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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녀의 회사에 찾아가다

  • “귀 안 들리는 겁니까? 싫으면 계약서 두고 나가요!”
  • 남건은 화가 나 울부짖었다.
  • ‘이 여자는 여전히 어리숙하네.’
  • “아니요, 알겠습니다 . 남 대표님, 안녕히 계세요.”
  • 허정안은 깜짝 놀라서 얼른 대답했다.
  • “그럼 저는 나가볼게요. 우리 잘해봐요.”
  • 남건이 말하기 전에 허정안은 잽싸게 사무실에서 나왔다.
  • “이건 시작일 뿐이야. 네가 나한테 진 빚은 내가 다 받아낼 거야. 우리 잘해보자.”
  • 남건은 낮게 말하며 눈으로 허정안을 배웅했다. 그는 스스로도 마음속에 생긴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 “겨우 나왔네.”
  • 허정안은 숨을 깊게 내쉬었다. 사무실 안에 있던 일분일초가 지옥 같았다.
  • 그러나 조금 전 남건과의 대화 내용이 떠오르자 그녀의 올라갔던 입꼬리가 축 처졌다.
  • ‘이렇게 많은 업무량을 일주일 안에 끝마치려면 적어도 두 사람은 있어야 해. 나 혼자서는….”
  • 허정안은 힘든 내색도 못 하고 더 고민하는 것도 그만두고는 얼른 회사로 돌아가 그녀의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 그녀는 매일 한밤중까지 잔업하고는 다음날 일찍이 회사에 출근했다. 이런 생활이 벌써 사흘째였다.
  • 그 사흘 동안 무미건조하게 일만 해서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허정안은 남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 허정안은 일에 빠져 지냈지만 남건은 매우 괴롭게 지내고 있었다. 그가 모든 회사 일을 직접 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중요한 결정만 하면 되었는데 그의 출중한 업무 능력으로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었다.
  • 한가해지면 허정안의 모습이 계속 그의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허정안이 그를 떠나고 나서 남건은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왜냐하면 마음을 주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수많은 예쁜 여자가 그의 번듯한 배경과 잘생긴 외모에 굴복했지만, 그는 여전히 모든 사람한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서이설도 단지 서씨 가문과의 비즈니스로 오가는 관계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남식 그룹에 출근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요구했기에 그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 그는 허정안을 단순히 사업 파트너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거듭 노력해 보고 나서야 그는 그것이 그저 자신을 속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그녀를 원망할지라도 그는 여전히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 ‘허정안, 너는 아직 나에게 해명해야 할 것이 남았어.’
  • 여기까지 생각하자 남건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차를 몰아 허정안이 일하는 회사로 향했다.
  • 한정판 람보르기니 한 대가 서서히 구함 디자인회사 정문 앞에 멈춰서며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회사 직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차 주인이 어떤 갑부인지 알고 싶었다.
  • 차 문이 열리며 차 안에서 반짝이는 구두 한 짝이 튀어나왔다. 이어 몸집이 좋고 빼어난 슈트핏에 구두를 신은 남자가 내렸다. 멋지고 매력적인 얼굴에 지혜롭고 그윽한 두 눈을 가진 남건이었다.
  • “와, 잘생겼다.”
  • 거리에는 이미 그를 구경하며 눈을 빛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 “나이도 젊은데 저런 고급 세단까지 몰다니. 도대체 누구지?”
  • “저 사람을 몰라? 남식 그룹에 새로 온 남건 대표잖아.”
  • 남건은 자기 때문에 몰린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도 않고 지체 없이 성큼성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남건의 방문으로 회사는 시끌벅적해졌다. 얼마 후, 허정안의 사촌 오빠이자 이 회사의 책임자가 그를 직접 마중 나왔다.
  • 남건은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허정안의 사무실 위치를 묻더니 바로 사무실로 향했다.
  • 허정안은 지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 그녀는 너무 피곤했다. 며칠 동안의 과중한 업무량 때문에 그녀는 심신이 지쳐서 저도 모르게 잠들었다.
  • 남건은 노크도 하지 않고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는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든 허정안을 보자 갑자기 가슴이 아파서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싶었다.
  • 때마침 허정안이 깨어났다. 두 쌍의 눈이 서로 마주치자 허정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남건 대표님, 어떻게 오셨어요? 저는 안 잤어요!”
  • 허정안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
  • 남건은 이 순간 허정안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허공에 멈춘 손을 천천히 거둬들이더니 어색한 듯이 코끝을 만지작거렸다.
  • “저는 그저 당신이 고친 기획안을 보려고 했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