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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두 사람의 관계

  • 남건은 익숙하게 허정안의 사무실에 도착해서 바로 문을 열고 들어와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 남건은 고개를 숙이고 일하고 있는 허정안을 바라보았다.
  • “남건 대표님, 오셨어요?”
  • 허정안은 남건이 방문한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도 들지 않고 바로 말했다.
  • “네. 일 보세요. 저는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보러 왔으니까요.”
  • 그는 허정안이 그를 남건 대표라고 부르는 것이 아직도 적응되지 않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 “알았어요. 편히 앉아 계세요. 이따가 다시 얘기해요.”
  • 허정안은 여전히 사무적인 태도였다.
  • 허정안의 말투에 깃든 거리감을 느끼고 남건은 짜증이 치밀어 올라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이것은 허정안이 떠나고 나서 생긴 나쁜 버릇이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렸다.
  • 남건의 행동을 보며 허정안의 눈에는 쓸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 ‘그는 예전에 담배를 피우지 않았어. 또 나 때문이겠지.’
  • 그녀는 이런 생각이 들자 죄책감이 더 짙어졌다.
  • 남건은 허정안과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기에 허정안은 불가피하게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었다. 허정안은 원래부터 담배 냄새를 좋아하지 않아서 억지로 참으려고 했지만, 끝내 작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 남건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허정안이 예전에 담배 냄새를 가장 싫어했다는 것이 문득 떠올랐다. 그는 몇 번 망설이더니 끝내 손에 든 담배를 끄고는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졌다.
  • “허정안 씨, 배고프네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 남건은 명령하듯이 말투에 확신을 담고 있었다.
  • “남건 대표님, 감사하지만 저는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요. 계속 일하고 싶네요.”
  • 허정안은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녀는 남건과의 과도한 접촉은 될수록 피하려고 했으나 모두 헛수고였다.
  • “이건 업무의 연장이에요. 저는 사업 파트너와 밥 한 끼 같이 하며 상의할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거니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마세요.”
  • 남건은 그녀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 “가요.”
  • 허정안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그의 말에 잘 따랐다.
  • 두 사람은 한 레스토랑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 “먹고 싶은 거로 시켜요.”
  • 남건은 허정안에게 메뉴판을 내밀었다.
  • “감사해요.”
  • 허정안은 예의 바르게 인사하더니 스테이크를 하나 주문했다. 남건도 대충 주문을 마쳤다.
  • 남은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침묵했다. 남건은 허정안이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허정안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 남준이 침묵을 깨며 말했다.
  • “기획안은 거의 끝마쳤어요?”
  • “네.”
  • 허정안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하루만 더 있으면 끝나요.”
  • “무슨 계획이 있어요?”
  • 남건은 앞으로 허정안을 만나러 올 정당한 명분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의외로 긴장되었다.
  • “계획이요? 별다른 계획은 없어요. 그저 열심히 일하며 일반인의 삶을 살려고요.”
  • 허정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 ‘그리고 당신과 거리를 두려고요.’
  • 허정안은 말을 마치고 속으로 한마디 보탰다.
  • “네.”
  • 남건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밥을 먹었다.
  • 두 사람은 이 식사 장면을 서이설의 친구인 린다가 보고 남몰래 동영상을 찍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두 사람이 식사를 마친 후, 남건은 허정안을 회사에 데려다주고 나서 바로 차를 몰고 떠났다. 허정안은 사무실에 돌아와 계속해서 기획안을 완성하는 것에 몰입했다.
  • 린다는 동영상을 서이설에게 보내주었고 서이설은 동영상을 보고 나서 불같이 화를 냈다.
  • 지난번 허정안을 보고 나서 그녀는 허정안과 남건 사이에 무언가 있을 거로 생각해 사람을 시켜 알아보았다. 그 결과 허정안과 남건이 대학 때 연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서이설은 후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기에 그들이 연애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허정안 이 여우 같은 년, 감히 남건을 꼬시려고 해? 내가 예전에 그렇게 잘해줬는데 배은망덕한 년!”
  • 서이설은 이를 갈며 말했다.
  • 서이설은 항상 남건을 자기 남자 친구 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허정안과 남건이 다시 화해할 가능성이 보이자 그녀는 자기 것을 빼앗긴 느낌이 들었다.
  • ‘남건이 아직도 허정안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히 느껴지는데, 별다른 증거가 없이 그저 여자로서의 직감일 뿐이었어.’
  • 이렇게 생각하자 서이설은 더욱더 불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