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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먼치킨

더 먼치킨

G훈

Last update: 2024-04-09

제1화 하늘을 찌르는 분노!

  • “오빠, 너무 무서워요! 어디 있어요? 아직 살아있으면 빨리 돌아와요. 그 사람들이 나와 아빠, 엄마를 죽이려고 해요, 아빠, 엄마가 더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제발요, 오빠. 빨리 돌아와요…”
  • 외국에서 막 돌아와서 5년 전 사용하던 휴대폰 번호를 찾은 강우영이 받은 전화였다.
  • 여동생 강연우의 겁에 질린 흐느낌 소리를 들은 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 “연우야! 집에 무슨 일 생겼어?!”
  • “망할 것! 네 년이 내 휴대폰을 훔쳤네, 씨발, 죽여버릴 거야!”
  • 전화기 너머에서 남자의 거친 욕설이 들리더니 ‘짝! 짝!’ 하는 뺨 때리는 소리도 들렸다. 이어 귀를 찢는 듯한 강연우의 비명소리와 용서를 구하는 절망적인 소리가 들렸다.
  • “악! 안 돼요! 안 돼!! 오빠! 살려줘요! 제발 살려줘요!!”
  • “빠득!”
  • 강우영은 손가락에 힘을 꽉 주어 휴대폰 화면을 박살냈다.
  • “연우야!”
  • 그가 하늘을 우러러보며 길게 울부짖자 몸에서 무서운 살기가 하늘을 찔렀고 주변 반경 몇 미터 이내의 온도가 급격하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
  • “운전해! 빨리 운전해!! 빨리! 빨리!!”
  • 그의 성난 외침 소리는 운전석에 있던 여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 짧은 단발에 늠름하고 씩씩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여자는 절대 남자에게 뒤지지 않을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강우영의 중요한 조수이자 다크 나이트 조직의 재무 및 정보 총괄, 청하였다.
  • 강우영을 따라 5년 동안 해외에서 싸운 청하는 강우영이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왔지만 지금처럼 두터운 살기를 드러내는 건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 그녀가 단번에 악셀을 확 밟자 차가 쏜살같이 앞으로 내달렸다.
  • 요란한 엔진소리가 들리고 스피드도 너무 빨랐던 탓에 차창 밖의 풍경이 흐릿하게 보였지만 강우영은 여전히 느리게만 느껴졌다.
  • “속도 더 올려! 더 빨리!!”
  • 이를 세게 악문 그의 온 몸 뼈마디에서 으드득하는 소리가 났고 가슴에서는 피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 5년 전 그는 사업이 한창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좋은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고우빈에게 배신을 당했다.
  • 고우빈은 함정을 파서 그가 무고한 여자를 덮치게 한 뒤 정의라는 명의로 사람을 보내 그를 깊은 강에 던져버렸다. 다행히 명줄이 세서 죽지 않고 살아서 해외로 도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피를 흘리며 싸웠다. 그는 깊은 원한과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품은 채 수천 수백 번 생사를 넘나들며 성공적으로 다크 나이트 조직을 세계 정상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 역시 전 세계 각 국과 조직들이 이름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다크 나이트의 제왕이 되었다.
  • 그런데 지금 다크 나이트 제왕인 그의 여동생과 부모님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니!
  • “오빠, 나 너무 두려워요… 오빠, 제발요. 빨리 돌아와요… 오빠, 살려줘요…”
  • 여동생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한 번 또 한 번 강우영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강우영은 이제 18살 되는 여동생이 천진난만한 얼굴에 피가 낭자한 채 덜덜 떨면서 손을 내밀고 도움을 구걸하는 모습을 마치 보는 것만 같았다.
  • 마음속에서 자책과 양심의 가책이 파도처럼 밀려와 강우영은 거의 광기에 사로잡혔다.
  • 강씨 본가 안, 강씨 내외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담 모퉁이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목에는 두꺼운 쇠사슬이 묶여 있었다. 두 사람 주변에 가득 쌓인 분노가 심각한 악취를 뿜어내고 있어 적지 않은 시일 갇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똑같이 처참한 모습의 강연우도 옆에 있었는데 나쁜 마음을 품은 세 명의 남자들이 그녀를 바닥에 누르고 훑어보고 있었다.
  • 사람들 맞은편의 대문과 가까운 곳에 댄디한 모습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는 코를 부여잡고 강씨 내외와 얘기를 했다.
  • “이봐, 두 늙은이. 개가 된 기분 아직 다 못 느꼈어? 내가 기어이 꽃 같은 당신의 딸을 망쳐야만 그만두겠어?”
  • 고개를 번쩍 든 강 아버지는 눈이 튀어나올 듯했다.
  • “감히 내 딸을 건드리면 내가 귀신이 되어서도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 댄디한 남자가 껄껄 웃었다.
  • “내가 놀랄 것 같아?! 당신 딸을 망치고 싶지 않으면 빨리 고개나 끄덕여! 더이상 강우영을 위해 진정서를 넣지 않고 그의 사망증명서를 신청하겠다고 대답만 해. 그래서 송지유가 그와 이혼할 수 있으면 내가 바로 당신들 풀어줄게.”
  • 5년 전 한 식당에서 밥을 먹던 주건후는 강우영과 송지유 부부를 만났다. 송지유를 보고 흑심을 품은 주건후는 술기운을 빌려 사람들 앞에서 송지유를 희롱하다 강우영에게 맞아 출산능력을 상실했다.
  • 주씨 가문이 권력과 힘이 강대했지만 그때는 강우영도 영남에서 명성과 지위가 만만치 않았기에 복수에 성공하지 못했다.
  • 수모를 당한 주건후는 앙심을 품고 그 후에 여러 번이나 송지유를 찾아와서 밝은 미래로 그녀를 유혹했다. 유혹을 견디지 못한 송지유는 결국 그와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 두 사람은 한통속이 되어 고우빈을 꼬드기고 협박해서 강우영을 배신하게 하여 강우영의 재산을 빼앗았다.
  • 아들이 괴롭힘을 당해서 증발이라도 하듯 사라졌다는 걸 알고 있는 강씨 내외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5년 동안 쉬지 않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진정서를 제출하며 아들을 위해 정의를 되찾아주려 했다.
  • 최근에는 서울까지 가서 진정서를 제출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 일이 커져서 전에 했던 일이 드러날까 두려웠던 주건후는 강씨 가문 세 식구를 잡아 놓고 모질게 괴롭혔던 것이다.
  • “우리 오빠 죽지 않았어요! 우리가 죽는 한이 있어도 당신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단념해요!”
  • 강연우는 죽을지 언정 굴복하지 않았고 강씨 내외 역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모진 고초를 당해 사람 꼴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타협하지 않았다.
  • 비록 강우영이 실종된 지 5년이나 됐지만 그들은 강우영이 아직 살아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정말 죽었다 해도 강우영이 큰 억울함을 품은 채 눈을 감지 못하게 할 수는 없었다.
  • “그래, 맷집이 좋다 이거지? 대체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볼 거야!”
  • 주건후는 차갑게 웃으며 옆에 있는 부하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 “때려, 병신이 되도록 때려.”
  • 험상궂은 표정의 건장한 세 남자는 왜소한 강연우를 중간으로 걷어찼다. 그리고 그녀를 향한 주먹질과 발길질이 비바람처럼 몰아쳤다.
  • 불쌍한 소녀는 마치 학대를 당한 강아지처럼 울부짖었다. 가슴이 미어지는 외침소리는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것 같았다.
  • 강 아버지의 부릅뜬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피가 터져나올 것 같았다.
  • “짐승만도 못한 놈아! 이런 짓을 저지르고 천벌 받을까 두렵지도 않아?!”
  • 주건후가 껄껄 웃었다.
  • “천벌? 내가 당신 아들의 와이프를 갖고 놀고 당신 아들을 죽이기까지 했는데 천벌 받았어? 당신 아들은 시체까지 다 썩었겠지만 나는 아무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점점 잘 지내고 있잖아. 하늘은 그저 당신들 같은 사회 밑바닥 천민들에게나 벌을 내리는 거야!”
  • 그는 말을 하며 한숨을 가볍게 쉬었다.
  • “강우영이 이곳에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야. 그가 직접 두 눈으로 이 모든 것을 봤으면 더 대박이었을 텐데. 그래야만 이 도련님의 미움을 사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잘못인지 알 텐데 말이야. 어이!”
  •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사장님, 저희가 이곳에서 지낸지도 벌써 일주일이 됩니다. 저희를 눈치챈 이웃이 있는 것 같은데 만약 신고라도 하면…”
  • 주건후는 개의치 않는 듯 손을 저었다.
  • “별일 아니야,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나의 힘과 권력이면 개미떼 같은 거지 천민들을 마음대로 손볼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됐어, 이곳은 너희들에게 맡길 테니 빨리 처리해.”
  • 두 명의 사내가 강연우를 들어올렸다. 소녀는 이미 숨이 간들간들한 채 피범벅이 되어 머리를 축 늘어뜨리고 죽음에 임박한 듯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 우두머리 사내가 비수 한 자루를 꺼내서 손 위에 놓고 살펴보았다.
  • “먼저 얼굴 살을 도려낼까, 아니면 손바닥 살을 도려낼까? 얘들아, 너희들 생각은 어때?”
  • 더한 고통이 닥칠 거라는 걸 들은 강연우는 절망감에 눈물이 비처럼 흘러내렸다.
  • ‘오빠! 어디 있는 거야?!’
  • 강씨 내외도 소리를 내어 통곡하며 분노하여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 “짐승만도 못한 놈들아! 너희들이 그러고도 인간이야?! 내가 죽으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절대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 그들이 격하게 반응할 수록 주건후의 부하들은 되려 더욱 흥분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 우두머리 사내가 말했다.
  • “살아있는 당신들도 함부로 괴롭힐 수 있는데 죽은 당신들을 두려워 할 것 같아? 딸이 못 볼 꼴 당하는 걸 원하지 않으면 얌전히 우리 사장님 요구를 받아들여!”
  • 그는 말을 하며 강연우의 손을 확 잡고 그녀의 엄지 손가락을 조준하여 비수를 세게 꽂았다.
  • “악!!!”
  • 강연우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들썩이자 두 명의 사내가 바로 그녀를 꽉 제압했다.
  • 우두머리 사내는 비수를 돌려 강연우의 엄지 손톱을 그대로 도려냈다.
  • “악!악!!!”
  • 강연우는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비명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처절했다.
  • “연우야! 연우야!!”
  • 강씨 내외는 더없이 처량하고 절망적으로 울부짖으며 통곡했다.
  • 이미 고통에 정신이 흐릿해진 강연우는 입가에서 진득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더이상 이런 모진 고통을 버티기 힘들었다.
  • ‘오빠, 우리는 그만 다음 생에 만날 수밖에 없겠어.’
  • 그녀는 이를 세게 깨물었다. 혀를 깨물고 자결한 것이다.
  •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자 세 명의 사내는 깜짝 놀라서 순간 강연우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 그녀가 꼬꾸라진 곳은 이내 피로 흥건해졌고 그녀의 몸은 가볍게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 우두머리는 기절해버린 강연우를 툭 차며 혀를 끌끌 찼다.
  • “이렇게 죽은 거야? 재미도 없네.”
  • 이어 더는 울부짖지도 못하는 강씨 내외에게 말했다.
  • “봤지? 이게 다 늙고 고집스러운 당신들 때문이야! 이제는 내가 당신 딸을 능지처참할 거야. 여전히 협조하지 않는다면, 헤헤! 당신들 딸은 시체조차 온전치 못할 거야!”
  • 바로 그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폭력적으로 문을 걷어찼다.
  • 훤칠한 실루엣이 엄청난 살기를 띈 채 문 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