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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결혼하셨어요?

  • 그 시각 세 꼬맹이들은 절박한 눈빛으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민은호는 너무 뜬금없다고 느끼고는 무의식적으로 이를 저지하려 했다.
  • “저희 대표님께서는 식사하실 때 방해받는 걸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더욱이 누군가와 합석을 하신 적도 없으시고요. 죄송하지만 합석은 곤란할 것 같습니다.”
  • 그 말에 종업원은 순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강승빈이 재빨리 동생인 승민이에게 눈치를 주었다.
  • 이에 눈치 빠른 승민이는 곧바로 그쪽으로 다가가 작은 머리를 쳐들고는 가련하게 박우진을 바라보며 인정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 “잘생긴 아저씨,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합석하게 해 주시면 안 돼요? 저희 밥도 못 먹고 해외에서 열몇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배고파 죽겠단 말이에요!”
  • 강승빈도 여동생의 손을 잡고 다가와 예의 바르게 말했다.
  • “아저씨, 저희 절대로 시끄럽게 굴지 않고 식사하시는 거 방해 안 되게 할게요. 부탁드려요.”
  • “잘생긴 아저씨, 아저씨는 엄청 잘생기셨으니까 분명 좋은 사람이겠죠? 분명 배고파하는 저희를 차마 그냥 내버려 두지는 못하시겠죠?”
  • 승아가 보석 같은 두 눈을 깜빡이며 애교를 부리듯 박우진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 아이의 앳된 목소리는 너무 귀여웠다. 사실 박우진은 곧바로 거절하려 했었다. 그는 종래로 낯선 사람과 함께 식사한 적이 없었고 누군가가 자신을 만지는 것 또한 싫어했다.
  • 하지만 간절함이 담겨있는 여자아이의 초롱초롱한 두 눈을 마주하자 그는 왜인지 모르게 거절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전례를 깨고 고개를 끄덕였다.
  • “앉아.”
  • “감사합니다, 아저씨!”
  • 세 꼬맹이는 이내 밝게 웃으며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오자 가족들의 입맛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강승빈이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 한편 다른 두 꼬맹이들은 박우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보면 볼수록 눈앞의 이 남자가 자신들의 아빠일 거라는 생각이 더욱 확실해져 갔다.
  • 그의 잘생긴 얼굴과 합석을 동의했다는 점에서 친밀감을 느낀 아이들은 자신들이 맞게 찾은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 다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꽤나 낯설었다.
  • 두 꼬맹이들이 한창 이와 같이 속으로 감탄하고 있을 때 맞은편에 앉아있는 박우진도 자연스레 두 아이의 눈빛을 느끼고는 시선을 들어 올려 아이들 쪽을 슬쩍 쳐다보며 물었다.
  • “왜 날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지?”
  • 이에 두 꼬맹이들은 깜짝 놀라며 급히 정신을 차렸다. 승아가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아저씨가 너무 잘생겨서요! 이제껏 아저씨 같이 잘생긴 사람은 본 적이 없거든요!”
  • “저도요!”
  • 승민이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동의했다. 그리고는 곧이어 그를 향해 물었다.
  • “아저씨는 엄청 잘생기셨으니까 분명 여자친구가 있으시겠죠? 아니면 이미 결혼하셨어요? 아기는 있으세요?”
  • 박우진은 아이의 그 말이 꽤나 웃겼다. 하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그는 그저 담담히 대답했다.
  • “너 같은 꼬맹이가 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 그리고 그건 내 프라이버시잖아. 어떻게 함부로 낯선 사람한테 이야기하겠어?”
  • “우린 이미 한 테이블에서 식사한 사이잖아요! 옛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그럼 우린 이미 서로에게 낯선 사람은 아닌 거죠!”
  • 주문을 마치고 이제야 드디어 맞은편에 있는 박우진을 볼 여유가 생긴 강승빈이 말했다.
  • 침착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아이에게서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진중함이 느껴졌다.
  • 옆에 있는 민은호는 그런 아이의 모습에 곧바로 터무니없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이 아이에게서 어딘가 박우진과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생각 말이다.
  • 박우진은 눈썹을 추켜올리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도 이처럼 침착한 꼬마아이는 처음 보는 듯했다.
  • 하지만 그는 여전히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승아가 곧바로 아쉽다는 듯 말했다.
  • “말하기 불편하세요, 아저씨? 난 또 이다음에 크면 아저씨한테 시집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저씨는 엄청 잘생기셨잖아요!”
  • 그 말에 박우진은 뭐라 대꾸해야 좋을지 몰랐다. 도리여 옆에 있던 민은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 “꼬마야, 네 나이면 우리 대표님 딸이라 해도 믿을 텐데 어떻게 시집을 온다고 그래? 넌 아직 이렇게 어린데 왜 벌써 시집갈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 “아저씨가 잘생기셨으니까요!”
  • 승아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물었다.
  • “아저씨 도대체 결혼하셨어요, 안 하셨어요?”
  • 여자아이의 집요한 모습에 박우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하는 수 없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 “결혼 안 했고, 아이도 없어. 하지만 집안 어른이 이미 내 결혼 상대를 물색해 놓긴 했지…”
  • 비록 그 터무니없는 혼약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꼬맹이의 집요한 질문에 대충 둘러대기에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