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3화 누구더러 돌팔이라는 거죠

  • 약 10분 정도가 지나자 침대 위에 있는 남자의 몸에는 이미 서른 개가량의 은침이 꽂혀있었다.
  • 그 은색의 빛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털이 쭈뼛 서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서야 강소원은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었다. 그 모습에 민은호가 급히 물었다.
  • “선생님, 저희 대표님… 괜찮으시겠죠?”
  • 그는 걱정에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만약 박우진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는 자신이 죽음으로써 이에 사죄해도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강소원이 그런 그를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 “30분 정도 기다리면 아마 깨어날 거예요.”
  • 승빈이가 눈치 빠르게 그녀에게 물을 한잔 가져다주었다.
  • “엄마, 물 한 모금 마시고 좀 쉬어.”
  • “그래.”
  • 강소원은 물 잔을 건네받아 가볍게 입을 축이고는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 “착하기도 해라.”
  • 승민이와 승아도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수고했어, 엄마!”
  • “이따가 돌아가면 내가 어깨 주물러줄게.”
  • 확실히 침을 놓느라 많은 정신력을 소모하기는 했지만 이토록 다정한 세 아이들의 모습에 강소원은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 하지만 민은호는 완전히 마음을 놓지 못한 채 속으로 의료팀은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는 것인지 조급해하고 있었다.
  • 바로 그때, 드디어 초인종이 울리자 그는 곧바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박 씨 가문의 전담 의료팀이 서있었다.
  • 총 여덟 명인 그들은 각종 의료 기기들을 손에 든 채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 중 선두에 서있는 젊은 여자가 민은호를 보더니 곧바로 물었다.
  • “박 대표님께선 좀 어떠세요?”
  • “안에 계십니다. 일단 들어와서 다시 얘기하시죠.”
  • 민은호가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이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뒤에 서있던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 그들은 이미 곧바로 응급조치를 시작할 준비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침대에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이 보게 된 건 침대 위에 누워있는 남자의 몸에 빽빽하게 꽂혀있는 은침들이었다.
  •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 여자는 곧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깜짝 놀라 물었다. 그러자 민은호가 설명했다.
  • “아까는 상황이 너무 긴급해서요. 마침 옆방에 의사가 한 분 계셔서 저분에게 도움을 좀 청했습니다…”
  • 그는 말을 하며 멀지 않은 곳의 소파에 앉아있는 강소원을 가리켰다. 그 말을 듣고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린 여자는 더욱더 미간을 찌푸리며 탐탁지 않은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 “민은호 씨, 그렇게 함부로 결정하시면 어떡해요! 박 대표님의 몸 상태가 얼마나 특별한 케이스인지 모르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함부로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돌팔이한테 박 대표님을 치료하게 하시다니요! 혹시라도 박 대표님께서 잘못되시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 그녀의 말은 굉장히 가차 없었다. 말투에는 심지어 조금 깔보는 듯한 느낌도 섞여있었다. 그 말에 강소원은 담담한 눈빛으로 눈썹을 추켜올렸다.
  • ‘돌팔이?’
  • 누군가가 그녀를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옆에 있던 세 꼬맹이들도 이를 듣고는 승빈이가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 “누구더러 돌팔이라는 거죠?”
  • 승민이의 얼굴에도 불만이 가득했다.
  • “아줌마가 그렇게 대단해요? 다짜고짜 우리 엄마를 그렇게 말할 만큼?”
  • “우리 엄마의 의술은 엄청 대단하다고요. 아줌마보다 몇 배나 더 대단할걸요!”
  • 승아도 귀여우면서도 사나운 표정으로 맞장구쳤다. 이에 여자의 표정이 곧바로 차갑게 얼어붙었다.
  • 그 표정 속에 담겨있는 깔보는 듯한 기색은 이제는 감추어 지지도 않았다.
  • “환자의 상태도 확실히 모르면서 함부로 침을 놓다니, 돌팔이라고 한 것도 이미 충분히 체면을 봐준 것 같은데요! 박 대표님의 몸상태는 원래부터 무리한 치료는 견디지 못해 함부로 치료하면 화근만 초래하게 될 뿐이에요. 심하면 생명이 위험하게 될 가능성까지 있다고요… 혹시라도 박 대표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지죠? 당신이 책임질 건가요?”
  • 말을 마친 그녀는 더는 강소원과 세 아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려 박우진의 몸에 꽂혀있는 침을 빼내려 했다. 박우진의 현재 상태는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 그 모습에 강소원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극도로 차가웠다.
  • “무식한 건 당신 탓이 아니죠. 하지만 그 침은 빼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그 후과는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닐 테니!”
  • 그 말에 여자는 순간 동작을 멈추더니 냉소를 터트렸다.
  • “고작 침술 따위를 뭘 그렇게 대단한 것처럼 말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전 명문대를 졸업한 의학박사에 박 대표님의 주치의이기까지 한데, 설마 제가 어떤 치료법이 이분한테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막말로… 한의학적 치료는 그저 속임수일 뿐이지 그다지 큰 쓸모는 없잖아요!”
  • 그 말의 뜻인 즉, 강소원은 그다지 대단한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