게 만들 거니까! 3! 2! 1!”
  • 카운트가 끝나도 강우영이 움직이지 않자 도미소는 이를 악물고 강우영의 뺨을 때리려 손을 휘둘렀다.
  • “퍽!”
  • 공중에서 그녀의 손목이 동진에게 잡혔다.
  • “당신, 당신 뭐 하는 거야? 이거 놔! 아프잖아!”
  • 도미소는 놀라기도 하고 무서워서 동진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인기척 소리는 이내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끓었고 인물이 훤한 남자 한 명이 달려왔다.
  • “미소야, 무슨 일이야? 당신, 빨리 손 놔요!”
  • 도미소가 화를 내며 말했다.
  • “내가 이 자식이랑 얘기하는데 감히 나를 무시하고 사람을 시켜 때리잖아. 빨리 사람 불러서 복수해 줘!”
  • 남자는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이 어두워지며 강우영을 가리켰다.
  • “제기랄, 대체 무슨 덕을 쌓았길래 미소가 먼저 당신에게 말을 거는 거야! 미소가 당신에게 먼저 말을 한 건 당신이 전생에 쌓은 복이고 조상이 쌓은 덕이야. 그런데 주제도 모르고 덤벼! 빨리 당신의 사람에게 더러운 손 놓으라 하고 미소에게 머리 박고 사과하라고 해! 미소가 만족할 때까지 머리 박으라고! 아니면 살아서 나가기 힘들 줄 알아!”
  • 강우영은 시덥지 않은 듯 웃었다.
  • “네가 주기영이야? 주건후 남동생?”
  • 주기영이 오만방자하게 말했다.
  • “그래! 내가 바로 주기영이야!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손 놓고 머리 박고 사과해!”
  • 그 모습을 본 박훈은 몰래 냉소를 지었다.
  • ‘망할 것, 잘난 척 하더니 제대로 걸렸지? 어떻게 죽어서 나가는지 두고 볼 거야!’
  • 홀의 다른 쪽, 막 2층에서 내려온 송지유와 송지석 두 사람도 인기척에 눈길을 돌렸다.
  • “누나, 저 인간 역시나 누가 말처럼 주씨 가문에 복수하러 왔네, 하하. 오늘 밤 무조건 볼품없이 죽을 거야! 오늘은 누나에게 큰 경사가 있는 날인데 저 인간이 또 죽으러 직접 제 발로 찾아왔으니 겹경사겠어!”
  • 송지석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 송지유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웃기만 할 뿐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강우영이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보고 싶었다.
  • 강우영이 동진에게 손을 까닥했다.
  • “놔 줘.”
  • 주기영이 냉소를 지었다.
  • “그래야지. 그래도 눈치는 있네, 아니면…”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우영이 동진에게 말했다.
  • “저 사람 무릎 꿇리고 머리 박게 해.”
  • 주기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그만 멍해졌다.
  • “당신, 뭐라는 거야?”
  • 동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두 손을 주기영 어깨에 올리고 힘껏 눌렀다. 주기영은 커다란 산이 머리 위에서 누르는 느낌에 다리가 풀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 동진은 그의 머리를 잡고 바닥에 쾅쾅 내리 찧었다.
  • “쿵! 쿵! 쿵!”
  • 바닥은 이내 선혈이 낭자했다. 동진은 1%도 안 되는 힘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아니면 주기영의 머리는 진작에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 방금까지도 떠들썩하던 홀은 삽시에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주기영이 마늘 찧듯 머리를 박는 소리만이 망치소리처럼 한 번 또 한 번 사람들의 가슴을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