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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뺨치기

  • 다음 날, 아홉 시, 서희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 오늘은 그가 일은 시작하는 첫날이었다.
  • 세 달 전에 캐스팅된 사극이었다. 언니 한서연과의 첫 합작이기도 하였다.
  • 하지만 언니는 여주인공이었고 그는 악역 여주 옆에 있는 나쁜 하녀 역이었다.
  • 그가 생각 못한 것은 첫 씬이 바로 언니의 상개 역인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뺨을 때리는 중대한 씬이었다.
  • “ 감독님, 이 씬에... 꼭 뺨을 때려야 하나요? ”
  • 휴게실에서 언니 한서연이 감독님과 상의하는 소리가 들렸다.
  • “ 당연하지. ”
  • 감독님은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
  • “ 그럼... 하는 척만 하면 안 되나요? ”
  • “ 당연히 안되지! ”
  • 감독님의 응답은 한서연더러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 허락하려는 마음이 없는 감독님을 보니 한서연도 계속하여 빌 수가 없었다.
  • “ 언니, 사실 괜찮아. ”
  • 서희는 메이크업을 하면서 언니를 위로해주었다.
  • “ 그깟 뺨 때리기? 나 견딜 수 있어! 더군다나 우린 전문 배우인데 이런 씬도 자주 있는 법이지. ”
  • 서희 같은 삼류 배우는 이런 씬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이번에도 전과 다름이 없었다.
  • “ 하지만... ”
  • “ 배우들 준비하세요!! ”
  • 부감독님의 한소리에 두 자매의 대 화응 잠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 모든 배우들이 자리를 찾고 서희와 서연 자매는 카메라 앞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 “ 액션! ”
  • 감독님의 지시하에 회기판이 울리고 한서연은 두말없이 서희한테 다가가 손을 들어 뺨을 때렸다.
  • “ 컷-- ”
  • 서희가 반응할 새도 없이 감독님은 NG를 냈다.
  • “ 서희야, 동작에 힘이 부족해!! 다시!! ”
  • 한서연은 어쩔 바를 몰라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았다.
  • “ 서희야, 아파? ”
  • “ 언니, 별 감각 없는데! 다시 한번 하자! ”
  • 사실, 조금 아프긴 했는데 서희도 언니가 힘을 많이 줄었다는 것을 알았다.
  • “ 모두 준비하고, 액션!! ”
  • “ 쨕-- ”
  • 또 한 번 때려오는 뺨치기에 서희의 얼굴은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 “ 컷!! 컷컷-- ”
  • 감독님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있었다.
  • “ 서연아, 어떻게 된 거야? 이 씬은 엄청 격렬해, 니 동작이 정확하지 못하면 캐릭터의 분노함이 표현이 안돼!! 다시, 힘을 좀 더해!! 다시 한번!! ”
  • “ 네... ”
  • 한서연은 약간 우울해 보였다.
  • “ 서희야, 미안해... ”
  • 서희는 머리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
  • “ 언니, 감독님이랑 다른 배우들한테 우리를 증명해줘야지!! ”
  • “ 응... ”
  • 한서연은 머리를 끄덕였다.
  • 촬영지와 멀지 않은 한 곳에 블랙 코트를 입은 한 남자가 촬영지의 상홍을 지켜보고 있었다.
  • 매혹스러운 눈을 가늘게 뜬 채 섹시한 입가에는 차가운 웃음이 걸려있었다.
  • “ 한서연, 나 차우빈의 고양이를 건드리다니, 대가를 치르 개 해야지... ”
  • “ 다시!! 액션!! ”
  • 감독님의 고조된 억양의 외침에 “ 쨕-- ” 하는 소리가 촬영장에 울렸다.
  • “ 아... ”
  • 촬영장 밖의 김소아는 한숨을 들이켰다.
  • “ 서희야... ”
  • 촬영 장안--
  • 한서연의 손바닥은 빨개져 화끈하게 아파오고 있어 떨려오기까지 하였다.
  • 서희는 멍하니 서있었다. 눈앞은 이미 하얘졌고 귀가에는 “ 멍 ” 하는 소리만이 그녀의 약한 고막을 미친 듯이 자극하고 있어 그녀의 뇌 부신경까지 영향하고 있었다.
  • 헌서 연의 손바닥이 스쳐올 때 분홍빛을 띤 그녀의 얼굴을 순식간에 부어올라 핏기사 은은하게 보였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깨끗한 복숭아처럼 사랑스러웠다.
  • 너무... 아파!!
  • 서희는 몰려오는 아픔에 코끝이 찡해 났지만 모두 참아냈다.
  • 이만큼의 아픔도 못 참게 된다면 어찌 탁월한 배우가 될 수 있단 말인가?!
  • 촬영장 밖의 차우빈의 신비스러운 눈동자에는 알지 못할 빛이 반짝였다. 섹시한 입술이 음산한 웃음을 띠며 사람들의 두려움을 자아냈다.
  • 그는 몸을 일으켜 보디가드의 보호에 서서히 떠났다.
  • “ 그래, 이번엔 됐어! ”
  • 감독님의 컷 소리에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 “ 서희야, 괜찮아?? ”
  • 한서연은 미안한 듯 그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 “ 미안해, 서희야, 나... 일부러 한 게 아니야. ”
  • “ 언니, 이러지 마... 일부러 한 게 아니잖아. ”
  • 김소아가 스타일리스트를 데리고 다가왔다.
  • “ 세상에!! 서희야,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진 거야! 세상에, 너무 아팠겠다!! ”
  • “ 괜, 괜찮아... ”
  • “ 빨리, 약이나 좀 바르자! 아님 더 많이 붓겠다. ”
  • 김소아는 서희를 부축하여 떠나가려 했다.
  • “ 서희야, 아마 아직 약을 바를 때가 아닌 거 같아... ”
  • 한서연은 자신의 동생을 붙잡아서는 미안한 기색을 띄었다.
  • “ 바로 다음 씬이 시작되거든! ”
  • “ 하지만 서희 얼굴은 벌써 이런 상황인데... ”
  • 김소아는 불만스러운 듯 눈썹을 찌푸렸다.
  • “ 다음엔... 뺨을 맞은 이후의 씬이라서... ”
  • 그래서, 메이크업도 같이 절약해버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