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분 정도가 지나자 침대 위에 있는 남자의 몸에는 이미 서른 개가량의 은침이 꽂혀있었다.
그 은색의 빛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털이 쭈뼛 서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서야 강소원은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었다. 그 모습에 민은호가 급히 물었다.
“선생님, 저희 대표님… 괜찮으시겠죠?”
그는 걱정에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만약 박우진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는 자신이 죽음으로써 이에 사죄해도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소원이 그런 그를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30분 정도 기다리면 아마 깨어날 거예요.”
승빈이가 눈치 빠르게 그녀에게 물을 한잔 가져다주었다.
“엄마, 물 한 모금 마시고 좀 쉬어.”
“그래.”
강소원은 물 잔을 건네받아 가볍게 입을 축이고는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착하기도 해라.”
승민이와 승아도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수고했어, 엄마!”
“이따가 돌아가면 내가 어깨 주물러줄게.”
확실히 침을 놓느라 많은 정신력을 소모하기는 했지만 이토록 다정한 세 아이들의 모습에 강소원은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민은호는 완전히 마음을 놓지 못한 채 속으로 의료팀은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는 것인지 조급해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드디어 초인종이 울리자 그는 곧바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박 씨 가문의 전담 의료팀이 서있었다.
총 여덟 명인 그들은 각종 의료 기기들을 손에 든 채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 중 선두에 서있는 젊은 여자가 민은호를 보더니 곧바로 물었다.
“박 대표님께선 좀 어떠세요?”
“안에 계십니다. 일단 들어와서 다시 얘기하시죠.”
민은호가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이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뒤에 서있던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이미 곧바로 응급조치를 시작할 준비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침대에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이 보게 된 건 침대 위에 누워있는 남자의 몸에 빽빽하게 꽂혀있는 은침들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여자는 곧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깜짝 놀라 물었다. 그러자 민은호가 설명했다.
“아까는 상황이 너무 긴급해서요. 마침 옆방에 의사가 한 분 계셔서 저분에게 도움을 좀 청했습니다…”
그는 말을 하며 멀지 않은 곳의 소파에 앉아있는 강소원을 가리켰다. 그 말을 듣고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린 여자는 더욱더 미간을 찌푸리며 탐탁지 않은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민은호 씨, 그렇게 함부로 결정하시면 어떡해요! 박 대표님의 몸 상태가 얼마나 특별한 케이스인지 모르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함부로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돌팔이한테 박 대표님을 치료하게 하시다니요! 혹시라도 박 대표님께서 잘못되시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그녀의 말은 굉장히 가차 없었다. 말투에는 심지어 조금 깔보는 듯한 느낌도 섞여있었다. 그 말에 강소원은 담담한 눈빛으로 눈썹을 추켜올렸다.
‘돌팔이?’
누군가가 그녀를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옆에 있던 세 꼬맹이들도 이를 듣고는 승빈이가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더러 돌팔이라는 거죠?”
승민이의 얼굴에도 불만이 가득했다.
“아줌마가 그렇게 대단해요? 다짜고짜 우리 엄마를 그렇게 말할 만큼?”
“우리 엄마의 의술은 엄청 대단하다고요. 아줌마보다 몇 배나 더 대단할걸요!”
승아도 귀여우면서도 사나운 표정으로 맞장구쳤다. 이에 여자의 표정이 곧바로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 표정 속에 담겨있는 깔보는 듯한 기색은 이제는 감추어 지지도 않았다.
“환자의 상태도 확실히 모르면서 함부로 침을 놓다니, 돌팔이라고 한 것도 이미 충분히 체면을 봐준 것 같은데요! 박 대표님의 몸상태는 원래부터 무리한 치료는 견디지 못해 함부로 치료하면 화근만 초래하게 될 뿐이에요. 심하면 생명이 위험하게 될 가능성까지 있다고요… 혹시라도 박 대표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지죠? 당신이 책임질 건가요?”
말을 마친 그녀는 더는 강소원과 세 아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려 박우진의 몸에 꽂혀있는 침을 빼내려 했다. 박우진의 현재 상태는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 모습에 강소원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극도로 차가웠다.
“무식한 건 당신 탓이 아니죠. 하지만 그 침은 빼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그 후과는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닐 테니!”
그 말에 여자는 순간 동작을 멈추더니 냉소를 터트렸다.
“고작 침술 따위를 뭘 그렇게 대단한 것처럼 말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전 명문대를 졸업한 의학박사에 박 대표님의 주치의이기까지 한데, 설마 제가 어떤 치료법이 이분한테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막말로… 한의학적 치료는 그저 속임수일 뿐이지 그다지 큰 쓸모는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