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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납치되다

  • 서이설은 멍해졌다.
  • ‘남건 오빠는 왜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침착하지?’
  • ‘그리고 상관하지 말라는 것은 무슨 뜻이지?’
  • “그럼 어떻게 할 건데요? 그녀를 절대 그냥 두면 안 돼요!”
  • 서이설은 애가 탔다.
  • “어떻게 할 건지는 나도 생각해 둔 것이 있어. 그리고 허정안을 괴롭히는 짓은 절대 하지 마.”
  • “그녀를 언제까지 싸고돌 건데요?”
  • 서이설은 큰소리로 외졌다.
  • “내 말을 잘 기억해두는 것이 좋을 거야. 피곤하니 이만 나가 봐.”
  • 남건은 표정 변화 없이 그녀를 쫓아냈다.
  • 서이설은 원망스러워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녀는 남건을 어찌할 방법이 없어 발을 구르더니 불만스러운 얼굴로 돌아갔다.
  • ‘허정안,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사이도 이제 끝이야.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원망하지 마!’
  • 서이설은 괴상한 웃음을 지었다. 악랄한 계획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 집에 돌아온 서이설은 소파에 앉아 잠시 생각하더니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누구세요?”
  • 전화기 저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야, 서이설.”
  • “왜 또 전화했어?”
  • 전화기 저편에서 그녀인 것을 알고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 전화기 저편에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난번 허정안을 괴롭히다가 실패하고, 남건에게 맞아서 뼈가 부러진 이강이었다.
  • 이강은 지난번에 좋은 심부름인 줄 알았는데 좋기는 고사하고 팔뼈가 부러져서 속으로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 그는 서이설도 몹시 원망하고 있었다.
  •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 서이설은 이강이 화난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 “나는 못 해. 다른 사람을 알아봐.”
  • 이강은 그 부탁을 감히 들어줄 수가 없었다.
  • “일이 끝나고 나면 2억 원을 줄게.”
  • 전화기 저편에 있는 이강이 침묵했다. 2억 원은 그와 같은 양아치에게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 이강은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서 얼마 망설이지 않고 이를 악물더니 대답했다.
  • “말해봐. 무슨 일을 해주면 되는데?”
  • “지난번 그 여자 말인데, 사람을 시켜 잡아다 약을 먹여서 다른 사람이랑 관계를 하게 해. 그리고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퍼뜨려.”
  • 서이설의 목소리는 독기를 품고 있었다.
  • “이 일을 네가 어떻게 처리하든 상관 안 해. 하지만 일이 끝나고 나면 바로 너에게 2억 원을 보내줄 테니까, 너는 그 돈을 가지고 떠나.”
  • 이강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는 예쁜 서이설이 이렇게 악독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하지만 그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 ‘2억 원을 받은 후에 나는 M시티를 떠나 신나게 즐기면 되니까.’
  • 이강은 마음을 굳게 먹고 그 일을 받아들였다.
  • “좋아, 할게. 그런데 일이 끝나고 나면 돈을 바로 보내줘야 해. 번복한다면 우리의 규칙을 잘 알고 있지?”
  • “걱정하지 마. 그까짓 2억 원, 안 줄 리가 없지.”
  • 서이설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허정안을 치워버릴 수만 있다면 20억 원도 아깝지 않았다.
  • “거래 성립이야!”
  • “그래!”
  • 무방비한 허정안은 지금 그녀를 겨냥한 악랄한 음모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 허정안은 오늘 어쩌다 휴식하는 거라서 늦잠을 실컷 잤다. 그리고 일어나서는 쇼핑하며 스트레스를 풀 준비를 했다.
  • 집을 나서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자 허정안은 요 며칠 우울했던 기분이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
  • 그녀는 걸으면서 오늘 저녁 영준에게 밥을 사 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제 식사를 약속했던 것이다. 허정안도 이 기회에 영준을 반갑게 맞아 주고 싶었다.
  • 갑자기 뒤쪽에서 캡 모자를 쓰고 고개를 숙인 덩치 큰 남자 두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허정안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손에 든 마대 자루를 바로 허정안의 머리에 덮어씌웠다.
  • 두 사람은 납치 전문인 듯 능숙하게 허정안의 입을 틀어막더니 허정안을 끌고 길옆에 세워둔 흰색 차로 향했다.
  • “음… 으음….”
  • 허정안은 큰소리로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낮은 신음만 흘러나왔다. 그녀는 기를 쓰고 반항하며 사람들의 주의를 끌려고 했다.
  • 그중에 한 덩치가 손으로 허정안의 뒤통수를 가격했고, 허정안은 바로 기절했다.
  • 다시 깨어났을 때 허정안은 자신이 버려진 창고로 끌려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손발이 묶이고 입에 재갈이 물린 채로 그곳에 방치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