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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오해

  • 그의 이성은 허정안을 만나러 가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그에게 상처를 줬고 매정하게 그를 버렸으니 그가 이럴 이유가 없었다.
  • 상처를 받았던 사람이 어떻게 다시 자신의 상처를 헤집을 수 있겠나.
  • 그러나 그의 마음은 그가 허정안을 사랑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허정안이 예전에 그에게 그렇게 대했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에게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믿을 만큼 매우 사랑하고 있다.
  • 요 며칠 남건은 계속 이 일 때문에 고민했다. 그는 끝내 마음을 따르기로 했다.
  • ‘이왕 사랑하니까 계속 사랑하자.’
  • 남건은 차를 몰고 허정안의 회사로 향했다. 이 시간이면 그녀가 정상 퇴근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그녀와 함께 밥을 먹고 하는 김에 모든 일을 분명히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 지루하게 차 안에 앉아 있던 남건은 담배를 한 대 피우며 허정안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 허정안의 모습이 보이자 남건은 정신을 가다듬고 담배를 끄고는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 갑자기 그는 그대로 멈췄다. 허정안은 혼자가 아니었고 남자 한 명이 그녀의 옆에 함께했다.
  • “영준 씨, 뭘 먹고 싶어요?”
  • 허정안은 휴대폰을 뒤지며 물었다.
  • “당신이 정해요. 저는 뭐든 다 좋아요.”
  • 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 “길에서 휴대폰을 보는 것은 위험해요. 제가 잡아줄게요”
  • 영준은 말을 마치고 허정안의 팔을 부축해 주었다. 허정안은 그의 행동을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그를 보며 달콤하게 웃어주었다.
  • 두 사람은 서로 웃고 떠들며 거리를 거닐었다. 차 안에 있던 남건은 이미 얼굴빛이 새파래졌다.
  • 허정안과 그 남자의 사이 좋은 모습은 마치 한 쌍의 커플 같았다.
  • 남건은 그 모습을 보며 하마터면 폭발할 뻔했고 분노가 그의 모든 이성을 태워버릴 것 같았다.
  • 남건은 잠시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액셀을 밟았다. 차가 쌩 하니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
  • 허정안과 영준은 일식집에 가서 밥 먹자고 상의하는 중이었다. 그들이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차 한 대가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 “영준 씨, 조심해요!”
  • 허정안이 비명을 지르며 영준에게 주의를 줬다.
  • 날카로운 소리가 난 후 람보르기니는 거의 영준의 몸을 스치듯이 지나가 멈췄다.
  • 남건이 차에서 내리더니 허정안의 앞으로 다가가 노기등등해서 물었다.
  • “허정안, 이 사람은 누구야? 왜 너랑 같이 있어?”
  • 허정안은 혼비백산한 정신을 수습하고서 남건인 것을 보자 화가 나서 말했다.
  • “남건, 너처럼 차를 모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하마터면 내 친구를 칠 뻔했잖아!”
  • “친구? 설마 남자 친구는 아니지?”
  • 남건이 차갑게 물었다.
  • “남자 친구인지 아닌지 너랑 무슨 상관이야?”
  • 허정안은 큰소리로 대답했다.
  • “남건 대표, 우리의 비즈니스는 이미 끝났어. 유일하게 남아 있던 관계도 끝났는데 네가 뭐라고 내 사생활에 간섭해?”
  • “저 사람이 누구냐고 내가 묻잖아?”
  • 남건은 허정안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버텼다.
  • “상관하지 마! 그는 내 남자친구야. 어쩔래?”
  • 허정안도 성질이 나서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았다.
  • 이때 영준이 허정안의 허리를 천천히 감싸며 시위하듯이 남건을 바라보았다.
  • “정안 씨를 괴롭히지 마세요. 그녀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 죽어라 매달려도 소용없어요!”
  • 영준이 허정안을 껴안고 있는데도 허정안이 막지 않는 것을 보며 남건은 결국 묻는 것을 포기했다.
  • ‘그녀 옆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 내가 있든 없든 이미 중요하지 않아.’
  • “좋아, 허정안, 이 사람이 네 남자 친구구나. 그때 나를 떠났던 이유도 너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기 때문이었지?”
  • 남건의 눈에 분노가 가득 찼다.
  • “나는 너에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긴 줄 알았어. 정말 실망이야!”
  • 남건은 최대한 자제했음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 남건은 화가 나서 소리 지르고 난 후, 마치 상처 입은 늑대처럼 쓸쓸히 차에 타고는 떠났다.
  • 허정안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이 아팠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에게 상처를 줬다. 사정이 있었든 아니든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
  • “정안 씨, 괜찮아요?”
  • 영준은 걱정되어 물었다.
  • “조금 전에 어쩔 수 없이 껴안았는데 화가 난 건 아니죠?”
  • 허정안은 눈에 고인 눈물을 마구 닦더니 웃으며 말했다.
  • “아니요. 영준 씨,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