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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니가 맘대로 짓밟았어

  • 등에 짊어진 짐은 이미 그녀를 눌러서 좀 숨을 돌릴 수가 없다.
  • 그쪽에는 침묵에 빠졌다.
  • “ 서도윤, 비밀번호가 도대체 얼만데??! 이건 내 집이야, 넌 날 쫓아낼 자격이 없어!!! ”
  • 드디어, 서희는 서도윤을 향해 큰소리를 쳤다.
  • 눈물은 벌써 눈에서 일렁거렸지만 그는 다시 참아냈다.
  • “ 19880316 ”
  • 갑자기, 그쪽의 서도윤은 비밀번호를 말했다.
  • “ 한소희, 니 물건을 가지고 당장 이 집에서 나가!! 그리고, 내일 아침 아홉 시, 이혼 증명 잊지 말고!! ”
  • 서도윤은 서희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 서희는 굳어버려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 의식이 돌아올 때는 이미 “ 뚝뚝뚝-- ”하는 소리밖에 남지 않았다.
  • “ 서도윤, 가더라도 네가 집을 나가야지!! 여긴 내 집이란 말이야, 내 집!! ”서희는 뚝뚝 소리를 들으며 답답함에 소리를 질러서 마음속에 갇힌 분노와 굴욕을 털어놓았다.
  • 크게 웨치 고는 넋을 놓은 채 힘이 빠져 캐리어에 앉아버렸다.
  • 얼마나 앉아있었는지 이웃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야 서희는 정신을 가다듬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 19880316...
  • 이 숫자가 너무 익숙했다. 어디서 만나봤거나 들어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의 그는 많은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결과를 알게 된 그 순간 서희는 하늘이 무너졌다...
  • 그녀의 인생의 모든 감정은 모두 참담하게 배신을 당했다!!
  • 집안으로 들어가 서희는 신속히 자신의 짐을 정리해서 옷을 바꾸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 앞치마를 두를 때 서희는 서도윤이 새로운 앞치마를 사줬다는 것을 의식하였다.
  • 놀람과 동시에 약간의 기쁨이 섞여있었다. 서도윤은 이 집에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 이건 결혼한 후 이 년 동안 처음으로 준 선물이었다.
  • 좀 전의 나쁜 기분은 이 순간 약간 좋아졌다. 서희는 냉장고를 열어 저녁을 준비하려는데 냉장고 안에는 가지각색의 식재료들이 가득했다.
  • 각 과일과 신선한 야채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냉장고의 문 측에는 오리지널 맛의 요구르트가 정연히 배열되어 있었다.
  • 이건 서도윤이 제일 싫어하는 맛인데 서희의 최애였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하였다!!
  • 앞의 놀라운 광경을 본 서희의 입가는 다시 웃음이 걸려있었다.
  • 도윤아, 넌 나한테, 아직 감정이 남아있는 거였어...
  • “ 띠띠띠--비밀번호 입력 성공”
  • 갑자기, 현관의 비밀번호가 울렸다.
  • 서희는 약간 멍했지만 조금 주저하다가 주방문을 열고 나가 집에 들어온 남편을 웃음으로 맞이했다.
  • 둘은 거실에서 마주쳤다.
  • “ 도윤아... ”
  • 서희는 가볍게 그를 불렀다.
  • 한 달 못 본 사이에 그는 꽤 잘 보낸 것 같다. 적어도 살이 빠진 것 같지는 않았다.
  • 하지만, 서희는 한 달 동안 너무 힘들게 보냈다. 그의 소식이 없는 한 달 동안 서희는 그를 그리워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 한 달 동안 십 근이나 빠지기도 했다!
  • 서도윤의 눈길은 그녀의 앞치마와 손에 들어있는 요구르트에 놓였다.
  • “ 누가 이걸 입으랬어? ”
  • 서도윤의 말투는 차가웠다. 갑자기 앞으로 가서 서희에게 다가가더니 손에 든 요구르트를 빼앗았다. 그러더니 바로 서희가 입고 있던 앞치마를 거칠게 벗어버렸다.
  • “ 한서희, 이건 니 물건이 아니야, 만질 자격도 없어!! 내가 다시 한번 얘기하는데 이 집은 네가 발 디딜 곳이 없어!! 당장 짐 싸서 꺼져!!! ”
  • 마지막에 서도윤의 꺼지라는 말은 귀청이 떨어질 만큼 소리가 컸다!
  • “ 너... 너 무슨 뜻이야? ”
  • 한서희의 목이 메었다. 손은 그가 뺏어간 요구르트를 가리켰다.
  • “ 다 내 것이 아니라고? ”
  • 그녀의 소리는 허공에 퍼지며 점점 무기력해졌다.
  • “ 그럼... 그럼 누구껀데? 도대체 누군데 그래?? 서도윤, 그 여자는 대체 누구야?? ”
  • 서희는 미친 듯 서도윤의 품으로 안겨 그의 단단한 가슴을 쳤다.
  • “ 서도윤, 알려줘, 널 미친 듯 사랑하게 하는 여자가 누군지, 왜 그 여자를 그렇게 사랑하는 거야... 흐흑... ”
  • 서희는 그의 품에서 통곡하였다.
  • “ 한서희, 그만해!! 더는 미친 짓 좀 하지 마!! ”
  • 서도윤은 그의 몸을 끌어당겨 사정없이 소파에 밀어버렸다.
  • 그는 거만한 기세로 서있었다.
  • “ 다시 한번 말하는데, 그 여자가 누구든 너랑은 일도 상관없어!! ”
  • 말을 끝내고 가려다가 다시 멈추고 경고하는 허 도윤이었다.
  • “ 걔 물건 다치지 마!! ”
  • “ 나쁜 놈!!! 서도윤, 너 이 나쁜 놈아! 악마!! ”
  • “... ”
  • 집안을 정리하는 서희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한 벌 한 벌의 섹시한 블랙 레이스 속옷에 눈을 붉힌다.
  • 그래서, 자신이 집에 없는 동안 다른 여자가 그들의 집을 차지하고 그의 남편을 차지하고...
  • 눈을 자극하는 속옷을 든 손은 심하게 떨렸다.
  • 서도윤, 널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나 한서희는 또 어찌 네가 짓밟도록 내버려 둘 수가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