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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아빠 시켜줘

애아빠 시켜줘

San타클로스

Last update: 2024-05-18

제1화 꼬맹이 셋과 함께 돌아왔다

  • “들리는 소문에 강 씨 가문에서 다시 데려온 지 석 달이 채 안 되는 그 딸 말이야, 그 딸이 어젯밤 양아치 3명이랑 호텔방에서 광란의 밤을 보냈다던데?”
  • “그게 사실이라면 완전 메인 기사감이잖아…”
  •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스위트룸 문 앞은 이른 아침부터 기자들로 바글거렸다.
  • 다들 카메라를 든 채 기대에 찬 표정으로 오늘의 주인공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같은 시각 스위트룸 안에 있는 강소원은 타월을 몸에 두른 채 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 어쩌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는지는 그녀도 몰랐다.
  • 어젯밤 이복 여동생인 강은설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던 그녀는 파티에서 주스를 한잔 마시고는 인사불성이 되어버렸었다.
  •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이 방 안이었고 몸에는 온통 울긋불긋한 자국들이 가득했다.
  • 그녀는 자신이 그들이 말하는 ‘세 양아치들’과 광란의 밤을 보낸 것은 아님을 확신했다. 하지만… 한 남자와 부적절한 밤을 보낸 것 또한 분명했다.
  • 당시 그녀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던 터라 상대방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 남자의 뜨거운 숨결과 거칠게 자신을 탐하던 그 느낌만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 막 순결을 잃은 데다 문 앞에 몰려와있는 기자들까지, 강소원은 충격과 공포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 이에 그녀의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 그러던 그때, 문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기자들을 쫓아내고 있는 듯한 소리에 강소원은 문 쪽으로 다가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문 앞에 찾아온 사람은 이복 여동생인 강은설과 약혼자인 윤남규인듯했다. 기자들이 앞다투어 그들에게 질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강은설 양, 언니분께서 세명의 남자와 함께 밤을 보냈다는 게 사실입니까?”
  • “윤남규 씨, 들리는 말에 의하면 윤 씨 가문과 강 씨 가문이 서로 혼약을 맺을 의사가 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강소원 씨의 미래의 약혼자로서 이러한 강소원 씨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강은설은 진지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 “저희 언니가 이 방 안에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언니는… 그런 더러운 짓은 하지 않았어요. 언니는 그냥 술에 취해 방 안에서 쉬고 있는 것뿐이니까 기사 함부로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 하지만 윤남규는 그런 그녀와는 달리 곧바로 표정을 차갑게 굳히며 입을 열었다.
  • “저는 강소원 씨와 약혼할 의사가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그건 은설 양과의 약혼이죠! 은설 양이야말로 진정한 강 씨 가문의 딸입니다. 다시 데려온 지 고작 석 달밖에 안 되는 촌스러운 여자가 아니라요!”
  • 그는 차가운 말로 강소원과의 혼약을 부정했다. 그 말은 또한 강소원이 세명의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오명에 대한 간접적인 인정이기도 했다.
  • 그 결과, 한 시간 뒤 ‘강 씨 가문 규수, 하룻밤 세명의 남자와 관계를 가져… 윤남규는 공개적으로 그녀와의 혼약을 부인’이라는 기사가 온 인터넷을 뒤흔들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비난했다.
  • “밖에서 자란 자식이라 그런지 개방적이네. 과한 스모키 화장에 그 촌스러운 차림을 하도고 남자 세명과 놀아나다니, 그 세명의 양아치들도 취향 참 특이해.”
  • ……
  • 같은 시각, 강 씨 가문의 저택.
  • 짝-!
  • 겨우 호텔을 빠져나온 강소원이 뭐라 말을 꺼낼 새도 없이 친부인 강상국은 그녀의 뺨을 세차게 내려쳤다.
  • 화난 얼굴의 강상국은 차갑고도 경멸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꼴 사나운 것! 이렇게 천한 년인 줄 알았으면 몇 달 전에 널 데려오지 않는 거였어! 집안 망신은 네가 다 시키는구나! 당장 짐 싸서 이 집에서 나가! 강 씨 집안에 너란 년은 없는 셈 칠 테니!”
  • 강소원은 맞은 뺨이 화끈거리며 아파왔다. 하지만 그 고통이 그녀의 마음에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 어릴 적부터 양부모의 손에 자란 그녀는 깊은 혈육의 정 같은 건 느껴본 적이 없었다.
  • 받아왔던 것이라고는 냉대뿐이었던 그녀는 가족을 다시 찾게 되면 더 이상 그런 아픔은 겪지 않아도 될 줄 알았었다.
  • 하지만 자신을 향한 친부의 경멸 어린 시선에 그녀는 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 집에서 그녀가 돌아온 것을 환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 그렇게 강소원은 끝내 강 씨 가문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녀가 가자 가장 신이 난 것은 당연하게도 계모인 임수연과 강은설이었다.
  • 두 사람은 바로 위층 창가에 서서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 “비록 어젯밤 강소원 그게 방을 잘못 찾아가기는 했지만 원했던 목적은 이뤘어. 엄마가 생각해 낸 방법이 정말 통했다고! 강소원을 이 집에서 쫓아내 강 씨 가문의 승계권을 잃어버리게 만들었고, 아빠는 걜 미워하게 됐어. 거기에다 남규 오빠가 공개적으로 파혼선언까지 하다니… 이건 말 그대로 일거삼득인 거잖아!”
  • 이에 임수연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네 엄마가 누구니. 그만한 수도 없이 어떻게 강 씨 집안의 안주인 자리를 꿰차고 앉을 수 있었겠어? 눈엣가시도 치워버렸으니, 이제 강 씨 가문의 모든 건 다 네 거야.”
  • ……
  • 그로부터 6년 후, 서울 퍼스트 인터네셔널 호텔 프런트에선 스타일리시한 차림새의 미모의 여성이 한창 체크인 수속을 진행하고 있었다.
  • 프런트 남직원은 그녀의 인적사항을 입력하면서 이따금씩 몰래 그녀를 힐끔거리며 훔쳐보았다.
  • 눈앞의 여자는 정말이지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였다. 정교한 이목구비와 새하얀 도자기 피부, 날씬한 몸매를 감싸고 있는 예쁜 원피스와 한 줌도 안될 것 같은 가는 허리, 그리고 그 아래 늘씬한 두 다리까지, 우아하고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그녀는 미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지성과 노련함을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 하지만 더욱이 시선을 사로잡는 건 그녀의 옆에 있는 세명의 귀여운 꼬마 아이들이었다.
  • 남자아이 두 명과 한 명의 여자아이였는데 하나같이 섬세하게 조각해 놓은 것처럼 예뻤다.
  • 하얀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는 두 남자아이는 한 틀에서 찍어낸 것 같은 모습이었고 핑크색 레이스 원피스 차림의 여자 아이는 책을 받쳐 들고는 한창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었다.
  • 그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아이들을 힐끔거리기 바빴다.
  • “세 쌍둥이인 건가? 너무 예쁘다. 나도 저런 애들을 낳고 싶을 만큼 말이야…”
  • “옆에 있는 건 누나야, 아니면 엄마야? 너무 분위기 있다. 혹시 연예인 아니야?”
  • 모두들 작은 소리로 칭찬을 해대고 있던 그때, 강소원도 자신의 세 아이들을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세 아이들은 정말이지 너무 예뻤고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 6년 전, 강 씨 가문에서 쫓겨나 갈 곳 없던 그녀를 받아준 건 그녀의 고모인 강상희였다.
  • 그렇게 그녀는 고모인 강상희와 함께 Y국으로 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당시 그녀는 임신 중이었고, 아무것도 모르던 그녀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임신 3개월이 넘은 시기였다.
  • 그 나라에서는 임신 3개월이 지난 이후부터는 낙태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기에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아이들을 낳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 하지만 강소원은 아이를 낳은 것이 오히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아이들이 곁에 있었기에 그녀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이었고 오늘날의 성취도 있을 수 있었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 체크인 수속은 꽤 빨리 마무리되었고, 수속을 마친 강소원은 세 아이들을 불렀다.
  • “가자, 얘들아. 위층으로 올라가야지.”
  • 이에 세 아이들은 귀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 “응.”
  • 그리고는 착하게 자신들의 캐리어를 끌고 강소원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었던 강소원은 방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침대 위에 엎어졌다. 그녀는 미동도 하고 싶지 않았다.
  • 귀국하기 전까지도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던 그녀는 극히 까다로웠던 치료를 끝낸 뒤 휴식을 취할 새도 없이 곧바로 비행기에 올라 열몇 시간의 비행을 한 터라 현재 굉장히 지쳐있는 상태였다.
  • 이에 첫째인 강승빈이 대견하게도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 “엄마, 내가 마사지해줄까? 고생 많았지!”
  • “좋지. 그럼 부탁할게.”
  • 강소원이 사랑스럽다는 듯 아이를 향해 미소 지었다.
  • 이에 강승빈은 곧바로 손발을 다 써가며 침대 위로 기어올라와서는 조그마한 손으로 강소원의 어깨를 조물 거리기 시작했다. 강소원은 편안한 듯 눈꼬리가 휘어지도록 미소 지으며 칭찬했다.
  • “우리 승빈이 손이 점점 더 야무져지는 것 같네!”
  •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강승빈의 앙다문 작은 입술이 예쁘게 휘어졌다. 그때 둘째 강승민이 다가와 강소원의 눈앞에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 “엄마, 나쁜 소식이 하나 있어! 우리 귀국하자마자 생존 위기에 맞닥뜨리게 생겼어! 내가 방금 계산해 봤는데, 이번에 우리가 귀국해서 자리를 잡는데 들어갈 돈이 이만큼이거든… 그런데 계좌에 들어있던 자금은 이미 형이 주식시장에 투자한다고 가져가서 지금 당장은 전부 다 거기에 묶여있는 상황이란 말이야! 짧은 시간 내에는 다시 가져올 수 없을 거라고. 그래서 말인데… 내가 다크넷에서 엄마 대신 의뢰를 하나 받았어. 이틀 뒤에 한 재벌집에 환자를 치료하러 가야 해. 돈 벌어서 살림에 보태야지!”
  • 그 말을 들은 강소원은 편안함에 반쯤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뜨고는 애원하듯 말했다.
  • “그래도 며칠 정도는 쉬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건 노동착취라고! 게다가 엄마는 따로 처리해야 할 일도 있단 말이야…”
  • 이번 귀국은 강상희의 사업을 도와주려고 돌아온 것도 있었지만 강 씨 가문에 한번 돌아가 봐야 했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 그녀의 친모가 떠나면서 그녀의 이름으로 남겨놓은 주식이 있는데 그녀의 사인이 필요하다면서 강상국이 연락을 해왔던 것이다.
  • 비록 강상국이 왜 갑자기 이런 호의를 베푸는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그녀의 것이라면 당연히 되찾아와야 하는 것이었다.
  • 하지만 강 씨 가문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 하물며 재벌가에 치료를 해주러 갈 기분은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승민이는 그런 그녀를 향해 작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 “안돼! 꼭 가야 해! 저쪽에서 통 크게 100억을 제시했단 말이야. 게다가 선금으로 60억을 먼저 주기로 약속했다고! 엄마! 엄마한테는 먹여 살려야 할 귀여운 아이들이 세명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 그리고 고모할머니네 집에도 애완동물이 세 마리 있고… 이후에 고모할머니 노후도 책임져야 할 거 아니야!”
  • 아이의 잔소리에 강소원은 울고 싶어 졌다. 갑자기 삶의 무게가 엄청 무겁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 엄마를 설득하는 동생의 말을 내내 묵묵히 듣고만 있던 강승빈은 울상을 짓는 강소원의 모습에 곧바로 합세해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 “그냥 가보는 게 어때, 엄마? 그 의뢰내용은 나도 봤었는데, 의뢰인이 앓고 있는 병은 엄마한테는 치료하기 어려운 케이스도 아니었어. 번거로울 것 같으면 승아랑 같이 가도 되잖아.”
  • 이에 이제껏 아무 말이 없던 막내 강승아가 드디어 맞장구를 쳤다.
  • “그래. 내가 엄마를 도와줄 수 있어! 이젠 나도 한 명의 꼬마 의사잖아!”
  • 막내딸까지 그렇게 말하는 통에 강소원은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울어버리고 싶은 기분으로 급히 입을 열었다.
  • “알겠어, 알겠다고. 파일 좀 보자. 어느 재벌가인데?”
  • 그러자 진즉부터 준비해놓고 있었던 강승민이 곧바로 대답했다.
  • “서울의 박 씨 가문이야. 환자는 박 씨 가문의 현 주인인 박우진이고. 이 사람이 고질병이 있는데 1년 365일 중에 절반은 침대에 누워서 지낸대! 박 씨 가문에서 여기저기 의사들을 알아봤었는데 다들 근본적인 치료는 실패했다더라고. 그러다가 이번에 어렵게 엄마를 찾아온 거래!”
  • 그 말을 들은 강소원은 헛 숨을 들이켰다.
  • “그 재벌가가… 박 씨 가문이었어?”
  • 박 씨 가문은 국내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큰 재벌가였다. 더욱이 박우진은 서울에서는 유명인사였다.
  • 그는 상업계의 제왕과도 같은 인물로 엄청난 권세를 손에 쥐고 있고 몸값 또한 수백조 원에 달하지만 반대로 꽤나 조용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 강승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 “맞아! 그러니까 분발해야 해, 엄마. 100억을 마다하면 안 되지! 우리의 귀국 후 첫 집은 이 돈으로 해결하는 거야.”
  • 강승빈도 그녀를 다독였다.
  •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돼, 엄마. 이 시기를 넘기면 돈을 버는 건 내가 할게.”
  • 강승아가 낭랑한 목소리로 맞장구쳤다.
  • “그럼… 난 예쁨을 담당하고 있을게!”
  • 이에 강소원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세 아이들은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러웠다.
  • 성숙하고 진중한 첫째 승빈이는 주식 투자 분야에서 선천적으로 감이 좋았고 그 능력으로 가족에게 적지 않은 돈을 벌어다 주었다.
  • 그런 첫째와는 달리, 둘째 승민이는 활발하고 틀에 구애받지 않는 성격으로 모든 전자기기들을 좋아하고 꽤나 뛰어난 해킹실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 막내인 승아는 영리하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인 승아는 강소원이 환자들을 치료할 때 종종 그녀를 거들어주곤 했다.
  • 세 아이들은 뛰어난 지능에 다정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 아이들에게 더욱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강소원은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어야 했다.
  • 이에 그녀는 박우진을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애초에 이 일은 세 꼬맹이들이 계획한 것이었다는 것을.
  • 아이들은 귀국 전에 이미 박우진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가 자신들의 아빠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지금과 같은 수를 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