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할 테면 해 봐!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고! 이 가방, 내가 2천4백만 원 주고 산 거야. 그런데 네가 뭘 안다고 짝퉁이니 뭐니 하는 거야? 돈 없어서 못 물어주겠으면 돈 없다고 하면 될 걸,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
소은정은 원민아와 같이 밥 먹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기에 유인영과 함께 경찰서에 갈 시간이 없었다.
“유인영, 이 건물에 GC 매장이 있는 거로 알고 있거든? 나랑 같이 가서 직원한테 이 가방이 진품인지, 짝퉁인지 확인해보는 건 어때? 그리고 자꾸 내가 너한테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고 그러는데, 그건 여기 CCTV 확인해 보면 될 거 아니야. 누가 먼저 부딪쳤는지. 동영상 확인하면 바로 답 나오는 거 아니야?”
유인영은 소은정에게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그래! 가 보자! 하, 옛정을 생각해서 좋은 마음에 봐주려 했더니 안 되겠어. 네가 이렇게 뻔뻔하게 나오는데 나라고 별수 있겠어?”
소은정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정말 고맙네. 그런데 우리 사이에 옛정이라고 할 만한 게 있기나 해? 난 잘 모르겠는데.”
소은정은 작은 손으로 휴대폰을 놀고 있는 소연준을 번쩍 안아 들고 유인영과 함께 건물 4층에 있는 GC 매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금 전 몰려있던 구경꾼 중에서도 몇 명은 슬며시 그들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의 논쟁이 어느새 GC 매장에도 전해졌는지 매장 직원은 유인영과 소은정이 들어오자 곧바로 가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유인영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 화장을 고치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눈 똑바로 뜨고 제대로 봐요! 내 가방이 진짠지 가짠지!”
직원은 유인영의 가방을 안에서부터 밖에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방 체인은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소은정이 귀띔했다.
“체인도 잘 살펴보세요.”
“은정아, 너는 이런 가방 사보기나 했어? 사보지 못했으면 입 다물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 괜히 아는 척하지 말고.”
“그래, 네 말대로 나 못 사봤어. 하지만 네 가방이 짝퉁이라는 게 어디서 가장 잘 드러나는지 알아? 바로 가방 체인이야. 네 가방은 구리 안에 쇠로 되어있거든? 잘 봐, 겉은 노란색인데 안은 하얗잖아. 그런데 GC 브랜드 가방 체인은 원래 안에서부터 겉에까지 죄다 구리로 만들어졌어! 이제 알겠어?”
“허튼소리 그만해! 아까도 말했지만 나 이 가방 2천 4백만 원 주고 샀어. 그런데 이게 어떻게 짝퉁이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유인영은 자기가 2천4백만 원씩이나 주고 짝퉁 가방을 샀을까 봐 불안하고 화가 치밀었다.
그때, 가방을 살펴보던 직원이 입을 열었다.
“저분 말씀이 맞아요. 저희 브랜드 가방은 모든 체인을 다 구리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고객님 가방 체인은 구리 안에 쇠로 되어있네요. 그리고 이 가방은 정가가 3천3백 60만 원이에요. 그런데 2천 4백만 원을 주고 사셨다니, 죄송하지만 어디에서 구매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매장 직원은 충분히 순화해서 부드럽게 말했지만 사실 그 속에는 유인영의 가방이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산 것이 아니므로 짝퉁이 분명하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유인영은 직원에게서 가방을 확 낚아채고는 가방 체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구리 안에 쇠붙이가 있는 게 확실했다.
그녀는 자기가 2천4백만 원을 주고 짝퉁 가방을 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그 분풀이를 매장 직원에게 했다. 유인영은 직원의 옷깃을 홱 잡으며 말했다.
“그럴 리 없어! 내가 2천 4백만 원이나 주고 샀는데 이게 어떻게 가짜야? 당신 눈 똑바로 뜨고 제대로 살펴본 거 맞아? 이 가죽, 이 디테일 잘 좀 살펴보란 말이야!”
유인영의 난폭한 행동에 깜짝 놀란 직원은 다급히 백화점 경비팀을 불렀다.
다급히 매장에 달려온 경비팀 직원들은 미친 듯이 날뛰는 유인영을 잡고 매장 밖으로 끌어내며 말했다.
“진정하세요. 자꾸 이렇게 난동 부리면 경찰 부를 거예요!”
소은정은 옆에서 미손 띠 얼굴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5년 전 나를 버리고 이런 수준의 여자를 선택하다니... 조지훈 당신 눈이 정말 형편없는 거였어.’
한편, 구경꾼 중에는 휴대폰을 꺼내 난동 부리는 유인영의 모습을 녹화하거나 사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 몇 개의 카메라에서 플래시가 켜지자 그제야 유인영은 자기 모습을 사람들이 찍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제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신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 경비팀 직원을 향해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니까!”
경비팀 직원들은 그녀가 냉정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놓아주었다. 하지만 놓아주고 나서도 곧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그녀를 지켜보았다.
유인영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죽일 듯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노려보았다.
“소은정, 너, 두고봐!”
잔뜩 부아가 치민 유인영을 향해 소은정은 그저 웃어 보였다.
“그래, 그러면 잘 가! 다음번에 가방 살 땐 주의 좀 하고. 2천 4백만 원을 주고 짝퉁을 샀다니... 내가 다 가슴이 아파지려고 그러네.”
약 올리는 소은정의 말을 듣고 다시 화가 치민 유인영은 2천4백만 원짜리 짝퉁 가방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발로 여러 번 힘껏 밟았다.
그러자 유인영의 가방에서 립스틱이며 쿠션이며 화장품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유인영, 오늘 2천 4백만 원보다 더 많은 돈을 잃고 있군.’
소은정은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옆에 얌전히 서 있는 소연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아들, 우리 인제 그만 가자!”
소연준은 작은 손가락으로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빠르게 치솟는 댓글 수와 관람 수를 보며 씩 웃었다.