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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내 이름을 기억해둬

  • 서도윤과 대화하고 있는 전화속엔 한 여자의 불만스런 목소리까지 들렸다.
  • “ 도윤아, 이 늦은 밤에 누구랑 전화하는거야? 빨리 끊어, 나 졸린단 말이야... ”
  • “ 뚝뚝뚝뚝... ”
  • 여자의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전화기는 무정하게 끊겼다.
  • 한서희는 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 움직이지 않았고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
  • 차가운 손으로 휴대전화를 꼭 쥐고 그녀는 부들부들 떨었다.
  • “ 으... ”
  • 갑자기 위가 쓰려지자 바삐 손으로 입을 막으며 화장실을 찾았다.
  • 한서희는 자신이 얼마나 걸었는지도 모른다. 한발 한발 걸을 때마다 의식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 눈물은 실 끊어진 구슬처럼 끊기지 않다. 쓰린 속에 가슴까지 아파 온몸이 아프기만 하다.
  • ‘화장실’의 문을 열자 한서희는 놀라서 멈췄다.
  • 안에 있는 사람들도 1초 동안만 놀란 후 술에 취해서 갑자기 들어온 한서희에 대해 경각심을 높였다.
  • 한서희는 멍하니 이 고급스러운 ‘화장실’을 보기만 했다...
  • 어두운 불빛에 압박감을 주는 곳이다.
  • 양측으로 나란히 선 슈트 차림을 한 남성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 술에 취한 한서희는 모든 사람 손에 든 신식 첨단 총이 자신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 쏘라는 명만 내리면 한서희는 만신창이로 즉사한다.
  • 모든 사람의 중간에는 슈트 차림을 한 남성이 서 있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면 훤칠한 미남이 서 있다.
  • 남빛 속 비친 그의 얼굴은 형용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모습을 띤 미남이었다.
  • 연예계에서 수없이 많은 미남을 본 한서희지만 지금은 멍하니 미남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다.
  • 그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처럼 푸른 빛을 띤 봉안이다.
  • 신비스러운 눈동자는 더더욱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게 한다.
  • 오뚝하게 솟은 콧대는 인공 조각한 것처럼 흠집을 찾을 수 없다.
  • 미소를 띤 도도한 모습에 모든 사람이 두려워서 몸을 떨게 한다.
  • 달빛 속 창가에 서 있는 그는 범속을 초월한 강자로 신비함 그 자체다.
  • 신비스러운 눈은 지금 문 앞에 나타난 취한 여자를 보고 있다.
  • 그 눈빛은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눈이었다.
  • “ 죄...죄송합니다. 화장실을 찾고 있는데 잘 못 찾은 것 같습니다... ”
  • 으스스한 상황에서 한서희는 술이 깨기 시작했다.
  • 어둠 속 신비스러운 남자가 부하에게 눈길을 주자 부하는 바로 달려왔다.
  • “ 아가씨. 화장실은 이쪽에 있습니다. ”
  • 부하는 한서희를 VIP 전용 화장실로 정성스럽게 안내했다.
  • 약간 취한 한서희는 그 어떤 위험도 느끼지 못했다. 지금의 한서희는 빨리 속을 뒤집는 이 아픔을 체내에서 내쫓을 생각만 하고 있다.
  • 화장실에 들어가서 그녀는 변기 옆에 쪼그리고 앉아 토하기 시작했다.
  • 이 아픔은 그녀의 오장육부를 전부 토해낼 것처럼 아팠고 눈물은 실 끊어진 구술처럼 끊이지 않았다. 잔잔한 물결에 돌 던지듯 아픔이라는 상처도 점점 커갔다...
  • “ 서도윤. 넌 진짜 나쁜 자식이야!! ”
  • 서도희는 마음이 무너져 울면서 변기를 향해 울부짖기 시작했다.
  • “ 넌 어떻게 나한데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이 정도로 잔인한 거야. 흑흑흑...”
  • “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알아? 서도윤!! 서도윤...”
  • 서도희는 변기 옆에 웅크려 울먹인다.
  • 서도희는 자신이 어떻게 화장실에서 나온 지도 모른다. 다만 비몽사몽인 그녀는 지나가다가 보이는 XO를 바에서 꺼내 전부 마셨다.
  • 술에 취하면 아프지 않다고 하던데 왜 이렇게 아프지? 그래! 아직 취하지 않은 거야! 더 마셔야 해!!
  • 객실에서 그녀의 행동을 말리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 요염한 남자 또한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겹쳐 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바치며 관계없는 사람처럼 그녀의 행동을 보고만 있을 뿐이다.
  •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 그 미소에는 음산하고 깊은 뜻이 포함되어 보는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소름 치게 한다.
  • 한서희는 자신이 완전 취한 상태라는 걸 안다.
  • 보이는 것은 더는 서도윤 차가운 얼굴이 아니라 지극하게 아름다운 얼굴이기 때문이다.
  • “ 누..., 누구세요? ”
  • 한서희는 흐릿한 눈으로 얼버무리며 묻는다.
  • 그는 웃으면서 답한다.
  • “ 내 이름은 김우빈이야! 꼭 기억해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