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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 결혼 [제3부]

첫 만남에 결혼 [제3부]

곰jelly

Last update: 2022-12-13

제1화 뜻밖의 재회

  • “따르릉….”
  • 거슬리는 알람 소리가 고요한 아침을 깨뜨렸다. 몇 초 후, 이불 속에서 길고 깨끗한 손이 뻗어 나와 알람을 껐다.
  • 몇 분 후, 허정안은 눈가를 비비며 출근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런 다음 씻고 아침밥을 먹었다.
  • 그녀는 출근길 내내 말이 없었다.
  • 회사에 도착한 허정안은 일상적으로 늘 하는 업무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촌 오빠 회사에 취직한 후로 매일 열심히 일했다. 비록 크게 이룬 공로는 없었으나 딱히 큰 실수도 없었다.
  • “안녕하세요. 여기는 구함 디자인회사입니다. 무슨 일로 연락하셨나요?”
  • 업무용 유선전화가 울렸다. 허정안은 매우 능숙하게 전화를 받았다.
  • “안녕하세요. 전 남식 그룹의….”
  • 허정안은 유쾌하게 통화를 마무리한 후 전화를 끊었다.
  • ‘드디어 큰 건을 받았네. 노력하자, 허정안. 넌 반드시 점점 더 좋아질 거야.’
  • 허정안의 머릿속엔 행복한 상상들로 가득했다.
  • 그녀는 얼른 마음을 추스른 다음 남식 그룹 담당자와 좀 더 세세한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회사로 찾아갔다. 그래야만 만에 하나 변동이 있을 시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남식 그룹 건물에 도착한 허정안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후 33층을 눌렀다. 그녀는 앞에 적힌 사무실 푯말을 보며 깊게 숨을 들이킨 후 문을 두드렸다.
  • “들어오세요.”
  • 사무실 안에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 그 목소리를 들은 허정안은 어쩐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더 고민할 여유가 없었던 그녀는 얼른 문을 열고 들어갔다.
  • “안녕하세요. 전 구함 디자인회사의 허정안이라고 합니다.”
  • 허정안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자기소개부터 했다. 그녀의 이름이 울려 퍼지자 사무실에서 고개를 숙인 채 업무를 보고 있던 사람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하지만 허정안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 허정안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 “오늘은 좀 더 세세한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찾아왔어요. 혹시….”
  • 허정안은 갑자기 멈칫했다. 왜냐하면 앞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시선에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 그 남자의 이름은 다름 아닌 남건이었다. 그녀는 절대로 이 남자를 잊을 수 없었다. 그와 함께했던 경험들은 뼛속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허정안은 이 남자를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밀어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갑자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 “네, 네가 왜 여기 있어?”
  • 허정안은 눈앞에 나타난 사람을 향해 멍하니 물었다.
  • “내가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 남건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오히려 따끔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 “이게 누구신가? 그 대단한 허정안 씨 아니신가? 우리 회사엔 어쩐 일로 오셨대요?”
  • “난, 난 업무적으로 상의할 게 있어서.”
  • 허정안은 말을 더듬거리며 어쩔 바를 몰랐다.
  • “업무적으로 상의할 게 있다고요? 그럼 그 업무를 상의해야 할 사람이 누군지는 알고 왔어요?”
  • 남건은 비꼬듯 말했다.
  • “허정안 씨, 제가 누군지는 기억하고 있겠죠? 기억 못 해도 상관은 없지만요. 혼자 살기 바쁜 사람이 남한테 신경 쓸 여유 따위 있을 리가 없죠.”
  • 허정안은 멍하니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남건을 빤히 쳐다봤다. 허정안은 지금 생각이 굉장히 복잡했다.
  • 남건은 가면 갈수록 점점 얼굴이 살아났다. 그는 허정안이 당황한 모습에 복수하는 쾌감을 느꼈다.
  • “맞다. 허정안 씨, 그 좋아한다던 사람은요? 그 남자친구 있잖아요. 또 헤어졌어요? 정말 자주 바꾸네요.”
  • 남건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허정안의 가슴을 후벼 팠다. 그녀는 둘이 재회하는 장면을 수도 없이 상상해 왔었다. 하지만 한번도 이런 식으로 만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허정안은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허정안은 남건에게 이런 약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 그녀는 업무 따위 잊은 지 오래였다. 허정안은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녀가 움직이려던 찰나 사무실 문이 서서히 열렸다.
  • 들어온 것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요염한 스타일의 여자였다. 그녀는 오렌지색의 머리색에 입술엔 영롱한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여자는 굉장히 예뻤다. 그녀는 눈꼬리가 올라간 고양이상을 하고 있었다.
  • “남건 오빠, 손님 오셨어요?”
  • 애교 넘치는 목소리가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남건의 위로 몸을 기댔다.
  • “오래된 친구야.”
  • 남건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다음 여자를 품에 끌어안은 채 뺨에 입을 맞췄다.
  • 요염한 여인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 ‘전엔 그렇게 반응이 없더니 오늘은 왜 이러지?’
  • 여자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멀찍하니 고개를 숙이고 있는 허정안을 바라봤다. 여자는 허정안에게 손을 내밀며 애교 있게 말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서이설이라고 해요. 남건 오빠의 여자친구죠.”
  • ‘서이설? 정말 이런 우연이?’
  • 허정안은 고개를 들어 똑같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서이설을 마주 보았다.
  • “정안아! 너였어? 정말 이런 우연이 다 있네. 네가 왜 여기 있어?”
  • 서이설이 반갑게 인사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오만하게 빛났지만, 곧 사라졌다.
  • 서이설은 대학교 시절 허정안과 제일 친했던 친구였다. 서이설의 부친은 M시티에서 이름 있는 보석 상인이었다. 서이설은 돈 많은 집안의 따님이었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그녀는 친구들과 있을 때 전혀 부잣집 따님의 티를 내지 않았었다. 특히 허정안한테 굉장히 잘해줬었다. 물론, 이건 허정안의 일방적인 생각이었다.
  • “설아, 여기서 널 만날 줄은 생각지 못했네. 오늘 내가 여기 온건 남… 남건 대표님과 상의할 게 좀 있어서.”
  • 허정안은 억지로 웃으며 마음속의 아픔을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