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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속셈

  • “오늘 저녁에 야근하면 내일은 남식 그룹에 넘길 수 있어요.”
  • 허정안은 남건을 바라보자 어제 벌어진 일들이 눈에 선했다. 그가 그녀를 위해 한 모든 것을 그녀는 다 기억했다.
  • “모레 계획서를 보내세요. 다음부터는 되도록 야근하지 마세요. 몸에 좋지 않아요.”
  • 남건의 목소리는 냉담했으나 허정안은 그 속에 섞여 있는 걱정을 알아차렸다.
  • 허정안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감사해요.”
  • 모레가 그들이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자 허정안은 가슴이 답답해지며 괴로웠다.
  • 그녀는 악착같이 일해야지만 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틈만 나면 그의 모습과 그에 대한 모든 것이 마치 파도처럼 그녀를 덮쳐왔다.
  • 허정안은 자신이 아직도 남건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그녀의 대학 시절 절친이었다.
  • ‘나는 그들의 사랑을 파괴하는 제삼자가 되고 싶지 않아!’
  • ‘이번 일을 마치고 바로 떠나자.’
  • 허정안은 도망치기로 했다.
  • ‘그러나 떠나는 것이 해탈인지 아니면 고통인지 아무도 몰라.’
  • 한편 서씨 가문 안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 “아버지, 우리 가문은 남식 그룹의 제일 큰 사업 파트너죠?”
  • 서이설은 그녀의 아버지인 서영천의 등을 두드려주며 달콤하게 물었다.
  • “응, 지금은 우리 서씨 가문의 제일 큰 사업 파트너가 남식 그룹이지. 그러나 남식 그룹은 M시티의 선도 기업이어서 우리 서식 가원은 아직 그들의 제일 큰 사업 파트너라고 할 수 없어. 오히려 우리는 그들에게 의지할 게 많아.”
  • 서영천은 눈을 감고 보기 드물게 효도하는 딸의 모습을 음미하고 있었다.
  • “이설아, 왜 그러니? 왜 갑자기 사업 쪽 일을 묻는 건데?”
  • “별거 아니에요. 저는 남건 오빠를 정말 좋아해요. 오빠도 나에게 호감이 있어요. 만약 우리 두 가문이 혼인 관계를 맺으면 두 가문과 우리 두 사람에게 더 좋지 않을까요?"
  • 서이설은 결국 그녀의 최종 목적을 말했다. 남씨 가문과 혼인 관계를 맺는다는 핑계로 그녀와 남건을 한데 묶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남건이 아무리 허정안을 사랑해도 가문의 뜻을 어길 수 없을 것이다.
  • “응? 남건이 너에게 마음이 있다고?”
  • 서영천은 피부가 희고 용모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딸이 그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 “그래요. 아버지, 그날 남건 오빠가 저에게 키스도 한 걸요.”
  • 서이설은 온 얼굴에 수줍음이 가득했다.
  • “허허, 너희가 서로 사랑한다면 가문끼리 혼인 관계를 맺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좋지. 좋은 방법이구나.”
  • 서영천은 기뻐하며 말했다.
  • “조금 뒤에 남훈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게.”
  • “고마워요, 아버지. 아버지가 제일 좋아요!”
  • 서이설은 너무 기뻐 서영천의 얼굴에 쪽하고 입 맞췄다.
  • 얼마 후, 서영천은 남씨 가문에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남훈아, 나 영천이야.”
  • “아이고! 이 친구가, 갑자기 왜 전화했어?”
  • 남건의 아버지 남훈과 서영천은 오랜 친구 사이라서 서로 허물없이 통화했다.
  • “남훈아, 한 가지 좋은 일이 있어서 너랑 상의하려고 전화했다.”
  • “응? 무슨 좋은 일인데?”
  • 남건 아버지가 물었다.
  • “내 딸과 남건의 사이가 좋으니까 가문끼리 혼인 관계를 맺는 게 어떤 것 같아?”
  • 남훈은 멍해졌다가 웃으며 말했다.
  • “좋은 일이네. 남건이랑은 그런 얘기를 해본 적이 없어. 그런데 영천아, 나와 남건 어미는 남건의 결혼 문제에 대해 크게 간섭하지 않아. 젊은이들 일에 우리 늙은이들이 간섭해 뭘 하겠니?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해.”
  • “하하하.”
  • 서이설은 옆에서 똑똑히 들었다. 비록 아쉬웠지만, 그녀도 가문끼리 혼인 관계를 맺는 일은 안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 오늘은 남식 그룹에 계획서를 제출하는 날이었다. 허정안은 아침 일찍 준비를 마쳤다.
  • 그녀는 세 번째로 남식 그룹 대문 앞에 도착했는데 매번 올 때마다 감회가 새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