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한 사람은 키가 1.5m에 불과하고 왜소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무서운 살기는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느껴졌다.
사실 그녀는 실력이 막강하고 수단이 악랄하며 동진마저도 두려워할 정도였다.
그녀의 이름은 아진이였고 역시나 강우영이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강우영의 소집명령을 받자마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일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 강우영의 곁을 지켰다.
강우영이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간호사 한 명이 걸어왔다. 그녀는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동진과 아진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강우영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강… 강우영 씨를 찾는 전화입니다.”
강우영은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우영 맞지, 나 주건후야! 내 사람을 묻어버리고 내 약혼녀와 처남을 욕보게 했다며? 씨발, 능력이 아주 대단해! 어? 5년을 못 봤다고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네! 지금 내가 하는 말 한 글자 한 글자 잘 새겨들어! 오늘 밤 우리 아버지의 60세 환갑에서 나와 지유가 약혼을 할 거야. 아주 기쁜 날이니 내가 자비를 베풀어서 너에게 기회를 한 번 줄게. 기회는 단 한 번이야. 우리 집 문 앞에 와서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해. 내가 만족할 정도로 절을 하면 개 같은 너의 목숨은 살려줄게. 아니면 이번에는 사람을 시켜 네 눈 앞에서 네 여동생을 겁탈하고 너와 네 아비어미가 함께 똥오줌을 마시게 할 거야! 배가 터져 죽게 만들 거라고!”
강우영이 손가락에 힘을 주자 핸드폰에서 빠직 소리가 나며 거의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살기를 넘실거리며 말했다.
“좋아, 반드시 시간 맞춰서 갈게.”
주건후가 껄껄 웃었다.
“시간 맞춰서 오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아, 맞다. 네가 그때 강제로 덮쳤던 그 여자에 관해 잊고 얘기하지 않은 게 있어. 너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녀가 너를 위해 애새끼 하나 낳았다지? 그녀도 겁탈당하기를 원하지 않으면 이번 기회를 잘 잡는 게 좋을 거야.”
강우영의 머리가 윙윙 울렸다.
‘나에게 아이가 있다고?’
5년 전, 고우빈에게 모함을 당한 강우영은 무고한 여자에게 상처를 주었고 그 일은 계속 그의 마음속 응어리로 남아있었다.
그는 그녀의 미모가 뛰어나고 한창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이였다는 것만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그녀는 아름다운 인생을 누려야 했다…
그녀는 수도 없이 강우영의 꿈에 나타나 그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런 그녀가 그의 아이를 낳았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겁탈까지 당한 불쌍한 여자가 홀몸으로 죄악의 씨앗인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을 테니 얼마나 처참하게 살고 있을까!
마음속에서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강우영은 주건후를 반드시 죽여야겠다는 마음을 더욱 굳혔다.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그 모녀를 위해서라도 주건후는 죽어야만 마땅했다.
그는 전화를 끊고 청하에게 말했다.
“가장 빠른 속도로 5년 전 나에게 상처받은 그 여자의 모든 것에 대해 빠짐없이 조사해!”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눈 깜짝할 사이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
모진 고초를 겪은 강우영의 가족들은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던 터라 어둠이 이 도시를 완전히 뒤덮을 때까지도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청하가 돌아와서 낮은 소리로 보고했다.
“분부하신 그 사람은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제가 사람들을 더 풀어 조사하라고 했으니 금방 결과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희의 1차 인원들이 이미 도착했습니다. 8명은 부근에 남겨두고 나머지 인원들은 수시로 명령을 따르도록 병원 주변에 배정했습니다. ”
강우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저녁 일곱시였다. 지금쯤이면 주건후 아버지의 환갑연회와 주건후, 송지유의 약혼식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가 몸을 일으킨 그때 갑자기 강 어머니가 비명을 질렀다.
“안돼! 우리 딸을 다치게 하지 마요, 제발 부탁이에요! 그만해요!”
악몽을 꾸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허공에 대고 손을 마구 흔들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강우영의 가슴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앞으로 걸어간 그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 괜찮아요. 이제는 다 괜찮아요. 제가 돌아왔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주무세요.”
강 어머니는 또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강우영은 눈에 살기를 번뜩이며 강 어머니를 위해 이불을 여며준 뒤 문을 나섰다.
“청하야, 내가 떠난 뒤 우리 가족의 안전은 너에게 맡길게. 무관한 사람은 그 누구라도 이 문에 들어서게 해서는 안 돼.”
청하가 공손하게 그에게 약속했다.
“보스 가족을 다치게 할 의도를 가진 사람은 그 누구든 저의 시체를 밟고 지나가야 할 겁니다!”
“동진아, 개 사슬은 준비가 되었느냐?”
“준비됐습니다.”
“아주 좋다, 지금 바로 주씨 가문으로 가서 주건후 가족들 앞에서 그의 세치 혀를 뽑아버리고 그를 끌고 가자!”
강우영이 돌아서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자 동진과 아진은 그림자처럼 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세 사람은 동진이 몰고 온 도요타 프라도 차량을 타고 주건후의 큰아버지 집이 있는 임강원 별장 구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