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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계정 해킹

  • 원민아는 소은정 모자를 만나자마자 소연준에게 달려가 소연준의 볼에 있는 힘껏 뽀뽀했다.
  • 갑작스러운 뽀뽀를 받은 소연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싫은 티를 내며 원민아를 흘겨보았다. 원민아는 그 모습마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1년 못 본 사이 우리 연준이 더 멋진 형아 됐네? 자, 이리 와. 다시 한번 뽀뽀하게!”
  • 원민아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연준을 바라보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 그러자 소연준은 혼비백산하며 소은정의 품에 몸을 숨긴 채 머리도 들지 못했다.
  • 소은정은 품을 파고드는 소연준을 보며 다급히 손을 저어 원민아를 말렸다.
  • “됐어, 이제 그만해. 자꾸 그렇게 짓궂게 놀리다 연준이가 정말 너 아는 척도 안 하는 수가 있어.”
  • 소연준은 나이가 어리지만 좋고 싫음이 분명했다.
  • 일전에 원민아는 소연준이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그에게 뽀뽀해 소연준은 반년 남짓 원민아와 말도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 소은정의 조언대로 제자리에 앉은 원민아는 소연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어떻게 저렇게 터질 듯한 볼살을 가지고 있는 얼굴에서 이 세상에 대해 알 만큼 안다는 애늙은이 표정이 나오는 거지?’
  • 원민아는 소연준이 너무 귀여워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주문한 음식이 다 나오고 나서야 원민아는 소은정과 제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 “이번에 오면 다시 안 갈 거지?”
  • 소은정은 소연준에게 국을 떠주며 말했다.
  • “연준아, 조금 있다가 이거 마셔봐. 응, 한동안은 안 갈 것 같아. 엄마도 여기 계시고 하니까.”
  • 원민아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 “조지훈이랑 유인영 말이야... 두 사람 인터넷으로 옷을 파는데, 장사가 꽤 잘 되나 봐. 연간 수익이 몇백억은 된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너도 지금 이쪽 업계에 들어왔으니까 괜히 그 두 사람이랑 마주칠까 봐 나는 그게 걱정이 돼. 괜히 너한테 피해줄지도 모르잖아.”
  • 소은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 “나 조금 전에도 유인영 만났어. 걔한테 밀리지 않았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 “뭐라고? 언제 어쩌다가 만났는데? 너 정말 괜찮아?”
  • 원민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 5년 전, 조지훈과 유인영에게 배신당해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프랑스에서 소은정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곁에 있던 원민아가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녀는 소은정이 걱정되었다.
  • ‘은정이는 성격이 세지 않고 순한 편인데... 이러다 또 당할까 봐 걱정이야.’
  • 원민아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자 소은정은 감개무량한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민아야, 나 정말로 괜찮아. 지금의 나는 예전의 소은정이 아니라 연준이 엄마야. 나랑 우리 연준이는 나 스스로 잘 지킬 수 있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고 하잖아. 예전의 나는 모든 희망을 조지훈 그 쓰레기 자식한테 걸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힘없고 나약했던 거야. 그런데 지금은 달라. 지금은 연준이 엄마니까 우리 연준이 상처받지 않도록 잘 지켜줄 거야. 그러니까 반드시 강해질 거야.’
  • 소연준의 생각도 소은정과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소연준은 볼살 통통한 아기 얼굴로 어른같이 말했다.
  • “이모, 연준이가 엄마 지켜줄 거예요. 엄마가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당하지 않도록 연준이가 지킬 거예요. 이것 봐요!”
  • 휴대폰 속 화면에는 500만 명의 팔로워 수를 가진 유명인 V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과 동영상이 보였다.
  • [충격! 유명 인플루언서 ‘과즙여신’ 2천 4백만 원 주고 짝퉁 가방을?]
  • 시선을 끄는 제목과 함께 밑에는 유인영이 백화점에서 난동을 부릴 때 찍혔던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 사람들은 그 동영상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짧은 시간 동안 무려 2만 번 이상 공유되었고 댓글 수도 만개를 넘었다.
  • [크, 2천 4백만 원짜리 짝퉁 가방이라니. 역시 있는 사람들은 달라~]
  • [그 정도면 제일 비싼 짝퉁 아니냐? ㅋㅋㅋ]
  • [과즙여신, 별장도 있고 아무튼 잘 산다고 그러지 않았었나? 그런 사람이 왜 짝퉁을 사는 거지?]
  • 그리고 그 밑으로는 유인영 팬들의 댓글도 더러 보였다.
  • [그게 어떻게 우리 언니 잘못이에요? 파는 사람이 나쁜 거죠! 다들 정말 너무한 거 아니에요?]
  • 원민아는 트위터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며 배를 그러안고 웃었다.
  • “하하하. 2천 4백만 원에 짝퉁 가방이라니. 이거 너무 웃기잖아. 앞으로 우울한 일 있을 때면 이걸 생각해야겠어. 유인영, 옷 팔아 돈도 잘 번다면서 왜 짝퉁을 사고 난리야? 과즙 여신이 아니라 짝퉁 여신이네. 혼자 있는 척은 다 하더니, 이번 일로 팔로워 수가 많이 떨어질 거야, 아마.”
  • 그런데 조금 전까지 있었던 트위터 글이 갑자기 삭제되었다. 그리고 곧이어 계정을 해킹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 하지만 그 잠깐 사이에도 불구하고 동영상은 이미 퍼질 대로 많이 퍼진 뒤였다.
  • 소은정은 무표정의 얼굴로 옆에 앉아 국물을 홀짝이는 소연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 “소연준, 네가 트위터 계정을 해킹해서 동영상이랑 올린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