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8화 네가 잘 알 거야

  • “말해! 누가 시켰어? 말하지 않으면 저 두 놈처럼 만들어 줄게.”
  • 남건은 양아치의 몸을 밟고서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저는, 저는 모릅니다! 저는 여자가 시켰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 다른 두 동료가 바닥에 누워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며 그 양아치는 간담이 서늘해져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불었다.
  • ‘여자라고?’
  • 남건이 잠깐 생각해 보자 머릿속에 바로 답이 나왔다.
  • 남건은 세 양아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한달음에 허정안 곁으로 달려갔다. 허정안이 넋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며 남건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허정안을 품에 안았다.
  • “괜찮아, 괜찮아. 내가 있잖아.”
  • 남건은 허정안의 등을 살살 쓰다듬으며 그녀를 안심시키는 목소리로 말했다.
  • 허정안은 남건을 꽉 껴안고 작은 목소리로 흐느꼈다. 남건의 품은 그토록 듬직하고 따뜻해 그녀는 왠지 모르게 안심하게 되었다.
  • “가자. 데려다줄게.”
  • 남건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허정안은 남건을 한참 동안 껴안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얼른 남건을 놔주고 두 손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옷깃을 잡아당기며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 “고마워.”
  • 허정안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결국에는 감사 인사를 건넸다.
  • “응.”
  • 남건은 응 한마디로 대답했다.
  • “가자.”
  • 남건은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
  • 허정안이 사는 집에 도착해서 남건은 잠시 앉아 있다가 허정안이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후, 허정안에게 푹 쉬라고 당부하고는 바로 떠났다.
  • 차를 몰고 거리를 지나는 남건의 잘생긴 얼굴이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 밤새 말이 없던 남건은 이튿날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바로 서이설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 서이설은 이 순간 멍하니 있었다. 그녀는 어젯밤 이미 사건의 경위에 대해 들었고 지금은 남건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 서이설은 당황스러우면서도 조금 아깝다고 느꼈다.
  • ‘허정안에게 본때를 보여줄 좋은 기회였는데 남건 오빠가 나타나는 바람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어.’
  • “서이설.”
  •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서이설은 깜짝 놀랐다. 서이설은 다가온 사람을 확인하고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 “남건 오빠, 왔어요?”
  • 서이설은 재빨리 일어나 그를 맞았다.
  • “어젯밤 네 절친인 허정안이 골목에서 세 양아치를 만났어.”
  • 남건은 쓸데없는 말은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 “아, 어떻게 그런 일이 있죠?”
  • 서이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정안은 괜찮죠?”
  • “그녀가 어떤지는 누구보다 네가 잘 알 거야.”
  • 남건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 “무슨 말이에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 서이설은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
  • “남건 오빠, 저를 믿어야 해요.”
  •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알아봤어. 계속 거짓말할 거야? 서이설, 일을 저질렀으면 책임질 줄도 알아야지. 내가 너를 미워하게 하지 마.”
  • 남건은 서이설의 가식적인 표정이 역겨워 인정사정없이 말했다.
  • 서이설은 모든 것이 탄로 나 계속 모르는 척해도 남건의 반감만 살 것 같아지자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다.
  • “그래요! 제가 시켰어요. 제가 다 알아봤어요. 분명 허정안이 그 당시 매정하게 오빠를 떠났으면서 지금 무슨 낯짝으로 오빠 앞에 나타난 거죠? 그 애는 나쁜 년이에요. 저야말로 오빠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 “입 다물어!”
  • 서이설의 감정적 호소는 남건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 “그게 남을 해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어. 다시 한번 이런 짓을 벌이면 회사에 나올 생각도 하지 마!”
  • 남건은 말을 마치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 “허정안, 모두 네 탓이야! 절대 가만 안 둬!”
  • 남건이 몸을 돌려 단호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며 서이설의 눈에는 원망의 빛이 서렸다
  • 남건은 곧바로 구함 디자인회사로 향했다. 비록 어제의 사건이 허정안에게 큰 타격을 주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회사에 출근하기로 했다.
  • 남건이 찾아왔을 때, 허정안은 계획서를 만드는 중이었다. 허정안은 남건을 보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 “와… 왔어요?”
  • 허정안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 “네. 계획서는 잘 돼가요?”
  • 남건은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젯밤 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