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4화 나 좀 구해줘

  • 허정안은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녀의 마음속은 절망으로 가득 찼다.
  •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가 나를 구해주러 올까?’
  • ‘남건아, 빨리 와서 나 좀 구해줘.’
  • 허정안은 속으로 매우 혼란스러웠지만, 남건이 지난번 그녀를 구해주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그는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 창고 문이 열리며 얼굴을 가린 덩치 두 명이 들어오더니 허정안의 입에 있던 재갈을 단숨에 벗겨냈다.
  • “당신들 누구야? 나를 왜 납치했어?”
  • 허정안의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 “하하하!”
  • 두 사람은 허정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음탕하게 웃었다.
  • “별거 아니야. 그냥 너랑 한 판 놀아보려고.”
  • 말을 하더니 그중 한 명이 약 한 알을 꺼내 허정안에게 먹이려 했다.
  • “귀여운 것, 이리와. 이걸 먹으면 잠시 후 기분이 좋아 죽을 거야!”
  • “흐흐.”
  • 두 사람은 크게 웃으며 음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허정안은 입을 꼭 다물었다. 두 사람이 하는 말을 듣자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 허정안이 입을 열지 않자, 그중 한 명이 허정안의 코를 잡고 괴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 “어디 얼마나 버티나 보자.”
  • 허정안은 코가 막히자 숨을 쉴 수 없었지만, 버틸 수밖에 없었다. 1분이 지나자 끝내 버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렸다.
  • 허정안이 입을 연 것을 보고 약을 쥐고 있던 덩치가 그녀의 입을 벌리고 약을 쑤셔 넣었다.
  • “캑캑캑.”
  • 허정안은 힘껏 기침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 두 남자는 사악하게 웃었다.
  • ‘모든 것이 준비되었으니 약효가 나타나기만 기다리면 돼.’
  • 그 시각 남건은 남식 그룹에서 일하고 있었다.
  • 갑자기 그의 휴대폰에 개인 전화번호 하나가 떴다. 남건은 휴대폰을 들어 확인하더니 정신을 번쩍 차렸다.
  •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 남건이 목소리를 높였다.
  • “대표님, 허정안 씨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 전화기 저편에서 한 남자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뭐라고? 자세히 말해봐!”
  • 남건은 벌떡 일어나더니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 “오늘 오전 허정안 씨가 납치됐습니다. 제가 지금 그들을 쫓고 있습니다. 그들은 시내를 벗어나려는 것 같습니다.”
  • “계속 쫓아. 내가 바로 따라갈 테니!”
  • “알겠습니다.”
  • 남건은 통화를 마치고 외투를 집어 들더니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는 지금 가슴속에 불이라도 난 것 같았다.
  • “정안아, 제발 아무 일 없어야 해!”
  • 남건은 속으로 빌었다.
  • 지난번 허정안이 세 양아치에게 괴롭힘을 당할 뻔한 후, 남건은 허정안에게 또다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의 경호원을 보내서 허정안을 지켜주었다.
  • 다만 허정안은 전혀 몰랐을 뿐이었다.
  • 이번에 허정안이 납치당할 때에도 남건의 경호원은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 경호원은 현명하게 그들의 뒤를 쫓기로 했다. 그러면서 바로 남건에게 연락했다.
  • 남건은 차를 몰고 도로 위를 질주했다. 그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해야 허정안이 더 안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허정안이 억지로 약을 삼키고 15분이 지난 후, 허정안의 몸에 마침내 반응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목이 마르는 것 같더니 온몸에 열이 나며 아랫배가 불에 타는 것 같았다.
  • 그녀는 그제야 그녀를 납치한 남자가 먹인 것이 무슨 약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미약이었다.
  • 허정안은 그 이상한 느낌에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입안이 바싹 말라오고 심지어 의식도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 때가 거의 되자 두 남자는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허정안을 향해 다가갔다.
  • 허정안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온몸이 너무 뜨거워 그녀는 옷을 벗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 바로 그때 “탕”하는 소리와 함께 창고 문이 누군가에 의해 걷어차여 열렸다.
  • 남건은 매우 위급한 상황에서 마침 도착했던 것이다.
  • 허정안이 무사한 것을 보자 남건은 한숨을 내쉬었다. 남건은 허정안의 옆에 있던 두 사람을 손쉽게 처리하고는 허정안을 확 품에 끌어안았다.
  • “정안아, 괜찮아?”
  • 남건은 걱정하며 물었다.
  • 허정안은 구조된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데 심지어 남건도 알아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