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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밤 치정

그날밤 치정

솔빛글

Last update: 2024-03-29

제1화 간통 현장 습격

  • ‘하... 더워. 너무 더워.’
  • 소은정은 몸속에 불이라도 지펴진 것처럼 온몸이 뜨겁고 나른해 좀처럼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그때, 그녀의 손끝에 차가운 살결이 닿았다.
  • ‘시원하고 부드러워.’
  • 그녀는 시원함을 찾아 본능적으로 남자에게 감겨들었다.
  • 그러자 남자는 손과 입으로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탐하기 시작했다.
  • 그렇게 두 사람은 뜨겁고 농익은 밤을 보냈다.
  • ...
  • 다시 눈을 떴을 때, 소은정은 자기가 웬 낯선 방에 있음을 알아차렸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고 정신은 아직도 혼미했으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 하지만 자신의 벌거벗은 몸과 방안에 남아있는 남자의 체취, 그리고 삭신이 아프고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으로 미루어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 ‘나 설마 다른 남자랑 잔 거야? 이걸 남편이 알기라도 하면... 난 정말로 끝장이야!’
  • 소은정이 충격과 불안에 휩싸여 있을 때, 누군가 밖에서 문을 세게 쾅쾅 두드렸다.
  • 그리고 곧이어 익숙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 “소은정, 당신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그러니까 빨리 문 열어! 당장 문 열란 말이야!”
  • ‘지훈 씨?’
  •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자 소은정은 두려움에 몸을 덜덜 떨었다. 머리는 하얀 백지장이 되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 ‘어떡하지? 이걸 어떡해야 하지?”
  • 하지만 소은정이 대처할 방법을 생각하기도 전에 눈이 뒤집힐 대로 뒤집힌 조지훈은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왔다.
  •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소은정의 부모님과 친척, 친구들까지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 사람들은 소은정의 벌거벗은 몸과 그녀의 목과 가슴에 꽃처럼 피어난 키스마크 자국들을 보고 단번에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렸다.
  • 조지훈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알몸의 소은정을 노려보며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 “당신 미쳤어? 남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
  •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소은정의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맞은 자리는 얼얼했고 머리는 윙윙 울렸다.
  • 하지만 소은정은 아픔을 제쳐두고 몸에 이불만 대충 두른 채 조지훈의 앞에 무릎 꿇고 싹싹 빌기 시작했다.
  • “여보,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미쳤었나 봐요. 정말 잘 못했어요. 그러니까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 조지훈은 자기에게 매달려 간절하게 빌고 있는 소은정을 힘껏 발로 차며 말했다.
  • “이런 낯 뜨거운 짓을 벌이고도 감히 용서를 구해? 나 오늘 당신 다리 아주 다 부러뜨리고 말 거야! 어디 할 일이 없어서 멀쩡한 남편을 두고 외간 남자랑 붙어먹어?”
  • 조지훈의 발에 차여 바닥에 넘어진 소은정은 한동안 꼼짝하지 못했다.
  • 그제야 옆에 있던 사람들은 조지훈에게 달려들어 그를 말렸다. 이성을 잃은 조지훈이 끔찍한 일을 저지를까 봐 걱정됐던 것이다.
  • 대여섯 명이 달려들어 조지훈을 말렸지만, 조지훈은 그들을 뿌리치며 버럭버럭 화를 냈다.
  • “소은정, 우리는 여기서 끝이야! 당신, 나랑 오늘부로 끝이라고, 끝! 앞으로도 우리가 재결합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 조지훈의 말을 들은 소은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윽고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 그녀는 조금 전 조지훈에게 걷어차인 자리가 너무 아픈 듯 여전히 꼼짝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지훈의 이혼 통보에 마음이 조급했던지 그 자리에서 작게 소리쳤다.
  • “싫어요!”
  • 사실 두 사람은 이미 이혼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혼하게 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다름 아닌 집을 한 채 더 사기 위해 가짜로 이혼한 것이었다. 애당초 그들이 이혼했을 때만 하더라도 두 사람은 집을 사고 부동산 등기부등본만 나오면 다시 재결합하기로 약속했었다.
  • ‘어제 등기부등본을 받았는데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 소은정은 대체 왜 자기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 그때,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새된 목소리로 소은정의 엄마를 불렀다.
  • “이모!”
  • 원래 몸이 좋지 않았던 소은정의 엄마가 눈앞에서 기가 막힌 광경을 보고 그만 기함해 쓰러진 것이었다.
  • 소은정의 엄마가 쓰러지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 ...
  • 호텔 앞에는 구급차가 달려와 쓰러진 소은정의 엄마를 실어 갔다. 그런데 호텔 뒤에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노기등등하던 조지훈이 웬 여자를 끌어안고 있었다.
  • “자기야, 자기 아이디어 정말 끝내줬어. 일이 이렇게 뜻대로 잘 흘러가니, 앞으로 자기랑 나랑 떳떳하게 만날 수 있게 됐어.”
  • 만약 소은정이 현장에 있었다면, 조지훈이 품에 안은 여자가 누구인지 바로 첫눈에 알아봤을 것이다. 그녀는 다름 아닌 소은정의 대학교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 유인영이었다.
  • 풀메이크업을 한 유인영은 입꼬리를 쓱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조지훈의 볼에 뽀뽀하며 말했다.
  • “자기야, 사랑해. 우리 끝까지 가자.”
  • 두 사람은 천천히 입을 맞추더니 이윽고 차 안에서 끈적하게 사랑을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