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콩이를 서아름씨에게 맡겨도 되나요? 비록 이 몇 년간 콩이를 잘 보호했지만 그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콩이를 납치하여 협박하였는데……”
남자는 느긋하게 검은색 의자에 앉아 뼈마디가 뚜렷한 늘씬한 손가락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생각이 있다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마침 이 기회에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는지 보려고 해. 돈 때문인지, 진심인지.”
…
그때 KFC에서는 콩이가 배부르다며 트림을 하고 있었고 서아름이 휴지로 꼬맹이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배불렀어? 이만 갈까?”
서아름이 일어서려던 그때 전화 벨 소리가 울렸고 발신 번호를 확인해 보니 부태영이었고 전화를 받자 저음의 두꺼운 목소리가 듣기 좋게 전해왔다.
“어디에 있어?”
서아름은 주변을 돌아보고 대답했다.
“백화점 옆 KFC에 있어요.”
남자가 덤덤하게 말했다.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서아름이 말했다.
“콩이야, 아빠가 오신다니 밖에 나가서 기다리자.”
꼬맹이는 들은 체도 않고 포도같이 큰 두 눈으로 서아름의 콜라를 바라보았고 서아름은 콜라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콜라 마시고 싶어?”
좀 전 꼬맹이가 먹던 어린이 세트는 오렌지 주스 밖에 없어 콜라가 마시고 싶은 모양이다. 꼬맹이는 작은 손을 턱에 받치면서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스러움을 토로했다.
“아빠가 콜라를 못 마시게 해요. 명이가 콜라 맛있다고 하던데, 콩이도 맛보고 싶어요.”
콩이의 말을 들은 서아름은 웃음이 터졌다. 부태영은 아이에게 이것도 못 먹게 하고 저것도 못 먹게 하는 모양이다. 비록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한 입 정도 맛보는건 괜찮지 않을까?
“여기 앉아서 기다려, 선생님이 콜라 사올게.”
서아름은 대기줄을 서면서 꼬맹이가 납치라도 당할까 꼬맹이의 자리를 보았다. 콜라를 사 오자 꼬맹이는 너무 기뻐 퐁퐁 뛰었다.
“저는 아름 이모가 너무 좋아요!”
서아름이 콜라를 건네주었다.
“하지만 많이 마시면 안 돼, 너 아까 너무 많이 먹었어, 콜라까지 많이 마시면 배탈 날지도 몰라.”
“네, 한 모금만 마실게요.”
서아름이 콩이의 손을 잡고 KFC를 나오자 레인지로버 한 대가 그녀들의 앞에 섰고 동승석에 어떤 샤넬 백을 든 젊은 여자가 내렸고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의 새엄마의 딸 신연우였다.
“여기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네, 철이한테 네가 돌아왔단 말을 듣고 놀랐어. 왜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다시 서울로 돌아왔어?”
신연우는 일부러 비둘기 알처럼 큰 다이아몬드를 만지면서 그녀를 비꼬았다.
“철이가 며칠 전에 청혼을 했어, 나랑 철이 다음 달에 결혼식 올려.”
그때 진철이 차에서 내려 신연우의 허리를 안으면서 말했다.
“아름아, 우리 결혼식에 참석해 주길 바래. 너 그래도 연우의 언니잖아.”
서아름이 차갑게 대답했다.
“쟤는 심 씨이고, 나는 서 씨인데 우리 둘이 어떻게 가족이지? 다른 일 없으면 나 먼저 갈게.”
서아름이 콩이의 작은 손을 잡고 가려 하자 신연우가 샤넬 백에서 결혼 청첩장을 꺼내 건네주면서 서아름의 귓가에 대고 자랑하였다.
“철이랑 결혼식에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백화점에 왔는데, 마침 만났으니 청첩장을 줄게. 언니, 우리 결혼식에 참석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봐.”
서아름은 입술을 씹으면서 받은 청첩장을 갈기갈기 찢으며 두 쓰레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동생아, 이번 결혼식은 참석 안 할 거지만 다음 결혼식에는 큰 선물을 준비하여 참석할게.”
신연우는 열받아 얼굴이 빨갛게 변한채 발을 동동 굴렀다.
“철아, 쟤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진철은 신연우를 위로하였다.
“저런 말 신경 쓰지 마, 네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질투 나서 저러는 거야.”
그때 서아름의 곁에 서 있던 콩이가 갑자기 서아름을 보며 말했다.
“엄마, 아빠 언제 와?”
그 말을 들은 서아름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도착할 때 되셨어.”
꼬맹이는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엄마, 안아 줘.”
서아름은 꼬맹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며 콩이를 안았고 그녀의 곁에 서 있던 진철과 신연우는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서아름이 언제 결혼하였지? 이렇게 큰 딸이 있다고?!’
진철은 믿을 수가 없어 질문했다.
“서아름, 너 언제 결혼했어?!”
콩이를 안은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언제 결혼했는지, 너희가 알 바야?”
신연우는 이간질 시키려 했다.
“너 설마 철이랑 사귈 때 바람난 거야? 아이의 나이를 보아 세살은 된 듯한데, 서아름 너 정말 염치없구나!”
“염치없다고? 누가 할 소리야? 너는 언니의 남자친구와 바람피우고 너희 엄마는 서 씨 가문의 집과 재산을 갖고 도망쳤는데, 도대체 누가 염치없는 거야?”
신연우는 말로 안 되니 팔을 들어 아름을 때리려 하였고 그 모습을 본 콩이는 재빨리 주변을 살피면서 낯에 익은 마이바흐를 손으로 가리키더니 격동되어 소리 질렀다.
“아빠 왔어”
콩이가 소리 지르자 세 어른의 시선은 길 옆에 세운 한정판 고급 차로 향했고 신연우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이 마이바흐, 120억도 넘는 차인데, 서아름 언제 이렇게 돈 있는 남자에게 시집갔어? 혹시 돈 많은 대머리 할아버지 아니야?’
신연우가 마음속으로 비웃던 그 순간 차 문이 열리더니 길쭉한 다리에 고급스러운 검은색 셔츠, 검은색 정장 바지, 넓은 어깨, 꼿꼿한 허리의 기품 있고 배우보다 더 잘 생긴 남자가 내렸으며 신연우가 예측한 대머리 할아버지가 아니라 킹카급의 남자였다. 부태영이 긴 다리로 서아름과 콩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자 그때 콩이가 신연우와 진철을 가리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빠, 저 사람들이 아름을 괴롭혔어요!”
남자는 눈썹을 찌푸리며 진철과 신연우를 차갑게 바라보았고 그 눈빛은 마치 뜨거운 물도 얼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부, 부 사장님?”
진철과 신연우는 서로 시선을 맞추었다. 서아름의 남편이 부 씨 그룹의 사장 부태영이라니?! 서아름이 비아냥 거리며 말했다.
“서아름, 너 우리를 놀리는 거지? 부 사장님은 결혼도 안 했어! 너 꿈 꾸는거 아니야?”
서아름은 쓰레기 남녀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부태영에게 말을 시키면 부정 할까 봐 콩이를 한 손으로 안고 그의 팔짱을 끼면서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