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6화 아빠와 엄마를 이어줘야 해

  • 강 씨 가문의 속셈을 모르는 강소원은 그 한 번의 통화로 졸음이 완전히 사라져 버려 차라리 자신의 세 아이들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밥이라도 먹을 생각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 하지만 안방 밖에도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한창 궁금해하고 있던 그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세 꼬맹이들이 돌아온 것이었다.
  •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던 승빈이는 잠옷 차림으로 소파옆에 서있는 강소원을 발견하자 곧바로 잰걸음으로 그녀에게 달려가 다정하게 물었다.
  • “엄마, 일어났네? 잘 잤어?”
  • 이에 강소원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응, 승빈이 덕분에 엄청 잘 잤어! 그보다, 너희들 어딜 갔었던 거야? 밖에서는 또 어떻게 들어온 거고? 엄마가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잖아.”
  • “내가 배고프다고 해서 오빠들이 날 데리고 레스토랑에 밥 먹으러 갔었던 거야, 엄마! 우리가 엄마 주려고 엄마가 좋아하는 요리도 챙겨 왔는걸…”
  • 승아가 그녀에게 설명해 주며 보물을 바치듯 포장해 온 그릇을 열었다. 전부 강소원이 좋아하는 해산물들이었다.
  • 그녀는 그것들을 보자마자 배가 고파져왔지만 그럼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짚고 넘어갔다.
  •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겠는데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 돼! 앞으로는 어디 갈 거면 최소한 엄마한테 미리 말이라도 해줘. 안 그러면 엄마가 걱정되잖아.”
  • 비록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을 가진 세 아이들이었기에 큰 문제는 없을 테지만 어쨌든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에게는 사람들도 낯설고 길도 익숙하지 않을 것이니 그녀는 그 어떤 의외의 상황도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다.
  • 이에 세 아이들도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어, 엄마. 다음부터 안 그럴게!”
  • 곧이어 아이들은 목욕을 하러 가라며 강소원을 재촉했다. 그런 아이들의 살가운 태도에 강소원도 더는 따지지 않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한 다음 밖으로 나와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 그녀가 식사를 하는 동안 세 꼬맹이들은 그 옆에 앉아 식사를 하는 그녀를 지켜보았다. 승아가 그녀를 향해 물었다.
  • “맛있어, 엄마?”
  • 세심한 승민이는 그녀에게 게다리를 하나 집어다 주었다.
  • “이게 맛있어, 엄마. 한 번 먹어봐.”
  • 그런 두 아이의 모습에 강소원은 아이들도 먹고 싶어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는 물었다.
  • “엄마랑 같이 좀 더 먹을래?”
  • 그러자 두 꼬맹이는 의외로 고개를 저었다.
  • “우린 아래에서 엄청 많이 먹어서 더 이상은 배불러서 못 먹겠어.”
  • 그때, 승빈이가 침착하게 카드를 한 장 꺼내 강소원에게 건넸다.
  • “엄마, 이거 가져.”
  • “이게 뭔데?”
  • 강소원은 궁금한 듯 그것을 들고 살펴보았다.
  • 그것은 이 호텔의 VIP카드처럼 보였지만 보통의 카드와는 어딘가 달랐다. 일반적인 VIP카드는 금색인데 비해 그 카드는 검은색이었고 테두리에는 자금으로 된 특수한 꽃무늬가 새겨져 있어 왜인지 모를 존귀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승빈이가 말했다.
  • “그건 호텔의 SVIP카드야. 아까 밥 먹을 때 어떤 아저씨가 승아한테 줬어. 그 아저씨가 몸이 안 좋아서 승아가 침을 놔줬거든. 그래서 고맙다면서 준 거야. 들어 보니까 이걸 쓰면 특권을 누릴 수 있다더라고. 예를 들면 숙박이랑 식사는 전부 무료인 데다, 위층에 올라가면 스파도 있고 최고의 마사지사한테 전신 케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대. 그래서 내 생각엔, 엄마는 평소에도 힘들게 일하고 이번에는 또 그렇게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으니까, 엄마가 갔으면 좋겠어. 피로도 풀 겸 말이야.”
  • 그 말에 강소원은 마음이 따듯해져 왔다. 그녀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 “이런 좋은 일이 생길 줄은 생각도 못했네. 너희들 정말 대단해!”
  • 이에 승빈이는 입술을 오므린 채 웃음 지었다. 하지만 아이의 시선은 옆에 있는 동생들에게 향했고 아이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 세 아이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마음이 통한 듯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 그것은 바로 엄마와 ‘아빠’를 이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빠’가 다른 사람과 약혼을 해버리기 전에 두 사람 사이에 그 어떤 불꽃을 피워내야 했다.
  • 또한 그 카드는 전 호텔에서 오직 박우진만 갖고 있는 것이었고. 강소원이 갖고 있는 것이 바로 두 번째 장이었다.
  • 그렇기에 아이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늘 밤 어떻게 해서든 엄마와 ‘아빠’를 만나게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 하지만 그런 세 꼬맹이들의 속셈을 강소원은 알리가 없었다.
  • 조금 뒤, 시간을 보던 그녀는 갈아입을 옷가지들을 챙겨 목욕 갈 준비를 했다. 방을 나서기 전, 그녀는 세 아이들을 불렀다.
  • “너희도 엄마랑 같이 갈 거지?”
  • 그러자 아이들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 “아니야, 엄마. 우린 오늘 밤에 누구랑 같이 게임하기로 했는데 약속한 시간이 다 돼서 그냥 엄마 혼자 가. 가서 제대로 누리고 와. 우린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 각자 휴대폰 하나씩을 손에 들고 게임할 준비를 하고 있는 세 아이의 모습에 강소원도 강요하지 않았다.
  • 이내, 그녀는 스파센터에 도착했다. 그곳을 담당하는 직원은 그녀의 손에 들린 SVIP카드를 보자 바짝 긴장하며 곧바로 그녀를 한 넓고 호화로운 탈의실로 안내했다.
  • 실내에는 마사지 침대와 마사지 기구들, 그리고 각종 에센셜 오일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 “안쪽에 있는 욕탕은 호텔의 가장 귀하신 손님만 이용 권한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프라이빗하고 누구에게 방해받을 일 또한 없을 겁니다. 반신욕을 마치신 후엔 옆에 있는 사우나에서 찜질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다만 너무 오래 안에 계시지는 마시고요. 그 밖에 가운과 타월은 다 장롱 안에 있으니 직접 갈아입으시면 됩니다. 준비가 되셨으면 벽에 있는 벨을 눌러주세요. 그럼 저희 호텔 최고의 마사지사가 서비스해드리러 올 겁니다.”
  • 직원이 친절하게 강소원에게 이것저것들을 소개해주었다.
  • “네, 알겠어요. 고마워요.”
  • 강소원은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대꾸했다.
  • 곧이어 직원이 방에서 나가고 문이 닫히자 강소원은 또 한 번 실내를 한 바퀴 더 훑어보고 나서야 옷을 벗고 장롱에서 타월을 한 장 꺼내 몸에 둘렀다. 그런 다음 그녀는 욕탕으로 향했다…
  • 같은 시각, 탈의실과 고작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욕탕 안에서, 박우진은 한창 고개를 젖힌 채 눈을 감고 따듯한 물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 수면을 자욱하게 에워싸고 있는 옅은 안개가 그를 마치 구름 사이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 뿌연 안개 사이로 그의 탄탄한 가슴과 상반신이 보였고 물아래로는 완벽하게 갈라져 있는 복근과 아름다운 치골이 보일 듯 말 듯했으며, 섹시한 쇄골과 목젖은 고개를 젖힌 상태에서 완벽한 곡선을 그려내며 더더욱 매혹적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