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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계약서를 받다

  • 이튿날, 허정안은 아무 말 없이 떠났고 그 후로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절망에 빠진 남건은 그 후로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해외로 유학을 떠났고 귀국하고 나서 남식 그룹을 물려받아 남식 그룹의 대표가 되었다.
  • 그녀는 그와 헤어지고 난 후, 서로 아무런 접점 없이 지내며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는데 운명은 그들을 다시 만나게 했다.
  • 멍한 상태로 회사에 돌아온 허정안은 회사의 다른 직원에게 남식 그룹에 연락하라고 말해주고는 그녀도 일에 집중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남건의 모습과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계속 그녀의 머릿속에서 재생되며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았다.
  • 그녀는 결국 그를 잊을 수 없었지만, 그는 이미 그녀의 사람이 아니었다.
  • 남건은 회사의 사무실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머릿속으로 오늘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 그의 속도 말이 아니었다. 그 여자가 그를 떠난 후, 그는 술독에 빠져서 살아봤고 방탕한 생활도 해봤다. 그는 그녀를 깨끗이 잊은 줄 알았는데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는 단지 그녀에 대한 기억을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다시 건드리자 그 기억은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와 그가 더는 그녀를 원망하거나 그녀에게 화를 낼 수 없게 했다.
  • 남건은 오랜 시간 갈등하다가 결국 전화기를 들고 구함 디자인회사에 전화했다.
  • “안녕하세요. 남식 그룹의 남건이라고 합니다. 허정안 씨에게 내일 우리 회사로 오지 않으면 계약은 없었던 일로 할 거라고 전해주세요.”
  • 전화를 마치고 남건은 입꼬리를 슬쩍 들어 올렸다.
  • “흥, 허정안, 너를 절대 편하게 두지 않을 거야.”
  • “뭐라고요? 남건, 아니. 남건 대표님이 계약서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고요? 왜, 왜 저예요?”
  • 허정안은 소식을 듣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져 사무실 직원에게 거듭 확인하고 나서야 결국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 그녀는 남건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것은 회사의 첫 번째로 큰 사업이라 회사의 발전에 장기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회사 직원으로서 그녀는 가지 않을 수 없었다.
  • “나는 계약 건에 대해 상담하러 가는 것뿐이잖아. 다른 것들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얘기할 필요도 없어!”
  • 허정안은 오랫동안 자신에게 암시를 걸고 나서야 마침내 용기를 내 남식 그룹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 허정안은 남식 그룹에 다시 발을 들이며 마치 저승 문에 발을 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야!’
  • 허정안은 마음을 굳게 먹고 죽을 각오를 다지며 안으로 들어갔다.
  • 똑, 똑, 똑!
  • “들어오세요.”
  • ‘여기까지 왔으니 이미 돌이킬 수 없어.’
  • 허정안은 떨리는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 “남… 남건 대표님, 계약 건 때문에 왔어요.”
  • 허정안은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이리 가까이 오세요. 문 앞에서 계약서를 받을 건가요?”
  • 남건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 허정안은 그 말을 듣더니 조심스럽게 앞으로 몇 발짝 옮겼다.
  • “무슨 일이에요?”
  • 남건의 목소리가 여지없이 들려왔다.
  • 남건의 강한 기세에 허정안은 겁을 먹고 침을 삼켰다.
  • “저는 계약서를 받으러 왔어요. 무슨 건의 사항이 있으면 저한테 다 말씀하세요.”
  • “흥, 이건 계약서예요. 그쪽 기획안에 대한 건의 사항 및 개선 방향이 이 안에 들어 있어요.”
  • 남건은 말을 잠시 멈췄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제가 그 위에 제시한 부분이에요. 모든 것은 당신 혼자 완성해야 해요. 기억해요, 당신 혼자서예요.”
  • 허정안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약서의 내용을 확인하더니 긴가민가하며 물었다.
  • “그러니까, 이 일을 모두 저 혼자 완성해야 한다는 거예요?”
  • “문제 있어요?”
  • 남건의 말투에 짜증이 묻어났다.
  • “아니요.”
  • 회사의 운명이 그녀 손에 달려 있는데 그녀가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 “이 일은 일주일 내로 마무리하세요. 괜찮죠?”
  • “알겠어요!”
  • 허정안은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 “그럼 가보세요.”
  • 남건은 허정안을 흘깃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 “이걸로 끝이에요?”
  • 허정안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남건이 이렇게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정말 이대로 가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