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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음모

  • “그럼 됐어요. 우린 이만 가서 밥 먹어요.”
  • “영준 씨, 미안해요. 아마 오늘은 같이 식사하지 못할 것 같아요. 다음에 제대로 사과할게요.”
  • 허정안은 매우 미안해하며 말했다. 그녀는 너무 괴로워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 “그럼 집에 데려다줄게요.”
  • 영준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앞으로 기회는 많으니까, 오늘만 날인가요?”
  • “고마워요.”
  • “자꾸 그렇게 사양하지 마세요.”
  • 허정안과 영준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서이설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 “허정안, 이 여우 같은 년, 재주도 좋네. 이번에는 어떻게 덤비나 보자.”
  • 서이설은 의기양양하게 웃더니 만족스러운 듯이 자리를 떴다.
  •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남건은 어둠 속에서 생각에 잠겼다. 오늘 벌어진 일들에 대해 그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 남건은 조금 전에 가지 않았다. 그가 막 돌아서 떠나려는데 문득 모퉁이에 숨어서 지켜보는 서이설이 보였다.
  • 서이설의 등장은 남건의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번에도 그녀가 사람을 시켜 허정안을 괴롭혔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
  • 그리고 서이설의 등장으로 남건은 재빨리 화를 가라앉히고 침착함을 되찾아, 사건의 발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 남건은 허정안과 영준의 대화도 어렴풋이 들었다.
  • ‘그가 정안의 남자 친구가 아니구나.’
  • 여기까지 생각하자 남건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 ‘그런데 저 멍청한 여자는 왜 나를 속였지? 아무래도 돌아가서 제대로 알아봐야겠어.’
  • 남건은 차를 몰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집에 돌아온 서이설은 재빨리 사람을 시켜 영준이라는 남자에 대해 알아봤다.
  • 서씨 가문은 암암리에 M시티의 지하 세력과 왕래하고 있었다. 얼마 후, 그녀는 특수 루트를 통해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 서이설은 모든 것을 알고 나서 웃음을 터트렸다.
  • ‘그 영준이라는 사람은 의사였구나. 그리고 예전에 허정안의 병을 치료했었네. 내가 그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예전 사진을 남건 오빠에게 보내주고, 남건 오빠에게 허정안이 그 남자 때문에 그를 매정하게 버렸다고 말해준다면, 그러면….’
  • 서이설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갑자기 저와 남건이 함께하는 앞날이 밝아지는 것 같았다.
  •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서이설은 재빨리 사전에 조사한 사진을 정리했다. 그리고 허정안과 영준이 친하게 접촉하는 사진과 사람들이 그들을 연인이라고 오해할만한 사진을 골라내서 사람을 시켜 한 장씩 모두 인화해냈다.
  • 남은 것은 남건의 반응뿐이었다.
  • 서이설은 즐겁게 웃고 있었지만, 자신의 계략이 모두 남건에게 간파당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 이튿날, 서이설은 인화한 사진들을 가지고 자신감 넘치게 남식 그룹으로 향했다.
  • ‘증인, 증거 모두 있어. 남건 오빠, 어떻게 그 잡년을 감싸는지 두고 보자!’
  • “남건 오빠, 들어가도 돼요?”
  • 대표 사무실 문 앞에서 서이설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 “들어와.”
  • 남건의 목소리는 예전과 다름없이 차분했다.
  • “남건 오빠, 할 말이 있어요.”
  • 서이설은 진지하게 말했다.
  • “이설아, 왜 그래? 무슨 일인데? 말해봐.”
  • 남건은 하던 일을 멈추고 서이설이 뭘 하려는지 쳐다봤다.
  • “여기 사진들이 있는데, 오빠에게 직접 전해주고 싶었어요.”
  • 서이설은 손안의 사진을 남건에게 넘겨주었다.
  • 남건이 받아보니 허정안과 영준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 비록 매우 친밀한 행동은 없었지만, 두 사람이 친하다는 것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 허정안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보자 남건은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그러나 역시 서이설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 “남건 오빠, 이 속에 있는 일부 사진은 몇 년 전에 찍은 거예요. 그러니까 몇 년 전부터 허정안은 이미 영준이란 이 사람과 함께 있었어요. 그 당시 허정안이 오빠를 떠난 것은 이 남자 때문이에요! 이것이 그녀가 그 당시 오빠를 배신했다는 증거예요!”
  • 서이설은 마치 그녀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딱 잘라 말했다.
  • 남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서이설의 꿍꿍이를 이미 눈치챘다.
  • “그래, 알았어. 이설아, 이 일에 대해선 상관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