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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 “더워. 너무 더워.”
  • 허정안이 매혹적인 눈을 가늘게 뜨고 말을 하면서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자 하얀 피부가 훤히 드러났다.
  • 남건은 그제야 허정안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정안은 온몸이 불덩이 같았고 숨을 가쁘게 내쉬었는데 딱 봐도 약에 취한 모습이었다.
  •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하마터면 다른 놈에게….’
  • 여기까지 생각하자 남건은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 “저들 두 사람을 끌어내다가 각각 팔과 다리 한 짝씩 부러뜨리고 문밖에서 기다려.”
  • 남건은 옆에 서 있는 경호원에게 냉정하게 명령했다.
  • ‘저런 놈들에게 이것도 가벼운 벌이야!’
  • “예!”
  • 경호원은 명령을 받자마자 두 사람을 끌고 나갔다.
  • 남건은 허정안의 손과 발을 묶은 끈을 풀고 외투를 벗어 그녀의 아래에 조심스럽게 깔았다.
  • 허정안은 손과 발이 풀려나자 바로 남건의 몸에 달라붙어 두 손으로 남건의 얼굴을 잡더니 미친 듯이 키스했다.
  • 남건은 허정안이 먹은 약 기운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녀의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허정안의 걷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며 남건도 순식간에 욕정이 타올라서 허정안을 품에 확 껴안더니 거칠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 창고 안은 점점 야릇한 정욕으로 가득 채워졌다.
  • 몇 시간이 지나자 허정안은 어렴풋이 깨어났다. 그녀가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크리스탈 조명이 달린 천장이었다.
  • “여기가 어디지?”
  • 허정안은 정신이 점점 맑아졌다.
  • ‘나는 분명 납치되어 버려진 창고로 끌려갔는데 어떻게 여기에 있지?’
  • 허정안은 일어나려고 버둥거렸다. 그녀는 갑자기 하반신에서 전해지는 격렬한 통증을 느끼고는 멍해졌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억지로 약을 삼킨 것이 떠올랐다.
  •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어!”
  • 허정안이 중얼거렸고,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 ‘내 첫 경험이, 이십여 년 동안 지켜온 순결이 이렇게….’
  • 구석에서 갑자기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허정안은 그제야 구석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누구세요?”
  • 허정안은 겁먹은 토끼처럼 목소리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 이런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그녀는 자신이 어떤 취급을 받게 될지 알 수 없었다.
  • “겁내지 마. 나야.”
  • 구석에 있던 사람이 허정안의 옆으로 다가왔다.
  • ‘남건이야.’
  • 허정안은 다가온 사람의 모습을 똑똑히 보고 나자 마음이 놓였고 이어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
  • “네… 네가 한 짓이야?”
  • 허정안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 남건은 그저 그곳에 가만히 서 있으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짝”하는 소리와 함께 남건의 얼굴에 선명한 손자국이 났다.
  • “나쁜 놈!”
  • 허정안은 귀청이 찢어질 듯이 소리 질렀다.
  • “네가 어떻게,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 ‘내가 가장 사랑하고 가장 믿었던 남자가 설마 나에게 약을 먹일 줄이야.’
  • 허정안은 갑자기 자신의 생명이 빛을 잃은 것 같았다.
  • “일단 푹 쉬어. 움직이지 말고.”
  • 남건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 “이 일은 모두 내 탓이니 내가 책임질게. 그리고 약은 내가 한 게 아니야.”
  • “네가 아니면 누군데?”
  • 허정안은 큰소리로 물었다.
  • “설마 네가 우연히 나를 구하러 갔다가 어쩔 수 없이 나와 관계를 맺었다고 할 건 아니지?”
  • 허정안의 질문에 남건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도 합리적인 해명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도 이 일은 너무 공교로웠다.
  • “남건 대표, 더 능청을 떨 필요 없어. 나도 책임질 필요 없고. 나는 네가 영원히 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다시는 너를 보고 싶지 않아!”
  • 허정안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서렸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련의 일들을 그녀는 믿지 않을 수 없었다.
  • 이 말을 마치고 허정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고 했다. 하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통증 때문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숨을 들이마셨고 그러면서도 고집스럽게 떠나려고 했다.
  • 남건은 지금 무슨 말을 해도 허정안에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 “너는 여기 남아서 푹 쉬어. 여기는 내가 운영하는 호텔이야. 걱정하지 마. 여기는 안전하니까.”
  • 남건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가장 위험한 것은 남건 대표 너겠지.”
  • 허정안은 차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