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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절망을 느끼다!

  • 병실 밖, 강우영은 단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가족들 곁을 지켰다.
  • 이미 냉정해진 그는 집안 상황을 돌이켜보았다. 부모님과 여동생은 며칠째 주건후의 괴롭힘을 당했는데 아내인 송지유는?
  • 왜 계속 나타나지 않는 걸까?
  • 아무리 마음이 변했다 해도 부모님이 전에 그녀를 그렇게 예뻐했는데 정 따위 전혀 없는 걸까?
  • 생각에 잠겨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 “우영 씨, 정말 돌아왔네?”
  • 강우영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 송지유였다!
  • 그녀 옆에는 부잣집 도련님 같은 차림의 오만한 청년이 서있었다.
  • 바로 송지유의 남동생 송지석이었다.
  • 두 사람 뒤에는 4명의 엘리트 경호원들이 꼿꼿하게 서있었다.
  • 5년 만에 보는 송지유는 더 어려 보이고 예뻐진 것 같았다. 얼굴이 화사하고 옷 차림새가 귀티나는 걸 보니 5년 동안 생활이 아주 윤택했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
  • 그녀의 기고만장한 태도와 기세를 본 강우영은 그녀가 무얼 하려는지 어렴풋이 알아채고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
  • “내가 돌아온 건 어떻게 알았어?”
  • 강우영이 물었다.
  •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요. 우리 누나는 이번에 당신과 이혼하러 온 거예요! 얼른 기어와서 이혼 협의서에 사인이나 해요!”
  • 송지석은 강아지 부르듯 짜증을 내며 그에게 손을 까닥거렸다.
  • 강우영의 눈에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 5년 전만 해도 송지석은 그를 우상으로 여겼다. 매일 그의 곁에 붙어 동정을 구걸하는 개처럼 꼬리를 살랑이며 그를 형부라 부르며 따라다니기도 했다.
  • 그런데 이제는 그 개가 주인을 물려고 하다니.
  • 강우영은 급히 화를 내지 않고 송지유를 바라보았다.
  • “그런 거야?”
  • 하지만 송지유의 냉담한 표정은 이미 송지석의 말을 묵인하는 것과 같았다. 강우영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 가족들이 수모를 겪을 때 송지유가 종적을 감췄다는 것만으로 이미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송지유가 그토록 매정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송지유는 그의 앞에서 한없이 순진하고 착하고 귀여운 여자였다.
  • 5년 전 강우영은 영남 제일 신랑감이었고 그때의 송지유 또한 가장 아름다운 나이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그날, 송지유는 강우영에게 첫눈에 반해서 맹렬하게 구애를 했다.
  • 사귀게 된 이후에는 더더욱 혼신의 힘을 다해 결혼을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 강우영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결혼에 동의했다. 비록 서두른 감이 있는 결혼이었지만 결혼 뒤 송지유는 줄곧 현모양처다운 모습이었기에 강우영도 점점 그녀를 인정했다.
  • 그의 도움을 받아 송씨 가문은 별 볼일 없는 자그마한 집안에서 영남의 신흥 강대 세력 가문으로 발전했고 일등공신인 송지유는 미래가 더욱 밝아졌다.
  • 심지어 해외에 있을 때 강우영은 직접 돈을 주면 사람들이 의심하고 과거 원수들의 주의를 끌게 될까 봐 몰래 송씨 가문에 경제적으로 지원했다. 송지유가 잘 될 수록 부모님과 여동생을 더 잘 챙길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지금 보니 정말 눈이 삔 모양이다. 인간성은 너무 복잡한 것이었기에 영원히 표면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었다.
  • 송지유는 이혼 합의서 한 부를 꺼내어 강우영에게 건네며 차갑게 말했다.
  • “5년 동안 어디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미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을 거야. 이 합의서에 사인을 하면 내가 2억 줄게.”
  • 강우영이 차갑게 웃었다.
  • “2억? 정말 통이 크네. 겨우 2억으로 내가 너에게 준 모든 것을 퉁치겠다고? 잊지 마, 너희 송씨 가문은 내가 일으켜 세운 거야! 내가 없었으면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 송지석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 “씨발, 말 가려서 해요! 우리 송씨 가문이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다 우리 누나의 대단한 능력 덕분이에요. 정말 당신 덕을 봤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덕을 봤다 해도 그건 과거 얘기예요! 지금 당신 꼬락서니를 좀 봐요, 거지같은 꼴을 해가지고 어디 조건을 운운할 자격이나 있어요? 2억을 주면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요! 고마운 줄 알아야지, 제기랄! 내가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 강우영은 송지유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우리 가족들이 수모를 당하는 거 알고 있었어?”
  • 송지유는 차갑게 답했다.
  •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때? 이미 당신에게 진작 감정이 없는데 당신 가족들이 어떤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
  • 강우영은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었다.
  • “너라는 여자가 이렇게 무정할 줄을 정말 몰랐어. 네가 나와 함께 있었던 게 순전히 이익만을 위했다고 쳐,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너를 친딸처럼 대했잖아! 원하는 건 다 주고 무슨 일이든 네가 원하는 대로 했어. 내 여동생은 더더욱 너를 믿고 너를 진정 가족으로 생각했어. 네 심장은 돌덩이로 만들어졌어? 세상에 이토록 무정하고 의리없는 사람이 있다니!”
  • 여전히 냉담한 모습으로 꼼짝 않는 송지유를 본 강우영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다.
  • “설마… 그때 고우빈과 함께 나를 모함한 사람 중에 주건후를 제외하고 너도 있었어?! 너는 진작 나를 배신했던 거야, 맞아?”
  • 그 말을 들은 송지유는 그제야 숨기지 못하고 당황하며 말했다.
  • “우영 씨,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만 내려 놔. 당신 가족들이 과거 일을 내려놓지 못하고 기어이 캐내려다 결국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당신도 봤잖아.”
  • 강우영이 노발대발하며 소리를 질렀다.
  • “그런 거야?!”
  • 그때 고우빈에게 모함을 당했을 때 강우영은 주건후가 분명 함께 했을 거라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송지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 송지유의 말은 묵인과 같았다. 그런데 일말의 죄책감 따위는 없고 협박까지 하는 그녀를 본 강우영은 더이상 살의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 살기가 맹렬하게 분출되었다.
  • 깜짝 놀란 송지유는 겁에 질린 얼굴로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뭐 하는 거야?”
  • 송지석이 달려와 소리를 질렀다.
  • “씨발, 그만해! 지금 당신 신분 똑똑히 알고 덤벼, 함부로 덤비면 내가 당신 죽여버릴 거야!”
  • 강우영은 그를 무시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몰아세웠다.
  • 송지석이 크게 화를 내며 강우영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 “이런 씨발, 죽으려고 진짜!”
  • 강우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잔뜩 성난 눈으로 노려보았다. 눈동자에 비친 분노는 마치 활활 타오르는 지옥불 같았는데 그 모습에 송지석은 혼이 나간 것처럼 놀라고 말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 네 명의 경호원이 굳은 표정으로 일제히 앞으로 다가갔다.
  • 강우영이 엄숙하게 소리를 질렀다.
  • “어디 감히!”
  • 용이 울고 호랑이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에 네 명의 엘리트 경호원들은 눈 앞이 노래지며 그대로 무릎을 털썩 꿇고 강우영 앞에 꿇어앉았다.
  • 자신이 거금을 들여 청한 경호원들이 강우영 앞에서 꼼짝하지 못하는 것을 본 송지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그녀는 잔뜩 겁에 질린 채 손을 들어올렸다.
  • “우영 씨, 함부로 하지 마! 지금 아무것도 없는 당신이 나를 건드렸다가 결과를 감당할 수 없을 거야!”
  • 송지석이 말을 보탰다.
  • “강우영, 우리 누나는 곧 건후 형부와 약혼을 앞두고 있어. 감히 우리 누나를 건드리면 아주 비참한 말로를 맞이할 거야!”
  • 강우영은 송지석의 입을 걷어차서 그가 입을 다물게 했다. 그리고 송지유를 빤히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모퉁이로 몰아세웠다.
  • 벌벌 떨고 있는 송지유를 보는 강우영의 눈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
  • “걱정마, 너는 때리지 않을 거야. 너처럼 뼛속까지 더러운 천한 인간을 때리면 내 손만 지저분해 지잖아! 게다가 너를 그냥 이렇게 죽이면 너한테 너무 이득이잖아?”
  • 그는 말을 하며 송지유가 들고 있던 이혼 합의서를 빼앗아갔다.
  • “이혼을 원한다고? 좋아!”
  • 강우영은 거침없이 사인을 하고 송지유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 “오늘, 내가 너를 버린 거야!”
  •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힘이 넘쳤다.
  • 송지유는 갑자기 고개를 들고 화를 내며 말했다.
  • “당신, 뭐라고 했어?”
  • 강우영이 분노해서 말했다.
  • “네가 들은 게 맞아, 내가 이혼을 제기했고 내가 너를 버린 거야! 너처럼 무정한 여자는 나의 아내가 될 자격이 없고 우리 강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자격이 없어! 주건후와 결혼하겠다고? 결혼해. 내가 너희 부부의 무덤을 준비할 테니까!”
  • 강우영이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켰다.
  • “지금 당장 꺼져!”
  • 송지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 “당신이 뭔데 나를 버려?! 강우영, 당신이 뭐라도 되는 것 같아? 당신이 5년 전에는 정말 괜찮았다는 거 나도 인정해, 하지만 그러면 뭐? 결국은 패배했잖아?! 지금은 그저 아무 쓸모도 없는 무용지물에 쓰레기일 뿐이잖아! 당신과 난 마치 거지와 왕후 같은 존재야! 나를 만날 수 있는 것도 당신에게는 행운이라고. 그런데 감히 나를 버려!?”
  • 강우영은 냉소를 지었다.
  • “너는 네가 어떤 존재와 얘기하고 있는지 전혀 몰라. 송지유, 너는 시야가 너무 좁고 속도 너무 좁아. 너의 모든 것은 나에게 먼지 한 톨 같은 수준이야! 5년 전의 원한은 이내 마무리가 될 거고 너에게 준 모든 것도 하나하나 되찾을 거야. 그러니 서둘러 너의 남은 마지막 인생을 즐겨. 많이 얘기해 봐야 도움될 것도 없으니 꺼져!”
  • 송지유는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을 덜덜 떨었다. 그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 “당신! 당신!”
  • 강우영은 다시 입구를 가리켰다.
  •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
  • 송지유가 발을 쾅 굴렀다.
  • “좋아! 강우영, 어디 한 번 두고 봐! 내가 언젠가 당신과 끝장을 볼 거야!”
  • 말을 마친 그녀는 남동생을 부축하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 차로 돌아와서 강우영 앞에서 했던 자신의 행동을 떠올린 송지석은 두렵기도 하고 화도 났다.
  • 그는 강우영이 몇 년 동안 대체 뭘 하고 살았기에 이토록 공포스러워졌는지 몰랐다. 단지 너무 바보 같았던 자신의 행동에 화가 났다.
  • “누나, 우리 그냥 이렇게 가는 거야? 강우영 죽일 놈이 우리에게 모욕감을 줬잖아, 나는 참을 수 없어!”
  • 송지유는 실눈을 뜨며 차갑게 말했다.
  • “이 일은 건후 씨가 우리 대신 화풀이를 할 거야!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걸 보니 강우영은 틀림없이  건후 씨를 찾아 복수하려 할 거야. 밖에서 몇 년을 굴러먹었다고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감히 주씨 가문과 싸우려 하네. 그가 어떻게 죽어가는지 두고 볼 거야!”
  • 병원 안, 송지유와 송지석이 떠나자마자 청하가 바로 돌아왔다.
  • “분부대로 경력이 오래 되고 평판이 좋은 간병인 세 명을 찾았으니 금방 도착할 겁니다. 만약 그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제가 다시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 강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 “송씨 가문에 대한 모든 암묵적인 지원을 중단해. 그리고 내가 전에 투자한 모든 자금을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전부 회수해! 7일 내에 송씨 가문이 파산하는 걸 봐야겠어!”
  • 청하는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네!”
  • 국제적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다크 나이트 조직의 강대한 군사능력을 지탱하는 건 더할 나위 없이 풍부한 자금이었다.
  • 송씨 그룹은 말할 것도 없었고 아무리 대단한 회사라 해도 그가 무너뜨리려 마음먹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 청하는 강우영의 분부를 전달한 뒤 계속 보고했다.
  • “조사하라고 하셨던 주씨 가문에 관한 자료는 이미 조사를 다 마쳤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 그녀는 서류 한 뭉터기를 강우영에게 건넸다.
  • “오늘 밤, 주건후 씨의 아버지인 주정호 씨가 주건후 씨 큰 아버지 별장에서 60세 생일 연회를 연다고 합니다. 보스의 와이… 아니, 전처 분이 오늘 밤 주건후 씨와 약혼을 할 거고요. 그리고 저희의 1차 인원은 오늘 밤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 강우영은 살기가 넘실거렸다.
  • “아주 좋아. 그러면 오늘 밤 주씨 가문에게 절망이 뭔지 보여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