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7화 위기의 순간

  •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니까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 서이설은 씩씩대며 말하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 “이강아, 나 서이설이야.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걱정하지 마. 그냥 해달라는 거 아니야.”
  • 서이설은 통화를 마치고 입가에 비웃음을 지었다.
  • “허정안, 나랑 한번 해보자고? 너는 아직 멀었어.”
  • 허정안이 휴대폰을 보니 이미 열두 시가 넘었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내일 하루만 더 잔업을 하면 거의 완성될 것 같아.”
  • 허정안은 혼잣말을 했다.
  • 허정안은 말을 마치고 기지개를 켜더니 짐을 정리해 가방을 챙기고 퇴근했다.
  • 허정안의 월세 집에 도착하려면 길지 않은 골목을 지나야 했는데 계속 다니던 골목이라 허정안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 이미 한밤중이라 골목 안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바람이 불어오자 허정안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옷을 여미고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서둘렀다.
  • 골목 모퉁이를 돌 때, 허정안은 깜짝 놀랐다. 모퉁이에 남자 셋이 서 있었는데 담배를 문 채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 허정안은 갑자기 무서워졌다. 한밤중에 이런 양아치들이 가장 무서웠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얼른 지나가려고 했다.
  • 허정안이 막 세 양아치를 지나치고 나서 한숨을 내쉬려고 할 때였다.
  • “예쁜아, 뭐가 그리 급해?”
  • 결국 양아치 하나가 입을 열었는데 짙은 지방 억양을 띠고 있었다.
  • “어디 가는 길인데?”
  • “예쁜아, 네가 허정안이지?”
  • 세 사람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가 바로 서이설이랑 통화했던 이강이었다.
  • “저는, 저는 허정안이 아니에요. 사람 잘못 보셨어요.”
  • 허정안은 이 사람들이 그녀에게 시비를 걸러 온 걸 알아차렸다. 허정안은 원숭이처럼 빼빼 마르고 얼굴에 세로 흉터가 있는 이강을 보더니 재빨리 부인했다.
  • “맞든 아니든 우리 셋이랑 찐하게 한번 놀아보자.”
  • “하하하, 이강 형님 말이 맞습니다. 이렇게 예쁘니 끝내줄 겁니다.”
  • 세 사람은 허정안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고 그녀를 빙 둘러쌌다.
  • 눈앞의 상황에 허정안은 몹시 놀라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허정안은 그저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 “거기 누구 없어요? 살려주세요!”
  • 허정안은 소리를 지르면서 세 사람의 포위망을 뚫고 나가려 했다.
  • 그러나 연약한 그녀가 뚫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녀는 이강의 손에 어깨를 붙잡혔다.
  • “하하, 진짜 드라마처럼 될 줄 알았나 봐? 소리 쳐봐. 어디 구하러 오는 사람이 있나?”
  • 이강은 허정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음흉하게 웃었다.
  • “이건 정말 좋은 심부름이네. 돈도 벌고 이렇게 예쁜 여자랑도 놀 수 있고.”
  • 왼쪽에 있던 양아치는 벌써 허정안의 옷을 벗기려 하고 있었다.
  • “하지 마! 이거 놔!”
  • 허정안은 절망하며 소리쳤다.
  • “그건 좋은 심부름이 아니야!”
  • 세 양아치가 막 그녀에게 손을 대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바로 뒤쫓아온 남건이었다.
  • “누구야?”
  •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
  • “너희를 처리할 사람!”
  • 눈물범벅이 된 허정안의 모습을 바라보며 남건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것 같았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 같았다.
  • “너 혼자서? 뭣들 해? 조져버려!”
  • 남건의 말은 세 양아치를 화나게 했다. 이강은 다른 두 사람과 연합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그를 제대로 손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강의 말이 끝나자 남건은 치타처럼 쏜살같이 이강의 앞으로 달려들어, 눈앞으로 날아오는 그의 주먹을 덥석 잡았다.
  • “뚝!”
  • 또렷한 소리와 함께 이강의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의 팔은 반응할 새도 없이 90도로 꺾였다.
  • 이강의 팔을 부러뜨리고 나서 남건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허리를 숙여 등 뒤에서 찔러오는 칼을 피하고는 그 기세로 그를 걷어찼다. 또다시 또렷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 양아치가 다리를 붙들고 비명을 지르더니 넘어졌다.
  • 몇 초가 흐르는 사이, 이미 양아치 두 명이 전투력을 잃었다. 마지막 남은 한 명은 상황이 여의치 않자 바로 도망치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남건에게 채여 바닥에 꼬꾸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