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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어제밤에 어디갔어

  • 서희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손을 꼭 쥐면서 심호흡을 하고는 여유로운 척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 그러나 돌아서는 순간 차우빈의 단단한 가슴에 부딪쳤다.
  • 딱딱한 촉감과 촉촉한 느낌에 서희는 왠지 심장이 한 박자 멈춰지는 것 같았다.
  • 깜짝 놀란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지만 허리는 진작 단단한 차우빈의 팔에 잡혔다.
  • 차우빈의 손은 약간 힘을 주어 움켜쥐었다...
  • 그녀의 연약한 몸은 이미 그의 단단한 몸과 달라붙어있었다. 촉촉한 느낌은 그녀의 옷을 약간 적셨다.
  • 그러나 차우빈을 서희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 고개를 숙이자 검은 머리카락이 흩어져 그의 깊은 두 눈을 가려 신비로움을 더했다.
  • “ 무슨 일이라도 있어? ”
  • “ 응, 근데... ”
  • 서희는 그를 밀어봤다.
  • “ 그... 우리 좀 멀리하면 안 될까, 말하기가 불편해서. ”
  • 서희의 부은 얼굴은 하늘의 노을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머뭇거리며 말을 뱉었다.
  • 차우빈은 차갑게 웃더니 품 안의 여자를 놓아줬다.
  • 차우빈은 여유롭게 욕조 옆의 의자에 앉더니 가늘고 긴 민트를 빼서는 한숨을 들이켜고 천천히 내뱉었다...
  • 담배연기가 피어올라 은은한 안갯속에서 신비스럽고 섹시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 요염한 얼굴을 살짝 가려버렸다.
  • “ 말해봐, 무슨 일인데? ”
  • “ 나 돌아가고 싶어! ”
  • 서희는 직접 말을 꺼냈다.
  • “ 돌아가겠다고? ”
  • 차우빈은 피식 웃었다.
  • “ 어디로 가려고? 서도윤이랑 그 여자의 집에 간다고? ”
  • 차우빈은 비꼬는 듯했다.
  • 그의 말에 서희는 마음이 또다시 아파왔다. 그녀는 주눅 들어서 우물거렸다.
  • “ 안 가면 어떡할 건데? 설마 나보고 내 집을 다른 사람에게 주라는 거야? 그건 내... 유일한 안식처인데... ”
  • 그녀는 집이 없었다...
  • 예전의 집에는 아버지와 계모, 그리고 한서연의 것이다. 그 집은 이미 그와 큰 관계가 없는 듯했다...
  • 그리고 그의 안식처가 될 집도 그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 그녀의 말에 차우빈은 한순간 멍해졌다. 깊은 눈에는 이상한 감정이 흘러 침울해 보였다.
  • 집, 얼마나 예민한 글자인가!!
  • “ 그럼 돌아가! ”
  • 차우빈은 붙잡지 않았다.
  • 서희는 멍하니 있더니 다시 웅크려 앉았다. 그녀는 정신이 어정쩡해지더니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하는 듯 속삭였다.
  • “ 못 돌아가... 난 이미, 집을 잃었어... ”
  • 차우빈의 깊은 눈동자는 뒤늦게 알아차린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 집의 비밀번호는 항상 바뀌고 나한테 알려주지는 않고! 그건 이미 서도윤과 다른 여자의 집이야.. ”
  • “ 한서희!! ”
  •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차우빈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심한 말투였다.
  • 서희는 눈시울이 빨개져 그를 바라보았다.
  • “ 니 박력이 이것밖에 안된다면 넌 나 차우빈의 노예가 될 자격도 부족해!! ”
  • 차우빈은 깔보듯이 그녀를 응시했다.
  • 그의 말에 서희는 눈시울이 또다시 빨개졌다.
  • “ 차우빈, 내가 언제 너의 귀신같은 노예가 된다고 했어!! ”
  • 서희는 몹시 화가 났다.
  • “ 나 차우빈한테 고함치는 사람은 세상에 너 한서희밖에 없어!! 근데 웃긴 건 니 날카로운 손톱으로 나 차우빈도 할퀴는 사람이 서도윤 하나를 못 잡는다고?? ”
  • 차우빈의 말에 서희는 갑자기 굳어버렸다.
  • “ 솔직히 말해서 넌 못하는 게 아니라... 아까운 거야!! ”
  • 차우빈은 차갑게 웃더니 신비스러운 눈에서 사나움이 흘러나왔다.
  • “ 그럼 한서희, 넌 사람들한테 괴롭힘을 받는 것도, 맞는 것도, 버림 당하는 것도, 집이 있어도 못 가는 것도 마땅한 거야!! ”
  • “ 차우빈, 그만해!!! ”
  • 서희는 눈시울을 붉힌 채 일어서 그를 향해 소리쳤다.
  • 차우빈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그녀를 내려보았다.
  • “ 한서희, 넌 내가 본 사람 중에 제일 실패한 여자야!! 서도윤이 널 사랑하지 않아도 싸지!! ”
  • 차우빈은 차갑게 말하더니 돌아서서는 머리도 안 돌리고 욕실에서 나갔다.
  • 서희는 여전히 물기가 어린 욕조 앞에서 그 담담한 모습을 보면서 주먹을 쥐었다...
  • 시선은 점점 모호해졌다...
  • ***
  • 다음날--
  • 서희는 차우빈의 전용 상무 차를 타고 회사로 돌아갔다.
  • 하지만 의외스러운 것은 서희가 내려가자마자 서도윤의 차가운 얼굴을 본 것이었다.
  • 그는 얼음 같은 깊은 눈으로 서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 어젯밤에 어디 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