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허정안은 아무 말 없이 떠났고 그 후로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절망에 빠진 남건은 그 후로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해외로 유학을 떠났고 귀국하고 나서 남식 그룹을 물려받아 남식 그룹의 대표가 되었다.
그녀는 그와 헤어지고 난 후, 서로 아무런 접점 없이 지내며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는데 운명은 그들을 다시 만나게 했다.
멍한 상태로 회사에 돌아온 허정안은 회사의 다른 직원에게 남식 그룹에 연락하라고 말해주고는 그녀도 일에 집중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남건의 모습과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계속 그녀의 머릿속에서 재생되며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그를 잊을 수 없었지만, 그는 이미 그녀의 사람이 아니었다.
남건은 회사의 사무실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머릿속으로 오늘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속도 말이 아니었다. 그 여자가 그를 떠난 후, 그는 술독에 빠져서 살아봤고 방탕한 생활도 해봤다. 그는 그녀를 깨끗이 잊은 줄 알았는데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는 단지 그녀에 대한 기억을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다시 건드리자 그 기억은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와 그가 더는 그녀를 원망하거나 그녀에게 화를 낼 수 없게 했다.
남건은 오랜 시간 갈등하다가 결국 전화기를 들고 구함 디자인회사에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남식 그룹의 남건이라고 합니다. 허정안 씨에게 내일 우리 회사로 오지 않으면 계약은 없었던 일로 할 거라고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