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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당신들한테도 그런 자격이 있나?

  • 그 말을 들은 강소원은 자칫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정말이지 엄청난 우연이 아닐 수가 없었다.
  • 바로 어제 박 씨 가문에서 그녀에게 박우진을 치료해 달라는 의뢰를 해오더니, 오늘은 그녀의 ‘상냥하신 부친’께서 그녀더러 박 씨 가문에 시집을 가라고 하다니 말이다.
  •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박우진의 병세는 꽤 심각했다. 어쩌면 이미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상태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 ‘그것 참 큰 복이겠네!’
  • 강소원은 이 집안사람들이 더 증오스럽기만 했다.
  • 6년 전 그날 그녀를 쫓아내고 이제껏 관심조차 없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그녀를 찾은 건 단지 그녀를 돈벌이 도구로 이용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던 것이다.
  • 이에 인대심이 바닥난 강소원은 비꼬듯 강상국을 바라보았다.
  • “설마 정말로 제가 그깟 주식 따위가 아쉬워서 돌아왔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절 낳아주신 어머니가 남기신 게 아니라면, 그리고 고모의 체면 때문이 아니었다면 오늘 전 이 강 씨 집안에 단 한 발짝도 들이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저의 혼약을 좌우지하려는 헛된 망상을 품고 계시네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 말을 마친 그녀는 굳은 얼굴로 몸을 돌려 그곳을 떠나려 했다.
  • 이에 강상국과 임수연 모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강소원이 주식을 마다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 “거기 서!”
  • 강상국은 즉시 그녀를 향해 호통쳤다.
  • “너 정말로 이 주식을 포기하겠다는 거냐?”
  • 그는 믿을 수 없는 듯 말을 이어갔다.
  • “너 이 주식이 얼마인지 알긴 하는 거야? 해마다 떨어지는 순이익만 해도 10억이야. 그거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텐데, 그걸 마다하겠다고?”
  • 그러자 강소원은 발걸음을 멈추고 비웃듯 말했다.
  • “고작 10억을 가지고 절 어떻게 해보시겠다고요? 지금 절 물로 보시는 건가요?”
  • 그 말에 강은설이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를 내기 시작했다.
  • “강소원, 욕심 좀 적당히 부려! 해마다 너한테 10억씩이나 던져주고 재벌가에 시집도 보내준다는데 뭘 더 어떻게 하라고? 네 주제를 알아야지!”
  • “거지한테 적선하듯 던져주는 그깟 돈, 난 정말이지 관심 없거든! 그리고, 당신들이 나더러 시집을 가라고 하면 내가 시집을 가야 하는 건가? 왜 그래야 하는데? 고작 그 가련한 혈연관계 때문에?”
  • 강소원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차가운 시선으로 그 세 사람을 한번 훑어보더니 조롱했다.
  • “당신들한테도 그런 자격이 있나?”
  • 마지막 한마디를 마친 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 그리고 남겨진 건 일그러진 표정의 세 사람뿐이었다.
  • ……
  • 강 씨 집안에서 나온 강소원은 휴대폰을 꺼내 차를 불렀다. 방금 전 그 집 안에서 기분을 잡친 그녀는 지금 그저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 하지만 그녀가 부른 차가 도착도 하기 전에 그녀는 도리여 윤남규와 마주치게 되었다. 윤남규는 강은설을 회사에 데려다주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 새로 뽑은 포르쉐를 몰고 실버그레이색 정장을 입고 있는 그는 꽤나 멋스럽고 세련되어 보였다.
  • 차에서 내리며 얼핏 강 씨 집안 문 앞에 누군가 서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무의식 적으로 그 사람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 아름다움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 그는 이제껏 이토록 예쁜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 이에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강소원의 앞으로 걸어가 인사를 건넸다.
  • “안녕하세요, 아가씨. 실례지만 혹시 강 씨 가문의 사람을 찾아오셨나요?”
  • 그 말에 시선을 들어 올려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본 강소원은 한때 그녀의 허울뿐인 ‘약혼자’였던 그를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 이에 그녀의 표정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지만 원래부터 마음속에서 일렁이고 있던 혐오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 윤남규의 말에 대꾸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이내 시선을 거두며 고개를 숙여 휴대폰 어플로 자신이 부른 차의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 그런 그녀의 모습에 윤남규는 오히려 더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웠다. 남자라면 누구나 설렐만한 미모였다.
  • 강소원의 휴대폰 화면 속 어플을 힐긋 들여다본 그가 신사적으로 말을 꺼냈다.
  • “아가씨, 어디로 가십니까? 제차로 데려다 드릴수도 있는데요.”
  • 강소원은 여전히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파리같이 시끄럽다고 느낄 뿐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외쳤다.
  • ‘차는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 그때 마침 밖으로 나온 강은설이 윤남규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기쁜 기색을 드러내며 그에게 다가갔다.
  • “왔어, 남규 오빠? 왜 들어오지 않고? 내가 한참을 기다렸는데!”
  • 하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있는 강소원을 발견한 그녀는 저도 모르게 표정을 굳히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 “강소원, 너 왜 아직 안 가고 여기 있는 거야?”
  • 그 말에 윤남규는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 “은설아, 방금 뭐라고? 이 사람이… 강소원이라고?”
  • ‘이 여자가 6년 전 내가 극도로 혐오했던 그 촌스러운 여자라고? 말도 안 돼!’
  • 윤남규는 눈을 부릅뜨고 눈앞의 이 아름다운 여자에게서 지난날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해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 그때 마침 강소원이 부른 차가 도착하자 그녀는 잠시도 더 이곳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는 듯 이내 차를 타고 떠나갔다.
  •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윤남규에게 더 이상의 눈길은 주지 않았다. 하지만 윤남규는 그녀가 타고 간 차가 멀어질 때까지도 오래도록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 그런 그의 모습에 강은설은 질투심에 속이 쓰려왔다.
  • ‘강소원 저 같잖은 년은 왜 갑자기 예뻐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