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니에요, 서류 하나가 있는데BOSS가 직접 봐야 하는 거라서 서재에 갖다 놓을게요.”
서강이 DNA보고서를 서재에 놓고 나가자 성미주가 재빨리 부태영의 서재에 놓여 있는 크라프트 봉투안의 DNA검사를 훔쳐보았다.
“서아름과 부예지의 DNA검사 결과가 99% 일치하다.”
서미주는 눈동자를 심하게 떨며 서류에 있는 여자의 사진을 보고나서 그날 자신이 마주친 여자가 진짜 콩이의 친엄마인 것을 알았다.
‘삼 년이나 사라졌으면서, 왜 하필 지금 돌아온 거지? 서아름, 설마 콩이의 친 엄마의 신분으로 태영과 결혼이라도 하려고?!’
“엄마! 엄마! 어디 있어요?”
그때 문밖에서 자신의 아들 부태현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황급히 검사 보고서를 원상복귀하고 재빨리 서재를 나왔다.
…
서아름은 국 요리 하나와 볶음 요리를 두개 만들었으며 음식은 아주 평범하였다. 그녀는 상에 놓인 ‘간단’한 음식을 보고는 어색해하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간단하게 했으니 대충 드세요.”
콩이는 손뼉을 치면서 작은 손으로 수저를 집어 들며 대답했다.
“아름 이모, 이 국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여요!”
서아름은 꼬맹이를 보며 웃었다.
“이리 줘, 덜어줄게.”
두 어른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저녁 식사를 하였고 유독 콩이만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한채 한껏 들떠 있었고 부태영은 밥을 먹을 때 말도 하지 않고 우아하게 수저를 들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상류 세계에 사는 귀공자와도 같았다. 그때, 쩌렁쩌렁한 전화 벨 소리가 정적을 깼고 부태영은 수신인을 확인하더니 수저를 내려놓고 거리가 있는 베란다로 가서 서강의 전화를 받았다.
“BOSS, DNA비교 결과 나왔어요. 집에 안 계셔서 서재에 있는 상에 올려놓았어요.”
부태영은 다운된 목소리로 응답하고 전화를 끊고 거실로 가서 밥상에 걸터 앉은 콩이에게 말을 걸었다.
“콩이야, 밥 다 먹었어? 다 먹었으면 아빠랑 같이 집에 가자.”
콩이는 몸을 돌리더니 눈썹을 찌푸리면서 대답했다.
“아빠, 아름 이모의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은데 조금 더 있다 집에 가면 안 돼요?”
부태영은 꼬맹이가 갈 생각을 안 하자 더 강하게 말했다.
“집에 애니메이션을 보라고 영화관까지 만들었는데 집에서 보면 되잖아?”
평소 부태영은 성격이 차가워서 콩이에게는 되도록 부드럽게 말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가끔씩 컨트롤을 못 할 때 있었다. 부태영은 밖에서 살벌하고 결단 있는 남자여서 엄마들처럼 부드러운 말투를 잘 못 쓰며 콩이가 옹알이를 할 때 일이 너무 바빠 자신도 모르게 꼬맹이를 째려보았고 꼬맹이가 그 모습을 보고 울어서 어쩔 줄 몰라 한 적이 많았다. 부태영의 심각한 얼굴을 본 콩이는 입을 삐죽 내밀면서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의자에서 기어 내려와 화를 내며 말했다.
“집에 가면 되잖아! 왜 무섭게 얘기해요, 집에 가면 할아버지에게 이를 거예요, 아빠가 무섭게 얘기했다고!”
부태영은 굳은 표정으로 외투를 들고 투정 부리는 꼬맹이는 상관도 안 한 체 집을 나섰고 서아름은 불쌍한 표정으로 부태영을 따라가는 콩이를 보니 마음 아파 말했다. “부 사장님, 콩이를 데리고 가고 싶으면 좋게 얘기하면 되죠, 왜 아이에게 무섭게 얘기해요? 아이가 상처받을 거예요.”
낯선 사람은 다가가지도 못할 만큼 차가운 모습의 부태영을 보니 분명 세 살짜리 아이에게도 정신적의 폭력을 하는 것 같았다. 남자는 검은 눈동자로 예리하게 그녀를 응시하였다.
“내가 잘못 기억한 게 아니라면, 서아름씨는 아직 부씨 가문의 사모님이 아닐 텐데?”
“그게……”
부태영이 그녀를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서아름씨는 내가 여자들을 데리고 다닌다고 비난할 자격도 없고 내가 콩이를 어떻게 대하든 당신과는 상관도 없는 일이야.”
말이 끝나자 부태영은 콩이를 안고 집을 나섰고 부태영의 어깨에 기댄 콩이는 아름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름 이모, 갈게요! 내일 봐요!”
부태영과 콩이가 나가자 서아름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서 자신의 이마를 만지며 생각했다.
‘괜히 쓸데없이 끼어들어서, 내 일도 제대로 처리 못하면서 부태영을 왕처럼 받들지는 못할망정 심기까지 건드렸네. 나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서아름은 부태영이 콩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니 화가 나기도 하고 마음이 아팠다.
…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 동승석에 앉은 콩이는 화가 난 듯 팔짱을 끼고 부태영을 보는 체도 하지 않았으며 부태영이 꼬맹이의 눈치를 보더니 말을 걸었다.
“입 내민 것 봐, 옷걸이로 써도 되겠네.”
“흥! 아빠 왜 아름 이모에게 못 되게 굴어?”
부태영은 꼬맹이의 머리를 만졌다.
“아직도 아빠 때문에 화난 거야?”
부태영은 그냥 서아름이 진심으로 꼬맹이를 잘 해주는 것인지 떠보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자신에게 부탁한 일이 있는 서아름이 꼬맹이를 위해 자신을 지적하는 것을 보니 진심으로 콩이를 좋아하는 듯 하다.
“아빠, 나 아름 이모 너무 좋아, 그러니까 절대 아름 이모에게 못 되게 해서는 안 돼! 다시 그러면 콩이 엄청 엄청 화 날 거야!”
삼 년이나 키운 꼬맹이가 서아름의 편을 들니 부태영의 마음도 언짢았다. 아이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부태영에게 사정했다
“아빠, 아름 이모를 콩이 엄마로 만들어 주면 안 돼?”
“진짜 아름이 네 엄마였으면 좋겠어?”
꼬맹이가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
그때 거실에서 다섯 살 아들과 함께 블록 쌓기를 하던 성미주는 마당에서 자동차의 엔진 소리가 나자 흠칫 놀라며 다 쌓아 놓은 블록을 엎질렀고 부태현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